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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투자은행: 강의와 책 쓰기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11-07 15:14:31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7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외 로스쿨에서 ‘Investment Banking’ (IB)이라는 제목으로 (영어)강의를 한 지 이제 벌써 10년이 넘는다. 경영대 학생들도 많이 찾아온다. 이 강의는 필자의 다른 영어강의인 ‘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 (ICG)에 비해 수강 신청 학생 수가 두 배는 된다.

서울대 로스쿨에서는 영어강의 수강 필수 요건이 사실상 없어져서 그런지 예전보다 학생 수가 줄었다. 특히 학생들에게 힘든 학기인 2학기에 개설하는 ICG는 올해 처음으로 신청이 10인 아래가 돼 개설을 취소했다. 교환 외국 학생들을 포함하면 여전히 많은 수가 신청을 하지만 1년 방문하고 돌아가는 외국 학생들은 학업 집중력이 우리 학생들과 많이 달라 큰 의미가 없다고 여겨져서 ICG는 이제 그냥 마감했다.

대조적으로 이 IB 과목은 1학기 과목이기도 하고 해서 여전히 인기가 높다. 외국 로스쿨에서 개설하면 인원이 너무 많이 와서 정원 제한을 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한번 조사를 해보니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이 제목을 단 강의가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실무 근접성이 특징인 이 과목의 내용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시간이 흐를수록 실무에 대한 이해가 많이 낮아져서 계속 이 과목을 강의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결국 현장 전문가들이 아닌 로스쿨 학생들이 대상이기 때문에 첨단 내용보다는 기초가 중요하다고 생각돼 유지하기로 했다.

IB 수업에서는 교재가 책이 아닌 파워포인트 강의자료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서책 형태의 교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두 권의 권장 도서가 있다. (1) Investment Banking Explained (McGraw-Hill). 학생들과 입문자들에게는 최고의 책이다. 평생 메릴린치 등 IB에서 일했던 뱅커가(Michel Fleuriet) 간결하고 재미있게 핵심 분야들을 설명한다. 본인의 현장 경험이 그대로 다 들어있는 탁월한 책이다. (2) Investment Banking: Institutions, Politics, and Law (Oxford). 좋은 이론서다. 특히 투자은행의 경제적 의의를 설득력있게 소개한다(Alan Morrison, William Wilhelm, Jr. 공저).

학교에서 개설하는 IB 강의도 거의 없지만 입문이나 개론서도 이 외에는 이렇다 할 책이 없다. 해당 전문가들이 현업에서 너무 바쁜 모양이다. 필자의 경우 교수이기는 해도 오래전에 전문가 생활을 했고 우리 증권사 사장들이 모이는 금융투자협회의 이사회의 공익이사 경력 6년과 예탁결제원 파생상품위원회 위원장 경력 5년 등을 거쳐 현장을 조금은 안다. 맥쿼리인프라 사외이사 역할도 이제 4년 차다. 그 경험으로 책도 내고 강의도 한다. 2014년에는 더벨에서 ‘금융의 삼성전자’라는 책도 냈고 같은 2014년 박영사에서 처음 펴낸 ‘자본시장법이론’은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교수라는 직업의 특징은 본인은 매년 나이를 먹고 내공이 올라가지만 가르치는 학생들은 해가 아무리 바뀌어도 여전히 같은 연령대 같은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교수는 기본적인 내용을 평생 반복해서 가르치는 직업이다. 그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강의와 강의자료가 점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필자가 처음 IB를 강의했던 학생들은 변호사인 경우 지금은 다 대형 로펌의 중견들이 돼 있는데 당시의 강의자료를 보면 어떻게 이런 것을 가르쳤나 할 정도다. 그렇긴 해도 학생들은 그 수업이 좋았다고 회고한다. 지금 학생들은 선배들에 비해 자신들이 얼마나 잘 준비되고 좋은 자료로 수업을 받는지 모를 것이다.

필자는 ‘투자은행’이라는 제목의 우리말 책도 펴냈다. 더벨에서 2015년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제목과 관련해서 필자가 쓴 글들을 모은 것이어서 교재나 심지어는 전문가용으로도 그다지 적합한 책은 아니다. 분량도 지나치게 많다. 1117페이지다. 최소한의 독자적인 체계를 갖추려다 보니 필자의 다른 책과 중복되는 내용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절판시킨 상태다. 책에는 저자가 쓰고 싶은 내용을 담은 책과 독자가 필요한 내용이 담긴 책이 있는데 전자인 셈이다. 제목에도 걸맞고 독자, 특히 학생들에게 필요한 책을 다시 내고 싶은 생각이 끊이지 않아서 항상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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