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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IPO]외부 변수에 HD현대 또 '백기'…시장 반응은2018년 회계 감리,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3高 현상에 악영향

박기수 기자공개 2022-08-01 13:47:22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1일 15:27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에 이어 이번까지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 철회 배경에는 외부 변수가 있었다. 상황이 좋을 때 IPO를 추진했다가 추진 과정에서 터져 나온 각종 시장 악재에 두 번 연속 백기를 들었다.

현대오일뱅크 IPO는 현대중공업그룹 중장기 경영 계획 이행에 있어 필요한 조각으로 분류된다. 작년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소 밸류체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현대오일뱅크가 수소 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5월에는 5년 동안 친환경 에너지와 디지털 전환을 양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5년간 총 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룹의 후계자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주사 대표이사 타이틀을 달고 처음으로 추진하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계획이기도 하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현대오일뱅크 IPO를 통한 자금 마련이 필수적이었다.

실무는 HD현대의 경영지원실 재무지원부문장이었다가 정 사장이 대표이사로 올라가며 경영지원실장으로 승진한 송명준 부사장(CFO)이 총괄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그룹 중장기 경영 계획을 비롯한 현대오일뱅크 IPO 작업은 지주사 대표이사이자 그룹 회장인 권오갑 회장을 비롯해 정기선·송명준 두 인물이 추진한 셈이다.

두 인물이 추진했던 2018년 IPO의 암초는 시장 상황 악화와 타사의 회계부정 의혹 이슈였다. 당시 4월 SK루브리컨츠가 적정 밸류에이션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상장 계획을 철회했고, 5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분식 의혹이 불거지면서 회계 감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도 종속기업-공동기업 관련 문제 등으로 당해 8월부터 금감원의 감리를 받다가 약 세 달 만에 경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감리 이슈도 있었지만 상장 과정을 밟는 동안 시장 분위기는 더욱 경색됐다. IPO 추진을 공식화했던 때와 비교하면 코스피 지수가 약 400포인트가량 빠졌다. 결국 현대오일뱅크는 IPO 계획을 보류하고 지분 약 20%를 아람코에 매각해 일부 자금을 수혈하는 방식을 택했다.

작년 IPO를 추진할 때도 시장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여전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었고, 코스피 지수는 3200대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도 상장 과정에서 대형 악재들이 터져 나왔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었고 올해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발발했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올해 5월 미국은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렸다. 환율도 13년 만에 1300원대를 돌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원화가 약세면 실적에 악영향을 받는 구조다.

금리·환율·물가가 치솟는 '3고' 현상 속에 시장 분위기는 단숨에 180도 바뀌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하이닉스는 각각 투자 계획을 보류하는 등 재계가 전체적으로 움츠리는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결국 권 회장을 비롯해 정 사장과 송 부사장은 IPO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오일뱅크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할 때만 하더라도 저금리 기조 속에 시장이 돈이 넘쳐나고 다른 기업들이 IPO를 하면 '대박'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라면서 "다만 요즘은 상장 후 공모가 대비 주가가 대부분 빠지는 등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상장 결과를 누가 보더라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고무적인 점은 있다. 환율은 올랐지만 고유가로 정제마진이 개선돼 올해 실적이 나쁘지 않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으로 7045억원을 기록해 전년(4128억원) 대비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현금 기준으로 보면 올해 1분기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현금흐름이 7399억원으로 전년 동기(5981억원) 대비 23.7% 늘어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 내부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철회의 한 요인"이라면서 "유동성 위기 등 재무 문제로 IPO를 추진했다기보다는 신사업 준비를 위해 상장을 추진한 것인데 준비 시기와 비교해 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상황이라 신사업 진출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번의 IPO 철회 결정을 내린 만큼 정기선 사장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의중은 명확해졌다. 무리한 자금 조달보다는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에 IPO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은 두 번 연속 상장 철회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IPO 주관사 관계자는 "2018년 한 차례 시장과의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IPO를 성사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라면서 "외부 요인으로 IPO가 무산됐다는 점이 주관사로서는 아쉬운 점"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두 번 연속 상장 승인을 내줬던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시장 참여자들이 현대오일뱅크가 추후 다시 시장에 나올 경우 시각을 좀 더 보수적으로 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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