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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과 가브리엘 정의 파격

김선호 기자공개 2022-07-04 07:54:23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1일 08:0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은 2019년 신세계 출신 '가브리엘 정'을 영입하고 롯데쇼핑의 패션업 자회사 롯데GFR 대표를 맡겼다. 당시 롯데그룹이 발표한 임원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외부 출신 인사였다. 롯데쇼핑에 미세한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한 때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22년에는 순혈 인사가 줄곧 맡아온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대표에 신세계 출신 임원을 선임했다. 신세계 출신이 경쟁사 롯데그룹으로 이직한 것도 파격이지만 롯데백화점 대표 교체는 유통업계에도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가브리엘 정. 해외 패션시장에 알려진 이름으로 국내에서는 '정준호'라고 불린다. 1965년생인 그는 신세계그룹에 몸담았을 때 클러치백을 들고 출근할 정도로 패셔니스타로 유명했다. 사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알아주는 패션 MD 전문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사업을 맡는 동안에는 '몽클레르', '크롬하츠', '어그' 등 해외 패션 브랜드 판권을 국내로 들여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롯데GFR에서는 이같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롯데그룹은 정 대표를 중용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 MD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 대표에게 롯데백화점을 맡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에 그만한 전문가가 없지는 않았을 거다.

업계 관계자는 그를 '파격' 그 자체라고 평가하며 이를 롯데가 높게 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2015년 신세계면세점에서 근무하면서 신세계백화점 본점 옆에 위치한 SC제일은행 건물을 쇼핑관광 시설로 이용하는 안을 내세웠던 사례를 들었다.

SC제일은행 건물은 일제시대 때 조선저축은행 본점으로 건립된 근대문화유산 중 하나다. 때문에 누구도 쇼핑시설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도 못했다. 근대문화유산을 쇼핑시설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찬반 논쟁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만큼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 행보를 이어온 셈이다.

국내 유통 역사를 자랑하는 롯데백화점과 관행을 깨는 정 대표의 만남은 물과 기름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 대표의 손에서 재탄생할 롯데백화점은 물과 기름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일 수도 있겠다라는 기대도 생긴다.

다만 정 대표의 난제는 내부 장악력이다. 신세계 출신을 대거 등용하긴 했지만 정 대표의 파격에 머리를 끄덕일 수 있는 롯데 정통파 임원은 많지 않을 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했다.

정 대표가 오래 전부터 관계를 쌓아온 정동섭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유통소비재그룹장에게 컨설팅을 맡긴 이유다. 이를 통해 기초 도안을 짜고 혁신을 단행해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롯데백화점의 실험이 파격을 넘어 성공하기를 그룹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사실 가브리엘은 기쁜 소식을 알리는 천사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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