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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은 지금]고려아연 계열분리, 실현 가능성은①최씨 측 독립 움직임에 장씨 측 견제… 지분율은 장씨 우위, 이사회는 최씨 우위

강용규 기자공개 2022-09-30 07:42:33

[편집자주]

영풍그룹에서 잡음이 흘러나온다. 고려아연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떠오르는가 하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조업정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풍과 고려아연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신사업 행보가 주목받고 있으며 오너 3세 경영자들이 경영능력을 입증해가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도 함께 감지된다. 영풍그룹이 마주한 눈앞의 이슈들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7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그룹 계열사 고려아연에 재계와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잇따른 신사업 행보가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당면한 최대 이슈는 고려아연의 계열분리다.

영풍그룹은 그동안 장씨 가문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영풍과 전자계열사의 경영을, 최씨 가문이 고려아연의 경영을 도맡는 형태의 공동경영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최근 고려아연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씨 측에 우호적인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두 가문의 결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 한화그룹 투자유치와 3년만의 내부자 지분 매입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식은 9월 들어 26일까지 국내에서 기관투자자들이 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순매수액은 1216억원이다. 이러한 관심의 밑바탕에는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경쟁이 장기화할 시 주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8월5일 한화임팩트의 미국 투자 자회사 한화H2에너지USA는 고려아연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보통주 5%(99만3158주)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하는 지분투자를 실시했다.

한화H2에너지USA는 미국에서, 고려아연은 호주에서 각각 해외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그린수소를 확보하고 해외 생산 그린수소 및 암모니아의 국내 도입에서 협력하는 것이 파트너십의 골자다. 금속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신사업을 위한 재원과 든든한 파트너를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두 오너 3세의 친분이 이 투자유치의 밑바탕이 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부회장이 차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백기사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었다.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를 지내는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이 유상증자를 의결하는 이사회에 불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립을 암시하는 최씨 측의 행보에 장씨 측에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8월23~26일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가 고려아연 주식을 각각 5602주, 800주 장내매수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영풍그룹의 전자기판 계열사, 에이치씨는 장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컨설팅회사다.

두 회사가 사들인 고려아연 주식은 지분율로 따지면 0.03%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영풍그룹 계열사가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한 것은 3년여만의 일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영풍그룹 측은 계열분리와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8월 고려아연에서 나타난 일련의 지분 변동을 놓고 최씨 측의 우호지분 확보 움직임에 장씨 측이 한 차례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분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 지분은 장씨 우위, 최씨의 이사회 우위는 변수

고려아연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장씨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영풍을 필두로 장씨 측의 지분이 30.91%에 이른다. 반면 최씨 측의 지분은 한화H2에너지의 5%와 기존 투자자인 한화임팩트의 1.88%를 합쳐도 13.35%에 그친다. 두 가문 사이의 지분율 격차가 상당하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일반적으로 기업집단의 계열분리는 두 세력이 보유한 상대 세력의 계열사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씨 측이 고려아연을 들고 영풍그룹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한다면 장씨 측의 고려아연 지분을 받아와야 한다.

그러나 장씨 측은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의 고려아연 지분 매입을 통해 이를 허용치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합의에 따른 평화적 방식으로는 고려아연의 계열분리가 근시일 내에 실현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다만 최씨 측이 우호세력들을 결집해 표 대결을 불사하는 방식의 계열분리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려아연의 주요 경영안건들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최씨 측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화H2에너지의 투자유치를 의결한 이사회에서도 11명의 이사진 가운데 장 회장만이 불참했을 뿐 나머지 10명의 이사진은 모두 참석해 찬성의견을 냈다.

최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신사업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지휘하고 있다. 그린수소, 자원순환, 2차전지소재사업을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 3대 신사업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라면 미래를 내다보고 하나 혹은 둘쯤 투자를 확대하는 분야다.

이는 최 부회장에게 한화그룹 이외의 백기사 후보를 찾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백기사 후보를 실제 백기사로 맞이하기 위한 외부 투자유치는 이사회를 거쳐 결정된다.

최 부회장으로서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지분율 6.34% 규모의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자사주가 최씨 측에 우호적인 투자자에 매각된다면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함과 동시에 두 가문의 지분율 격차가 자사주 보유비율만큼 좁혀진다. 이 역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뤄진다. 최씨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계열분리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거대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영풍그룹은 고 장병희 창업주와 고 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영풍기업사를 공동 창업한 것을 시작으로 73년동안 두 가문이 공동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다만 2010년대 들어서는 두 가문이 결별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2013~2018년에 걸쳐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걸 영풍그룹 명예회장 등 최씨 가문의 오너 2세들이 그룹 전자회로기판 계열사 인터플렉스의 지분을 정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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