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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산은 회장 국회 발언이 불지핀 내부 혼란 [흔들리는 KDB산업은행]④국회서 '부산 이전' 재확인…구조조정·자본시장 이슈엔 함구

고설봉 기자공개 2022-08-08 08:12:20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본사 부산 이전 논의가 진행되면서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직은 분열되고 인력 이탈 조짐도 있다. 국가 기간산업의 보루이자 산업계 전반에 자금을 공급하는 산은의 핵심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더벨은 최근 산은이 겪고 있는 위기를 진단하고 부산 이전 등 현안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5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두고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과 직원들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치인 출신 강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조직의 수장으로 조직원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산은 내부의 불안감은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인사 및 조직개편 계획도 잡지 못하면서 산적한 현안 대응력도 약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HMM, 아시아나항공 등 수 년을 끌어온 기업 구조조정은 출구를 찾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

◇국회에서 다시 불붙은 '부산 이전' 갈등

강 회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 논쟁을 재점화 했다.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8년 목표로 부산 이전을 추진하느냐 묻자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답변했다.

또 “앞으로 이전을 왜 해야 하는지, 이전 과정 상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조직역량 약화를 막기 위한 방안 등은 무엇이 있는지 구성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의 국회 발언 이후 노동조합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노조는 강 회장이 취임한 지난 6월 23일부터 매일 아침마다 여의도 본점 로비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번 강 회장의 발언은 노조의 투쟁 명분을 한층 더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강 회장의 발언 이후 산은 직원들의 불만은 다시 커지고 있다. 산은 블라인드와 산은 직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각종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강 회장을 비난하고 정부의 산은 본점 이전을 반대하는 메시지가 대거 올라오고 있다. 한동안 소강기에 접어들었던 이슈가 이번 발언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강 회장이 부산 이전을 논의하자고 노조에 제안한 ‘소통위원회’도 사실상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부산 이전 논의를 전제로 한 소통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할수 있을 지에 대한 직원들의 회의론도 높아졌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회사 관련 각종 커뮤니티에서 부산 이전 반대와 강석훈 회장에 대한 비판을 담은 메시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부산 이전을 전제로 둔 소통위원회인데 거기서 어떤 논의를 할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도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부담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국회에서 산업은행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한국산업은행법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로 이슈를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 이전' 이슈에 묻힌 산업계 현안…메시지도 없어

강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부산 이전 이슈를 넘어 산은 현안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특히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쌓인 가운데 강 회장이 별다른 업무 지시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 시절 추진했던 기업 구조조정 이슈는 현재 출구 없이 표류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쌍용자동차 매각, HMM 구조조정 마무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등 산업계 굵직한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강 회장에 기업 구조조정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가 있었지만 추가 자료 검토나 구체적 업무 지시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인사 및 조직개편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강 회장은 지난달 22일 '2022년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비상경제대응체제 구축을 선포하며 "버려야 할 업무는 과감히 버리고 산은만이 할 수 있는 핵심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대안 제시 없이 변화만 강조하며 내부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번 정권 들어 수장이 교체된 금감원과 금융위 등은 발빠르게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을 다잡아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 산은은 타이밍과 명분도 놓치며 현안 경쟁력도 잃고 있다.

산업은행 한 직원은 “인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안 하고 현 체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없이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며 “모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조직 내 분위기는 한층 더 가라앉고 위기감도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산은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상반기에만 60명에 달하는 직원이 산은을 떠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권 채용 시장에선 산은 직원들의 대거 이탈을 예상해 발빠르게 우수 인력을 채용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HR회사를 중심으로 산은 직원들에 접촉하는 사례도 많다.

강 회장은 "부산 이전과 기업 구조조정 출구 전략, 자본시장부문 선진화 등 이슈를 어떻게 처리할 계획이냐"는 더벨의 질문에 “당분간 입장 표명이 어렵고 적절한 시기에 전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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