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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주 '볕들 날' 기다리며 [thebell note]

신준혁 기자공개 2022-09-14 07:15:25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3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나 튼튼하게 지으려고 바닥만 다지나"

주식시장에서 뒷걸음질만 치는 건설주를 터파기공사에 빗댄 주주들의 한탄 섞인 목소리다. 수년째 주가가 지지부진한 탓에 건설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건설주가 바닥을 기는 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달 KRX건설지수는 616p로 집계를 시작한 2008년 755p보다 낮아졌다. 건설사 직원들 사이에선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아야 한다'는 공식이 전해내려올 정도다.

왜일까. 우선 발행주식수가 많다. 오랜 역사 속에서 유·무상증자를 거듭하며 덩치를 키운 탓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등의 발행주식은 약 1억주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4억주 이상을 찍어냈다.

반면 거래량은 적다. 최대주주인 총수기업이 지분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시중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렇다할 신사업이 없어 새로운 수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늘 호가거래가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장기 보유관점에서 접근해볼 만하지만 그렇다고 배당을 많이 주는 편도 아니다. 배당성향은 건설경기와 실적을 핑계로 매년 10%p 이상 등락을 반복했다.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수년째 무배당을 이어가는 중이다.

IPO시장에서도 매력을 잃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상장을 자진철회하며 쓴 맛을 봤다. SK에코플랜트는 앞선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상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청약 흥행을 낙관하기 어렵다. 포스코건설과 한화건설, 호반건설 등 차기 후보들은 매번 등장하는 상장설을 회피하기 바쁘다.

그랬던 건설주가 최근 크게 들썩였다. 원전 수주와 사우디 네옴시티 이슈에 힘입어 두달간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내에선 실적 발표와 부동산 정책 발표가 맞물리면서 상승흐름은 한동안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신사업 진출과 인적분할 이슈를 타고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고 분기배당을 들고 나와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신세계건설도 주주 권익을 위해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자이에스앤디는 자이씨앤에이 인수 효과로 540% 외형 성장을 이뤄 건설주 부흥에 한몫을 했다. 세계 10위 CM업체 한미글로벌은 네옴시티 이슈를 타고 13년 전 주가를 회복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건설업은 그 역사만큼이나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스토리도 길다. 핵심산업으로서 경제 기반과 인프라 형성에 기여했고 이른바 '대중주'로서 초기 증권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주가 관리를 요구하는 투자자의 외침에 스스로 귀를 닫았고 시장에서 외면 당했다. 보수적인 경영방식으로 인해 조달시장은 물론 채용시장에서도 매력을 잃은지 오래다. IT와 바이오로 인재들이 옮겨가면서 신사업을 주도할 창의적인 뇌가 부족해졌다.

이제 신사업 투자와 자사주 소각, 분기 배당 등 주가 부양과 투자자를 위한 쇄신안을 고민해야 한다. 건설주들이 다시 시장을 주도할 '볕들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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