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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능선 넘은 메가캐리어]진짜 싸움은 운수권보다 '슬롯'장거리 비행기 도입한 LCC 두 곳뿐…대한항공, 일부 선호슬롯 내줄듯

허인혜 기자공개 2022-09-21 07:38:11

[편집자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필수조건인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가 임박했다. 이제 남은 곳은 미국·일본·중국·EU 등 4개국. 더벨이 미국을 비롯한 4개국의 승인 여부를 점검하는 동시에 합병 9부 능선을 넘고 있는 대한항공의 메가캐리어 전략 등을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며 요구한 운수권 반납이 대한항공에게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진짜 싸움은 허브공항 스케줄표를 좌우하는 '슬롯' 배정이라고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슬롯 없이는 운수권을 따내도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중장거리 도전할 LCC 손에 꼽아…위협 적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승인하며 내건 조건은 일부 운수권과 슬롯 반납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며 독과점이 우려되는 노선에 한했다. 국내외 26개 노선 중 미국과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이 12개 포함됐다. 뉴욕과 로마, 런던, 파리 등이다. 이중 미주노선은 자유화 노선으로 슬롯 배분에만 해당한다.

합병 후 10년내에 신규 항공사가 취항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경우 통합 대한항공이 보유한 운수권과 슬롯을 재배분할 계획이다. 운수권은 특정 노선에 취항할 권리를, 슬롯은 시간당 이착륙할 수 있는 횟수를 뜻한다.

운수권을 반납하면 대한항공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리라는 전망이 쏟아졌지만 항공업계의 진단은 다르다. 중장거리 노선에 도전할 만한 국내 항공사가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LCC들이 이미 일본과 중국 등의 아시아권 단거리 노선에 강점을 띈 만큼 신사업으로는 중장거리 노선에 접근해야 승산이 있다. 하지만 체급상 가능한 항공사가 드물다.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과 중거리 노선을 넓히고 있는 티웨이항공, 내달 LA 노선에 취항하는 에어프레미아가 후보군에 든다. 제주항공은 보잉 B737-8 도입을 준비하는 등 단거리 노선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구축해 중장거리 운수권 확보에 도전할 가능성은 적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중 중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기종을 보유한 곳은 A330을 보유한 티웨이항공과 보잉 787-9을 갖춘 에어프레미아 뿐"이라며 "10년의 진입 유효기간을 줬지만 국내 LCC들의 재무건전성 등을 따져보면 장거리용 기종을 들여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인기 노선도 일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회비용이 충분치 않은 LCC가 다수 노선 취항을 타진하기보다는 선호 노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만약 10년간 운수권 배분을 원하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통합 대한항공은 해당 노선의 운수권을 현재 할당량만큼 계속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진짜 싸움은 슬롯…대한항공, 일부 선호 내주고 비선호 배분 받을 것"

외항사도 위협요소는 아니라고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1국 1대형항공사(FSC)가 보편화된 해외에서는 두 곳의 FSC가 있는 우리나라 대비 운수권 활용도가 낮아 이미 운수권 여유분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외항사가 신규취항을 원하면 자국의 운수권을 활용하면 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국적사가 쓰고 있는 운수권과 같은 양을 상대국에 배정하는데 운수권을 다 쓰지 않는 경우도 잦다"며 "예컨대 A국가와 10개의 운수권이 있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5편의 비행기만 띄워도 할당량을 소진하지만 FSC가 한 곳인 나라는 같은 기간 7편의 비행기를 운행해도 운수권이 남는 것"이라고 답했다.

통합 대한항공의 고민은 운수권 보다는 슬롯이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미 허브 공항들의 이착률 횟수가 꽉 차있는 상황으로 외항사들도 슬롯 배정이 어려워 노선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신규 항공사 취항이나 기존 항공사 증편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를 반납해 배분해야 한다. 통합 대한항공은 뉴욕과 파리 등 알짜 노선의 슬롯, 낮 시간대의 슬롯 등을 양보하고 비선호 슬롯을 배정받는 방법으로 공정위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에 결정적인 키는 슬롯"이라며 "통상 야간 비행보다는 주간 비행의 선호도가 높은 등 선호 슬롯 유형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선호 슬롯을 내놓고 비선호 슬롯을 배정받는 등의 양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허브 공항들은 이미 이착륙 횟수가 꽉 차있어 운수권이 있더라도 쉽게 운항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신규 진입자가 있다면 전향적인 관점에서 일부 슬롯을 양보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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