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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보험사 전략 진단]독일계에서 중국계로…손바뀜 속 전략 사라진 ABL생명⑤알리안츠에서 안방·다자보험으로 대주주 변경…저축성보험계약 부담 속에 '수익성 개선' 총력

서은내 기자공개 2022-11-21 07:05:04

[편집자주]

외국계 보험사들은 한국 시장에서 선진 금융 제도, 상품, 영업 전략을 소개하며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켜 왔다. 본사 차원의 방향, 금융 시장 환경에 따라 철수를 결정한 곳들도 있었으나 현재까지 남아 체력을 과시하는 보험사도 있다. 더벨은 회사의 성패를 가른 '전략'을 중심으로 외국계 보험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7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BL생명의 이름에는 두 가지의 중의적인 뜻이 담겨있다. 첫번째는 'A Better Life(고객의 더 나은 삶)'이란 회사의 지향점을 의미하며 또 중국 안방보험(An Bang Insurance)을 지칭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회사명을 정할 때부터 이 두 뜻을 모두 염두에 뒀다고 한다. ABL생명은 동양생명과 함께 국내 외국계보험사 중 중국계로 분류된다.

현재 ABL생명의 가장 최우선 목표는 저축성보험 비중 줄이기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보유 중인 보험계약이 고금리의 저축성보험에 치중돼 왔다. 내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과 시가평가 바탕의 K-ICS 제도에서 이같은 구조는 회사의 건전성 및 수익성 지표에 큰 약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

ABL생명의 경영 전략을 파악하기 앞서 짚어볼 것은 현재 ABL생명은 주인의 자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외국계 자본에 인수 됐지만 대주주 차원의 명확한 경영 방향이나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수익성 우선'을 모토로 회사가 스스로 자체 전략을 강구하고 있으나 장기적인 비전을 힘있게 추진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최대 보험 그룹 알리안츠의 패착…저축성보험에 발목

히스토리를 좇아보면 국내 생보사 중 두번째로 오래된 곳이 ABL생명이다. 1954년 설립된 제일생명보험이 전신이다. 이후 제일생명보험은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1999년 독일 알리안츠 그룹에 인수, 편입됐으며 2017년 안방보험에 넘어가기 전까지 알리안츠생명으로 불렸다. 알리안츠그룹은 글로벌 최대 보험지주로 불린다.

ABL생명이 된 건 2017년 8월 알리안츠그룹이 알리안츠생명을 중국 안방생명보험에 매각하면서다. 안방보험은 비슷한 시기 동양생명도 함께 인수했다. 하지만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하고 ABL생명으로 이름을 바꾼 지 얼마되지 않아 중국 당국의 규제 대상에 올랐다. 결국 안방보험은 중국 금융당국의 위탁경영을 받게 된다.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가 된 ABL생명은 안방보험 구조조정을 위해 세워진 다자보험그룹을 임시 주인으로 맞이했다. 중국 정부가 2020년부터 다자보험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BL생명 대표인 시예저치앙(사진) CEO가 3연임 중이며 2019년부터 대표이사 자리를 맡아오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국계 보험사들은 아직 한국 시장에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아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다만 ABL생명은 과거 독일 알리안츠생명 시절 본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회사 경영을 지원했지만 당시 국내 시장 상황 등과 맞지 않아 제대로 된 결실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ABL생명은 현재까지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동안 이렇다할 전략을 펼칠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수익성 우선 과제, 제도변화 후 재무여력 높이기 관건

현재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ABL생명의 고질적인 문제는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에서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알리안츠가 국내 시장에서 크게 뜻을 펼치지 못하고 안방보험에 당시의 알리안츠생명을 넘긴 것도 저축성보험 위주 계약들이 쌓여있는 구조가 복병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이는 헐값매각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알리안츠그룹이 안방보험에 매각할 당시 매각가가 100억원에도 못미쳤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알리안츠 그룹에서 회사를 인수한 시점부터 저축성보험 계약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안방보험에 매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알리안츠는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외국계보험사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에서 IMF 직후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 시기에 활발히 영업했던 곳들은 대부분 고금리상품의 역마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반면 국내 시장에서의 사업개시 시기가 뒤늦어 다행히 그 시기를 빗겨간 곳들은 이런 문제에서도 피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IMF 직후 당시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대체로 고금리를 보장해주는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저금리 기조가 뚜렷해지고 국내에서 IFRS17 제도 도입 논의가 시작되면서 고금리 저축성보험 계약 규모는 회사 재무 여력과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

ABL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2018년 이후로 대부분 200%를 웃돌아왔으며 올해 3분기 말 기준 215.11% 보험업권 중에서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양호한 RBC에도 불구하고 규제 변화 부담을 고려하면 자본적정성 개선이 필요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한국신용평가는 ABL생명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면서 "저조한 수익성으로 인해 자본비율 유지능력이 낮고 적자 이력과 보험부채 적정성평가(LAT)에 따른 부채 추가적립으로 2015년부터 결손금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체질 개선 노력은 진행 중이다. 올해 2분기 처음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는 보장성보험 규모가 저축성보험을 소폭 앞질렀다. ABL생명 관계자는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려가며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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