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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위기…산업은행, 세금 먹는 하마 될 것" [흔들리는 KDB산업은행]⑤조윤승 노조위원장 “부산 이전하면 핵심 기능 다 잃는다”

고설봉 기자공개 2022-08-09 08:09:13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본사 부산 이전 논의가 진행되면서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직은 분열되고 인력 이탈 조짐도 있다. 국가 기간산업의 보루이자 산업계 전반에 자금을 공급하는 산은의 핵심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더벨은 최근 산은이 겪고 있는 위기를 진단하고 부산 이전 등 현안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8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윤승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사진)은 역대 노조위원장 가운데 가장 강성으로 꼽힌다. 그는 원래 사측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산업은행 내에서도 애사심과 자긍심이 높은 인물이었다. 기업금융부문과 비서실 산하 홍보팀에 근무했다. 그가 이번 정부 들어 강성 노조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본점 부산 이전이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과 직원들간 갈등이 커지면서 조 위원장과 노조는 직원 편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직원들은 부산 이전이 정책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업무 비효율이 커질 것이고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등 핵심 기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윤승 노조위원장은 “부산 이전에 대한 직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데 노조위원장으로서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직원들은 이전 자체에 대한 정치적 반대가 아니라 정책적인 차원에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뿐더러 본원 경쟁력이 약화돼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현재 국가의 보조금 등 없이 자체 수익으로 운영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미래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은 직원들의 우려는 지극히 실무적이고 현실적인 평가에서부터 시작한다. 우선 산은이 담당하는 핵심 기능 대부분에서 네트워크가 무너지고 그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또 자금조달 측면에서 차질이 빚어지면서 기업금융 등 정책자금 집행 및 운영비용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위원장은 “네트워크가 생명인 금융산업의 특성 때문에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이전하면 산업은행의 자금조달 경쟁력은 악화할 것”이라며 “특히 산은이 주로 취급하는 신디케이션만 봐도 금융기관 간 네트워크가 경쟁력의 핵심인데, 부산에 동떨어져 있으면 각종 프로젝트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중 하나는 채권발행인데, 채권을 구매하는 주체들은 다 서울 여의도에 몰려 있다”며 “바이어가 다 여의도에 있는 셈인데 산업은행이 여의도를 벗어나는 건 수익원에서 도망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네트워크 상실로 인한 자금조달 위축은 기업금융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금융이 약화하면 산업은행은 산업계 전반에 지출되는 정책자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산업은행이 세금 먹는 하마가 되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산업은행은 공공 정책지원을 위한 대부분의 재원을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서 직접 벌어서 쓰는데, 부산 이전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기능이 축소돼도 정책자금 집행 기능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결국 산업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정부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금융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조 위원장은 “산업은행이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각 기업들의 실제 필요와 자금운용 안정성, 사업 전망을 수시로 살피지 않으면 자금 관리가 어렵다”며 “수도권에 대부분 기업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부산에서 서울을 오가며 실사하면 그만큼 내실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은 직원들의 이탈도 정부와 산은에서 우려하는 지점이다. 특히 몇십년에 걸쳐 고도로 훈련된 핵심인력들의 이탈은 산은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이런 인력들의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 이전이 진행돼 핵심인력 유출이 더 늘어나면 산은 기능 자체가 무너진다.

조 위원장은 “산업은행은 조달시장에서 투자은행(IB) 같은 역할을 하는데, IB업계는 다른 업계와 달리 특정 팀이나 특정 인력의 역량을 매우 중시하는 시장”이라며 “산업은행은 그런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는데, 부산 이전 과정에서 이들 중 일부만 이탈해도 자금운용에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조 위원장이 우려하는 지점은 팀 단위 이직이다. 그는 “보통 IB 업계에서는 이직을 할 때 몇 명이 팀처럼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산업은행 기업금융실 1개팀이 1조원 이상을 운용하고 있는데 몇 개 팀만 나가도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올해 들어 산은 직원들의 퇴직률이 급상승했다. 올 상반기 산은을 떠난 직원은 약 60여명에 달한다. 이는 2019년과 2020년 연간 퇴직자보다 더 많은 숫자다. 부산 이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동요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경쟁력 약화는 결국 산업은행 무용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산은 민영화 논란을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산은 안팎의 위기감은 더 커진다. 산은과 거래관계에 있는 산업계의 우려도 크다.

조 위원장은 “주요한 정책금융 대상에서 이탈하고 자금조달 시장에서 탈락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만약 산업은행이 채권발행에 실패하거나 몇 차례 예산에 적자가 발생하면 당장 정부와 국회에서 산업은행 무용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산업은행이 그런 과정을 거쳐 없어졌다”고 말했다.

산은이 자체 자금 조달 및 운용에서 실패하거나 민영화 등 과정을 겪으면 핵심 기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국회 등 승인을 거쳐 자금이 집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급박한 자금의 조기 투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영화가 되면 정책적인 판단에서 추진되는 국가 기간사업 등에 대한 지원은 아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조 위원장은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 국회 승인 없이 필요한 곳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이 있어 여러 번의 위기 가운데서도 기간산업을 유지할 수 있었고 전략산업을 육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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