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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 반도체 특명'…후공정을 키워라 [OSAT 보고서]①세계 10위 안에 드는 OSAT가 없다…미래 경쟁력 핵심은 '3D 칩렛 기술 선점'

김혜란 기자공개 2022-08-03 11:02:57

[편집자주]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패키징·테스트 외주기업(OSAT)은 유독 존재감이 약했다. 대만 ASE, 미국 앰코(AMKOR), 중국 스태츠칩팩(JCET) 등이 장악한 세계 OSAT 시장을 넘볼만한 기술도, 규모의 경제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적 과제인 비메모리 육성은 후공정(패키징·테스트) 생태계가 뒷받침할 때 풀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 성능을 좌우할 최첨단 패키징 기술을 어느 국가가 선점하느냐가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전쟁의 승패를 가를 '키'가 됐다. 취약한 후공정 생태계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삼성전자부터 OSAT 기업을 만나 현주소를 짚어보고 의견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1일 09:36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애플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위탁제조를 독점으로 맡았다. 그러나 2012년쯤부터 애플은 AP 제조사를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로 옮기기 시작했고 결국엔 완전한 '탈삼성'을 이뤘다.

제조사를 바꾼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지만, 업계에선 TSMC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첨단 패키징 기술 '통합 팬아웃(Info)'이 파운드리 고객사에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았다. 삼성전자로선 파운드리 사업에서 첨단 패키징 기술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치게 된 뼈아픈 사건이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국내 반도체 업계의 화두는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이다. 반도체 전공정(설계부터 제조까지)에서 할 수 있는 기술 고도화가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후공정(패키징과 검사)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면 후공정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게 필수라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최첨단 패키징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업화가 이뤄지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선 외주 협력사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파운드리 고객사인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입장에선 후공정 작업을 믿고 외주를 줄 만한 경쟁력 있는 OSAT가 파운드리 협력사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느냐, 없느냐가 비용 절감 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문제는 시스템 반도체 강국인 대만은 파운드리와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외주기업(OSAT) 간 협력 구조가 탄탄한 반면, 한국은 OSAT 생태계가 열악하단 점이다. 한국은 메모리 위주로 반도체 산업을 키워온 탓에 상대적으로 후공정 생태계 육성에 대한 관심이 덜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로 삼성전자와 OSAT 기업의 동반성장이 중요하게 지적되는 이유다.

◇삼성도 하이닉스도 첨단패키징에 사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과 2020년 반도체 패키징 연구소가 있는 온양캠퍼스에 방문한 적이 있다. 패키징이 그룹 총수가 직접 챙길 만큼 중요한 문제가 됐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패키징 기술력은 얼마나 진화했을까. 2019년까지 삼성의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은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함께 맡아왔다. 특히 최첨단 패키징 기술인 패널레벨패키지(PLP) 사업은 삼성전기가 담당했다. 그러나 PLP 사업에 대규모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기술적으로 큰 진전이 없는 데다 전체 사업부 적자라는 결과로 이어지자 2019년 삼성전자가 양수했다.
삼성전자의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의 설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가 사업을 넘겨받은 뒤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태다. 삼성전기와 삼성전자가 2015년부터 개발을 본격화한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는 전기신호가 들어가고 나가는 입출력 단자(IO, Input Output)를 칩 바깥으로 빼내 고성능을 구현하는 패키징 방식이다. 반도체와 메인보드 사이 기판을 없애 생산원가도 낮출 수 있다.

삼성전자도 자사 갤럭시워치 등의 AP를 FO-PLP로 패키징하고 있으나 완벽한 기술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PLP 사업을 양수하면서 삼성전기의 개발 인력이 삼성전자로 옮겼는데, 최근 그 인력 일부가 다시 웨이퍼레벨패키지(WLP) 개발 쪽으로 재배정됐다"며 "FO-PLP 수율이 삼성전기에서 하던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자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역량이라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FO-WLP는 팬아웃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은 FO-PLP와 같으나 원형웨이퍼 위에서 하느냐, 사각형 패널에 칩을 옮겨서 하느냐의 차이다. 사각형 패널에선 버려지는 부분이 없고 한 번에 더 많은 칩을 패키징할 수 있다.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으나 기술 진입장벽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취임한 경계현 DS부문장(사장)도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경 사장은 취임 이후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 내 '어드밴스드 패키징 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메모리 반도체 주력인 SK하이닉스도 최근 미국에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술 진화 방향성은 '칩렛 이종접합, 3D'

첨단 패키징 기술의 진화 방향성은 분명하다. 다른 칩을 하나의 반도체처럼 이어 붙이거나 쌓아 올리는 이종결합, 3차원(3D) 패키징, 칩렛(Chiplet), SiP(System in Package) 등이다. 이들 기술 개발·상용화가 얼마나 잘 이뤄졌느냐가 미래 파운드리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그리고 이런 3D 패키징은 IO를 늘려주는 팬아웃(FO) 기술이 기반이 된다.

현존 기술로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라는 종류가 다른 칩은 한 칩처럼 쌓을 수가 없으나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데 주요 파운드리와 OSAT가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래야 메모리와 로직(시스템) 반도체 간 신호 연결이 더 빠르게 이뤄져 속도와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다.
*출처:SK하이닉스 뉴스룸

결국 적층 구조인 2.5차원(2.5D), 3D를 구현하는 게 핵심이다. 2.5D는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을 활용해 메모리는 적층하되 로직 칩은 메모리 위에 쌓지 않고 병렬로 배치한 뒤 한 칩으로 패키징한다. 여기에서 더 발전한 3D는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위로 쌓아 하나의 칩처럼 결합하는 기술이다.

이런 적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력이 FO-WLP, FO-PLP, TSV 등이다. FO-PLP 기술은 솔더볼(Solder Ball)이라는 범프(Bump)를 이용한 접합 방식인 플립칩본딩(Flip Chip Bonding)을 활용한다. 기술 로드맵은 범프를 사용하지 않고 미세한 구멍을 뚫어 위아래 칩을 연결하는 TSV까지 나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 패키징의 80%는 금과 구리 등으로 만든 가느다란 실로 반도체 단자와 기판을 연결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 와이어 본딩(Wire Bonding)으로 이뤄지고 있다. 첨단 패키징도 이제 초기 단계에 있단 얘기다. TSMC는 'SoIC'(System on Integrated Chip), 삼성전자는 'X-큐브' 등을 내세워 3D 패키징 기술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OSAT 어디까지 왔나

전문가들은 한국도 대만처럼 파운드리와 OSAT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분업화가 확실해 팹리스가 파운드리에 전공정을 맡기고 후공정을 전문 OSAT에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주요 OSA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외주 물량을 받아 성장해왔다. 연결회계 기준으로 하나마이크론이 국내 1위(작년 매출액 6695억원)다. 이어 SFA반도체(6411억원), 엘비세미콘(4962억원), 네패스(4184억원) 순이다.
*출처:YOLE(2021, 2020),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그러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한국 OSAT의 입지는 상당히 좁다. 세계 2위 파운드리 삼성전자 보유국임에도 10위 안에 드는 OSAT는 없다. 국내 1위 하나마이크론이 세계 11위 수준이다.

TSMC는 자국기업 ASE와 서로 시너지를 내며 성장해왔으나 국내에선 ASE와 견줄만한 기술력을 갖춘 OSAT가 없었다. 글로벌 팹리스들이 파운드리와 후공정을 TSMC와 ASE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비메모리 산업을 육성하려면 팹리스들이 한국에서도 파운드리와 패키징이 한꺼번에 가능하도록 'TSMC와 ASE' 외 다른 선택지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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