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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임상 데이터를 전달하는 자세 [thebell note]

홍숙 기자공개 2022-09-27 13:11:40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6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혈액종양내과 의사는 시간을 버는 의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수술, 방사선치료 요법 등에도 효과를 보지 못 했을 때 암환자들은 혈액종양내과 의사를 통해 항암제를 처방 받는다. 해당 항암제의 임상 3상 데이터를 토대로 신중을 기해 대부분의 치료에 실패한 암환자들에게 적합한 항암제를 처방한다.

항암제 개발기업 입장에서 1차 고객은 의사다. 개발신약이 처방가능한 약제임을 '임상 데이터'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 우선 자신들이 임상의 지표로 삼은 '1차 평가지표'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이 효능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당 물질이 환자들이 복용해도 안전하다는 이상반응 등에 대한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임상 3상을 통해 1차 평가지표 달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면 규제당국(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 등)에 품목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임상 결과만으로 실제 임상현장에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널리 처방할지 가늠하긴 어렵다.

의사들은 단순히 1차지표와 안전성 데이터만으로만 고가의 항암제를 처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임상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과 유사한 이들을 대상으로 했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임상시험에서 다소 이상반응이 많이 나와도 의사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 해당 약제를 처방할 수 있다. 반대로 해당 이상반응 비율이 낮아도 암종에 따라 매우 치명적인 이상반응이라면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설명한 내용은 신약개발과 연관된 종사자(의사, 신약개발 기업 등)에게는 원론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몇몇 신약개발 기업은 임상 데이터를 소개하는 과정에서는 해당 내용을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해 전달한다.

신약의 안전성을 1차 지표로 삼는 임상 1상과 2a상에서 유효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매우 효과가 높은 것처럼 IR 활동을 펼치는 기업도 있다. 여기에 비교적 치료가 용이한 초기 단계 암환자를 임상에 다수 포함시켜 효능 데이터 수치를 의도적으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항암제는 대체로 초기 환자보다 말기 혹은 대부분의 치료에 실패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된다.

이와 함께 전혀 다른 조건에서 진행된 과거의 임상 데이터와 최근 진행한 임상데이터로 자사가 개발한 약제가 우수하다고 과장하기도 한다. 통상 과거에 진행한 임상데이터보다 유효성 지표가 개선돼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단순히 1차지표를 충족해 품목허가를 신청할 정도의 데이터로 마치 블록버스터 약물이 될 것처럼 IR 활동을 펼치는 곳도 있다. 또 1차지표 달성과 함께 치명적인 안전성 문제가 데이터로 나왔음에도 유효성 데이터만을 강조하기도 한다. 치명적 안전성 데이터에 대한 부연설명은 없다.

국내 신약개발 기업의 임상 데이터 발표의 목적은 주가 부양인가, 신약 후보물질의 처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인가. 이 질문에 어떤 기업이 자신있게 처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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