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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어게인 2014' [thebell note]

이상원 기자공개 2022-09-19 13:58:05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영업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실적이 부진한 결과다. 임원 급여 20% 지급을 유보한 데 이어 업무추진비도 삭감했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다올투자증권도 전사적 차원의 비용절감에 돌입했다.

당장 적자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에게 위기 상황임을 알리고 선제적인 대응을 위한 결정이다. 이런 분위기는 점차 증권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증권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던 올해 초만 해도 여기저기서 ‘역대 최대’가 쏟아져 나왔다. 국내 모든 증권사 실적은 예외 없이 ‘역대급’으로 표현됐다. 증시 활황으로 거래 규모가 급증하며 수수료만으로도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여기에 초저금리와 코로나19가 불러온 풍부한 유동성은 기업들의 끊임없는 회사채 발행으로 이어졌다.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자금이 대거 몰리며 흥행이 계속됐다. 증권사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개막할 정도였다.

하지만 파티는 오래가지 못했다. 당장 올 1분기부터 ‘반토막’이 속출했다. 상반기 기준 일부 증권사는 적자 전환했다. 금리 급등에 채권평가손실이 확대된 탓이다. 회사채 미매각과 IPO 철회가 이어지며 피해를 키웠다. 3분기들어 시장이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마저도 잭슨홀 미팅 이후 채권금리가 다시 급등하며 사실상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인 칼바람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증권사가 활황에 채용을 확대하며 늘어난 인력은 이제 부담이 됐다. 초대형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곤 평균 200명씩 증가했다. 적어도 이만큼은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2014년 악몽'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업황 악화로 당시 약 4만명에 달하던 업계 종사가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약 4000명이 구조조정됐다. 8년만에 그때의 상황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파티는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증권사마다 내년 계획을 수립하며 수익성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은 없다. 소나기는 피해가라고 했던가. 몸집을 줄여 비용절감을 통해 위기를 넘기는 방법 뿐이다. '어게인 2014'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업계의 시선은 벌써 내년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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