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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숫자에 가려진' 엔데버콘텐트 가치

이효범 기자공개 2022-08-10 07:58:17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9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직은 손익이 미흡하다"

박천규 CJ ENM CFO(최고재무책임자)가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엔데버콘텐트(Endeavor Content)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CJ ENM은 올해 1월 미국 콘텐츠 제작사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했다.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한 조각의 퍼즐이었다. 인수에 들인 돈만 약 9200억원에 달한다.

엔데버콘텐트의 실적은 박 CFO의 말처럼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2분기 매출은 2246억원으로 전기대비 91%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62억원 발생했다. CJ ENM의 실적도 작년에 비해 부진했다. 영업이익이 496억원이었지만 순손익은 25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콘텐츠 산업의 특성과도 무관치 않다. 제작사 실적은 프로그램의 제작 상황, 공급(배급), 플랫폼의 픽업 시기 등에 따라 실질적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그래서일까. CJ ENM 주가는 공교롭게도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한 이후 큰폭으로 하락했다. 엔데버콘텐트 인수 공시를 실시한 지난해 11월 19일을 전후해 주가는 17만~18만원 수준을 넘나들었다.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최근에는 10만원 아래에 형성됐다. 주가가 시장의 평가를 읽을 수 있는 간접적인 지표라고 보면 엔데버콘텐트 인수 이후 CJ ENM은 상당히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나 주가 등 당장 드러나는 숫자들을 차치하면 엔데버콘텐트는 CJ ENM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핵심은 글로벌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북미, 남미, 유럽 등에 있는 거점이다. 특히 콘텐츠 제작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북미 시장에서는 주로 메이저 제작자와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콘텐츠 IP의 피칭(Pitching, 투자설명회) 등이 이뤄진다. 바꿔 얘기하면 아시아 등 비주류 시장 플레이어들에게 피칭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CJ ENM은 엔데버콘텐트 인수로 이같은 진입장벽을 허물었다.

동시에 더 큰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잡았다. 미국의 방송 영상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768억달러(221조원)로 국내 방송산업 매출 22조원의 10배에 달한다. 드라마 및 영화 제작비의 규모 차이도 10배 가까이 된다.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국내와 달리 미국 시장 공략을 통해 큰폭의 성장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CJ ENM이 1995년 신생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드림웍스에 3000억원을 투자한 사례는 유명하다. 당시에는 CJ 안팎에서 우려가 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도 큰 투자였다. 그러나 20년 넘게 지난 시점에서 보면 CJ그룹이 국내에서 독보적인 콘텐츠 사업자로 거듭난 계기였다. 엔데버콘텐트 인수도 이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십수년 뒤에는 CJ ENM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시킨 성공적인 투자 사례로 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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