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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변신]최윤범호, 왜 동박일까①연내 1.3만t 동박 양산 체제 구축...원재료 가격 경쟁력 및 전기분해 기술 확보

이호준 기자공개 2022-07-07 07:35:18

[편집자주]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2차전지 소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엔 원료를 생산하는 철강·비철금속 기업들도 포트폴리오를 발전시켜 2차전지와 연관 지으려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고려아연이다. 국내 1위 아연 생산 업체인 고려아연은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업계 최고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2차전지 소재 분야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고려아연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4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C가 배터리용 동박(전지박) 제조 회사 KCFT(옛 LS엠트론)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한 장면은 고려아연의 이목을 '확' 사로잡았다. 당시 최윤범 부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들은 "동박 회사가 저렇게 돈이 되느냐"며 "우리도 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고려아연은 그 사이 동박 제조 자회사를 설립했다. 최 부회장은 올 초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석 달 뒤 1만3000t 동박 양산이 예고돼 있다. 고려아연은 국내 동박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고려아연의 동박 사정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가격 경쟁력은 '충분'

동박은 구리(가공 전의 전기동)를 고도의 공정기술로 얇게 만든 막이다. 2차전지 음극재로 사용되는 핵심 소재인데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동박 수요도 크게 늘었다. 2차전지 관련 소재 중에서는 분리막과 함께 수익성이 가장 높은 부품소재로 꼽힌다.

국내에선 SK넥실리스,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가 국내 3대 동박 업체로 분류된다. 시장 점유율은 SK넥실리스(22%), 생산 규모에서는 일진머티리얼즈(연 6만t)가 앞서고 있다.




'우리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기저엔 국내 최대 비철금속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 연, 금, 은 등 거의 대부분의 비철금속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동박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인 전기동도 생산 중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연간 4000t에 불과했던 생산 규모가 증설을 거듭해 현재는 5만t 수준까지 커졌다.

전기동을 자체 조달하는 기업으로서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동박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SK넥실리스,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은 전기동을 국내외 다양한 매입처에서 가져온다.

이들 세 업체가 원재료 매입을 위해 사용하는 금액은 매년 수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동박 3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는 3189억원, SK넥실리스는 4170억원, 솔루스첨단소재는 1700억원을 각각 원재료를 매입하는 데 썼다.

고려아연의 경우 동박 제조 자회사 케이잼(KZAM)에게 전기동을 자체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국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기동 공급 차질이나 수주 급증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고려아연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공급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의 전기동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예컨대 LS니꼬동제련 등 다른 비철금속 업체들은 동 원료를 외부에서 따로 구매한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나오거나 폐전자제품 등에 포함된 동만을 원료로 확보한다. 케이잼과 구체적인 납품 가격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전기박을 생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우리가 생산하는 동은 원가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라면서 "다른 업체들보다는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박 제조 과정(출처:일진머티리얼즈)


◇관건은 품질…"진입장벽 높지만 문제 없어"

고려아연과 동박의 접점은 또 하나 있다. 바로 전기분해 기술이다. 고려아연이 동박 사업에서 글로벌 톱 티어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선 동박을 최대한 얇게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고도의 공정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고려아연은 전기분해 공정에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기분해 기술이 아연 제련 공정에 쓰이는 기술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가령 정액 처리된 아연 용액이 전기분해 이후 알루미늄 음극판에서 전착된다면 동박은 황산에 녹여진 동이 전기분해 이후 티타늄 드럼에서 전착된다. 제조 원리는 비슷하고 동박 생산 설비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고려아연이 고품질이라는 업계의 진입장벽만 넘으면 동박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배터리 회사에 공급 가능한 수준의 동박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왓슨, 대만의 창춘, 일본의 후루카와, 닛폰 덴카이, 국내 업체로는 SK넥실리스,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이 꼽힌다.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동박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고려아연은 이미 갖춰진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시장 진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원가 경쟁력도 충분히 우수한 상황에서 다른 업체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연간 동박 생산 규모는 넘어야 할 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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