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대 기업 '62%'가 대표·이사회 의장 분리 10곳 중 4곳은 대표·의장 겸임, '사외이사' 총괄 사례 22건
박동우 기자공개 2022-09-15 07:40:47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15:52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의제 가운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이사회를 인식하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 기능에 방점을 찍었는지, 혹은 사업 전략에 보조를 맞춰 의사결정을 촉진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췄는지 파악할 수 있다.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60% 이상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총괄하는 사례는 22건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대표적이다. 학계, 금융권, 관가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 의장으로 활약 중이다.
◇경영진 감독 방점, '크래프톤·하이브'는 창업자 의장
8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사의 2022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다른 기업은 31곳(62%)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에 반영된 항목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이사회에 의한 경영진 감독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며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기업 경영의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모범규준에 명시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0년에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첫 발을 뗐다. 올해 3월부터는 외환은행장,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지낸 김한조 사외이사로 배턴 터치가 이뤄졌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3월 이래 하영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수행해왔다. 하 이사는 금융권에 오랫동안 몸담은 인물로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을 역임했다. 지주사인 ㈜SK 역시 사외이사인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긴 사례는 7건으로 집계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카카오 △셀트리온 △고려아연 △크래프톤 △하이브 등이다. 삼성SDI는 작년 말 인사에서 기존 이사회 의장인 전영현 대표가 부회장으로 영전하고, 최윤호 신임 대표가 부임하면서 자연스럽게 분리가 이뤄졌다.
카카오는 올해 3월 김범수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자 김성수 CAC(Corporate Alignment Center) 센터장을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고려아연은 오너 2세인 최창근 회장이 이사회 의장 직무를 수행 중이다. 대표이사는 3인으로, 창업주 3세인 최윤범 부회장, 노진수 사장, 백순흠 부사장으로 구성했다. 크래프톤(장병규)과 하이브(방시혁)는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LG엔솔·현대차' 대표·의장 동일, 신속 의사결정 초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기업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사 가운데 19곳(38%)으로 나타났다. LG그룹 주요 계열사 4곳이 속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LG,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생활건강이 거론된다.
시가총액 2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작년 11월에 부임한 이래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2020년 말부터 1년간 재임한 신학철 초대 이사회 의장은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사회 의장으로서 직무를 수행 중이다. 지주사인 ㈜LG 이사회 의장은 그룹 총수인 구광모 대표이사 회장이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역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동일한 사례로 분류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자동차의 대표인 동시에 이사회 의장이다. 기아의 경우 송호성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모비스에서는 조성환 대표이사 사장이 이사회 운영을 총괄해왔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까지 맡는 배경은 무엇일까. 사업 분야를 재편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육성하려면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인식과 맞물려 있다. LG그룹은 배터리, 전장, 스마트 모빌리티 등에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해왔다. 현대차그룹도 로보틱스,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섹터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회사의 사업 전략에 부응해 과감한 결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이사회에 부여한 셈이다. LG화학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대표이사로서 이사회를 효율적이고 책임있게 운영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도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및 경영환경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함"이라고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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