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0월 06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국정감사에 불려갔다. 10대그룹 총수 중 유일한 증인 소환이었다.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와 관련해 ‘역대급’ 규모로 예상됐던 태풍 힌남노의 9월6일 포항 상륙을 앞두고 포스코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와 앞으로의 복구 계획 및 미래 재난 대비책을 묻는 자리였어야 했다.그러나 여당 의원들의 타깃은 포스코가 아닌 최 회장이었다. 태풍 상륙을 앞두고 휴일 중 하루 골프를 친 것과 미술 전시회에 참석한 것을 문제 삼았다. 포스코의 재난대응체계가 태풍 상륙 일주일 전부터 가동되고 있었고 매뉴얼에 따라 상륙 당일 최 회장이 밤새 비상대기하며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 역시 포스코가 아닌 포항시를 겨냥했다. 함께 증인으로 불려 온 이강덕 포항시장에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의 직접적 원인이 된 냉천 범람의 책임을 물었다. 냉천이 1975년 유로 변경공사 이후로 50년 가까이 범람한 역사가 없는 만큼 포항시도 특별한 대비에 예산을 투입할 근거가 부족했다는 점 역시 중요하지 않았다.
최 회장을 향한 정부여당의 압력이 거세다. 전 정부 시절 포스코그룹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을 현 정부가 태풍 피해의 책임론을 들어 교체하려 한다는 시선이 이미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이쯤 되면 야당이 최 회장을 감싸고 포스코가 아닌 포항시에 책임을 묻는 것 역시 정치논리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 시장은 여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이다.
태풍 상륙을 앞두고 최 회장의 행보에 다소 오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치권에서 책임론을 들이대며 압박할 만큼의 과실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기업집단 총수에 예상 밖 재해 대비까지 만기친람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 뿐더러 포스코는 정치권이 주인인 기업이라고 볼 수도 없다.
포스코그룹의 최대주주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지분 8.3%를 가진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의 태생상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진 태생적 부채를 생각하면 역시 포스코는 '국민의 기업'이다.
포스코는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독립 축하금, 즉 강제징용 등 식민지 피해 배상금의 일부를 토대로 설립됐다. 박태준 초대 회장은 이를 ‘조상의 피의 대가’라고 했다. 조상의 피에 걸린 빚은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 8.3%와 달리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채무다. 포스코는 우리 역사와 국민에 영원히 상환해야 하는 빚을 지고 있다.
국민기업으로서 포스코의 의무는 산업의 쌀인 철강재를 국내 산업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일 터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할 일은 포스코가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포항제철소 복구 지원방안을 고민하는 일이다. 정치논리로 리더십을 흔드는 일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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