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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는 지금]프리IPO 난항에 VC 회수 전략 '동상이몽'②증시 부진, 성장가도 벤처 '직격타'…VC, 'IPO→구주매각' 회수 전략 변화 감지

김진현 기자공개 2022-07-29 12:28:51

[편집자주]

왓챠는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시장에서 토종 벤처기업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자됐지만 최근 경영권 매각 등이 논의되며 위기를 맞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왓챠의 과거와 현재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7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벤처캐피탈들은 회수 전략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왓챠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역시 상장 시점까지 투자금 회수를 기다리는 대신 구주 매각을 통해 자금 회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는 올해 5000억원 가치로 프리IPO 투자 유치를 추진했으나 증시 부진으로 인해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시장의 경쟁 심화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위기를 기회로' OTT 연합전선 구축, 엑시트 기회 포착

넷플릭스를 필두로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비 등 글로벌 OTT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OTT 시장 플레이어들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0년에는 SK텔레콤이 웨이브와 티빙 합병을 제안했었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OTT 공세 속 국내 OTT 생존을 위해 연합전선 구축이 중요하다는 시각은 이미 업계에선 공감대가 형성 돼 있었다. 최근 CJ ENM의 OTT 티빙은 KT 계열 OTT 시즌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티빙의 시즌 합병 이후 OTT 통합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벤처캐피탈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국내 대표 토종 OTT 벤처기업인 왓챠 투자금 회수의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왓챠는 올해 상반기 프리IPO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초 증시 입성을 그려왔으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구주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시즌 합병으로 OTT 연합 분위기가 무르익은 시기를 적극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전략이다.

왓챠 투자금 회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투자사들이 IPO가 어려워지자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사들은 지난해부터 왓챠의 올해 증시 입성을 기대했다. 일부 투자사는 지난해 이미 부채를 낮추기 위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통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 기업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하기 위해서 투자사들은 종종 상장전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도 한다. 비상장 기업이 IPO를 하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PS)에 맞춰 재무제표를 작성해야하는 데 리픽싱 조항이 붙은 RCPS는 주가와 전환가액 차액만큼을 부채로 인식해야해서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원인이 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왓챠 사례와 유사하게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 회수를 추진하려는 케이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 밸류가 높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IPO를 통한 자금 회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사별 입장차, 지분 매각 동참이 '관건'

왓챠 투자사들이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회사마다 입장차는 존재하는 상황이다. 투자사들이 얼마나 동참하느냐에 따라 매각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왓챠의 창업주 박태훈 대표는 약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사들의 지분 매각 여부가 회사의 경영권을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인 만큼 VC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의 지분 매각 결정에 따라 회사 경영권이 넘어가는 만큼 매주 주주간담회를 열고 투자사들간 의견 청취와 조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훈 대표가 직접 원매자를 찾아나선 것도 경영권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본인 의사에 반하는 투자사에게 지분이 매각돼 경영권을 빼앗기는 것보단 경영권을 유지한 채 투자사들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서로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사마다 계약 조건은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대표 지분을 포함해 매각이 이뤄질 경우 대부분 투자사들이 태그얼롱 조항을 활용해 함께 엑시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대표가 지분 매각을 하지 않고 회사에 남는다면 투자사별로 조건에 따라 회수 득실을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사들은 왓챠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왓챠가 여러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새로운 자금이 수혈돼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지금처럼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며 "확실하게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는 여력있는 곳에서 인수를 하다면 성장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투자사들은 아직까진 자금 회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투자사들은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자금 회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왓챠가 추진 중인 여러 신사업 가운데 사업 연관성이 낮은 것들을 정리하고 본질에 집중한다면 중장기적으론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투자사 관계자는 "자금력 있는 대주주가 나타나 회사를 인수한다면 대표 이사 교체 후 창업주 지분 매각 제한 등 이해관계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당장 엑시트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보다 회사의 성장과 동행하는 게 더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증시 부진 상황이 어느정도 해소된다면 투자사 입장에선 더 유리한 조건에서 자금 회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왓챠는 지난해 시리즈D 브릿지 투자를 통해 3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상태다. 만일 지금 구주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면 왓챠가 프리 IPO를 통해 인정받으려던 5000억원 규모보다는 현저히 낮은 밸류에 자금 회수에 나서야 한다.

한편 왓챠측은 다각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고색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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