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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페인트의 변신]'75년 한우물' 도전...2차전지로 분위기 반전시킬까지난해 씨케이이엠솔루션 설립...올 4분기 TIM 본격 생산

이호준 기자공개 2022-09-26 07:39:19

[편집자주]

조광페인트는 국내 주요 페인트업체 중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가 페인트 쪽에 집중된 업체였다. KCC나 노루페인트 등 일찍이 다른 신사업에 진출한 경쟁사들과는 대비됐다. 그런데 최근 조광페인트가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뛰어들어 관심이다. 2차전지 소재의 시장 전망이 남다른 만큼 회사 주가 역시 급등하고 있다. 사업 확장을 위해 분투하는 조광페인트의 상황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1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광페인트는 지난 수년 동안 사업구조를 재편하느라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료업에 '올인'했던 과거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고 유망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해 초기 단계의 성장을 도왔다.

일련의 시도 가운데 터져 나온 조광페인트의 2차전지 소재 진출 소식은 상당히 의미 있다는 평가다. 조광페인트는 국내 페인트 업체 가운데에서는 유일하게 2차전지 소재 분야인 방열접착소재(TIM)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받는 도료업계에서 조광페인트가 성공적인 사업 확대를 이뤄낼 수 있을까.

◇도료 중심 2000억대 갇힌 매출...위태로운 수익성

조광페인트는 국내 목공용 도료 1위 업체다. 창업주 양복윤 회장이 1947년 설립한 조광페인트 공업사를 모태로 한다. 2016년 작고한 양성민 2대 회장에 이어 그의 3녀 중 셋째인 양성아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광페인트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343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올렸다.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하는 등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러한 실적은 모두 도료업에서 나왔다. 75년간 도료업 한 우물만 파왔기 때문이다. 목공용 도료뿐 아니라 공업용, 건축용, 분체용, 플라스틱 도료 등을 제조하며 페인트가 사용되는 다양한 도료 분야로 품목을 확장했다.

경쟁사들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이들은 일찌감치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국내 5대 페인트사(KCC(실리콘), 강남제비스코(합성수지), 삼화페인트(전자재료), 노루페인트(농생명) 가운데 그룹 및 회사 포트폴리오가 도료업에만 치중된 곳은 조광페인트가 유일하다.

도료업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건설경기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린다. 산업 자체도 성숙기에 접어들어서 혁신 제품 없이는 새로운 매출 확보가 어렵다. 도료의 원재료인 첨가제류 등은 고유가 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의 위험도 존재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결국 숫자다. 조광페인트의 매출은 2017년 이후 2000억원대에 갇혀 있다. 지난해 회사는 2385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지난 5년 동안의 매출 추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치다.

상반기 흑자전환했지만 수익성은 위태롭다. 조광페인트는 지난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매년 백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다가 지난 2018년 영업이익 1억원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2019년(-3억원), 2020년(-47억원), 2021년(-88억원)에는 아예 적자를 냈다.

(출처: 사업보고서)

◇방열 소재 TIM, 최종 목표는 점유율 '1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경쟁사들처럼 수익성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발굴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회사는 본업과 연관돼 있는 화학사업을 매개로 출발해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 했다.

도료업은 화학사업과 연관성이 짙다. 화학사업을 원천으로 도료를 생산할 뿐 아니라 실생활 속 휴대폰 배터리 및 2차전지용 배터리에 사용되는 접착제나 TV디스플레이, 판낼 등의 화학사업에 도료가 활용되고 있다.

다각화를 위한 시도는 지난 2018년부터 있었다. 경기도 군포에 연구소 이노센터(R&D 센터)를 짓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나섰다. 2019년과 2020년엔 촉매 신소재오와 코팅제 소재 연구개발을 위해 ㈜리포마에 19.05%, ㈜스메코에 23.04%를 출자했다.

물류 효율화 및 신사업에 대비한 공장부지 확보를 위해서도 돈을 들였다.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자기자본의 약 12.1% 규모인 210억원을 투자금으로 지출하며 물류창고를 신축하기도 했다.

특히 조광페인트가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 씨케이이엠솔루션은 사업 확장 스토리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업체로 꼽힌다. 씨케이이엠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되는 방열소재 TIM(Thermal Interface Material)을 만들고 있다.

TIM은 전기차 배터리 안정화의 필수 핵심 기술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배터리 셀이 여러 개 묶인 모듈, 그 모듈을 여러 개 묶어서 만든 팩으로 구성된다. 가동 시 엄청난 양의 전력이 유입돼 발열이 생긴다. TIM이 셀·모듈·팩 사이사이에 충진되면 열을 외부로 방출시켜 가열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특정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출처: 신한금융투자)

씨케이이엠솔루션은 지금까지 모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조광페인트 본업의 수익성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와중에도 전환사채 및 현금으로 약 230억원가량이 씨케이이엠솔루션에 이미 투입됐거나 투입될 예정이다. 19일에는 씨케이이엠솔루션의 약 15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시장 전망이 밝은 분야를 잘 파고들어간 셈이다. 씨케이이엠솔루션은 올 4분기부터 물량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SK온 등 배터리 업체와도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TIM은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2028년까지 연평균 12.5%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70억달러(약 10조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조광페인트 관계자는 "다른 회사들이 잡고 있는 것에 투자하는 것보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투자하기로 했다"라며 "생산과 동시에 수익이 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고 최종적으로는 이 분야 1위에 오르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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