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유동성 점검]대우조선, 말라가는 유동성…한화그룹 2조 절실①3분기 현금 작년 말 대비 61.5% 감소… 2조 수혈시 ‘돈맥경화’ 해소 가능
강용규 기자공개 2022-11-30 07:40:58
[편집자주]
국내 조선사들은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선박 발주의 슈퍼사이클을 통해 막대한 수주잔고를 쌓았다. 이 선박들의 건조가 시작될 시점이 왔다. 조선사는 자체 자금으로 배를 짓는 만큼 유동성이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사들이 잔고를 실적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더벨이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3일 16: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을 통해 현금 2조원의 유입이 예정돼 있다. 이 2조원의 유동성 확보가 대우조선해양에게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양(플러스)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현금 보유량 역시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 보유량(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이 1조15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44.9% 줄었다. 이 기간 단기금융상품을 제외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따지면 1조7790억원에서 6842억원으로 61.5% 감소했다.
조선사들은 대체로 건조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진입하고 있을 때 유동성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선박 건조자금의 투입량 증가분을 선수금이나 인도대금 등 현금 유입분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조량의 확대는 곧 실적 개선을 뜻하기에 이는 꼭 나쁜 시그널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는 영업활동 이외의 유동성 보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과 이자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업계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3분기 합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조1829억원에 이른다. 작년 말 대비 순수 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감소분이 1조948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 유출을 전혀 만회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 조선사라면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 유출을 투자활동이나 재무활동으로 만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어 현금 유출을 만회하는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더 큰 문제는 현금 유출이 이자부담의 확대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2조2723억원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의 이자발생부채는 2022년 3분기 말 3조566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유동비율은 86.8%에서 75.9%까지 낮아졌다. 단기 채무 대응능력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26년, 즉 4년 뒤 인도분의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 도크 슬롯의 여유가 많지 않아 수주 확대에 따른 선수금 유입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3분기 말 매출기준 수주잔량인 30조7320억은 작년 말의 18조9970억원보다 60% 증가한 것이며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시작하기 전인 2020년 말의 8조6405억원과 비교하면 3.6배에 이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우조선해양이 2023년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을 통해 2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3분기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에 현금 2조원을 더하면 유동비율은 95.8%까지 높아진다. 업계에서 가장 재무상황이 좋다고 평가받는 현대중공업의 94.9%을 넘어서게 된다.
관건은 매각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대우조선해양이 현금 유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지표상으로는 긍정적 흐름이 나타난다. 대우조선해양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올해 들어 1분기 -7258억원, 2분기 -2790억원, 3분기 -1781억원으로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2조9000억원가량의 한도여신(크레딧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아직 손을 대지 않았다. 원칙적으로는 유동성 위기가 도래할 때 이를 활용할 수 있으나 실제 가능성은 낮다고 여겨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곧 거래 실무작업이 시작된다”며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재무적 활동에 따른 기업가치의 변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거래 성사에 속도를 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대기업 프로스포츠 전술전략]전북현대, '돈방석' 기회 끝내 놓쳤다
- 골프존, 주가 하락에 발목잡혔나…GDR 분할 '무산'
- [Art Price Index]시장가치 못 찾은 퍼포먼스 작품
- 이익률 업계 톱인데 저평가 여전…소통 강화하는 OCI
- 대외 첫 메시지 낸 최창원 의장의 속내는
- KG모빌리티, 라인 하나로 전기차까지
- [이사회 분석]갈 길 바쁜 LS이브이코리아, 사외이사 없이 간다
- [캐시플로 모니터]현금창출력 저하 SK케미칼, 3년째 '순현금' 유지 배경은
- 발전 자회사 관리 맡은 윤병석 SK가스 사장, SKMU 의장 겸직
- [LG화학의 변신]배터리 사업 분할 이후 4년, 뭘 얻었을까
강용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보험경영분석]ABL생명, 투자부문 금리효과에 흑자…진짜는 '회계효과'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에이스손보, 지급여력비율 개선의 이면 '계약감소'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AIG손보, 장기보험 비중확대 전략의 양면성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카카오페이손보, 아직은 회계관리보다 '사업확대'
- [보험사 GA 열전]라이나원, 처브그룹 부분적 제판분리는 성공할까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처브라이프, 안정적 평가에도 킥스 경과조치 신청 이유는
- 고비 넘는 MG손보 매각, 예보 "예비인수자 모두 적격"
- [이사회 모니터]BNP파리바-신한금융 합작경영 상징 '이사회 쿼터'
- [보험사 GA 열전]삼성보험 GA 2사, 화재 매출우위 속 적자탈출 고민
- [보험사 GA 열전]AIG어드바이저, 손보 유일 제판분리의 성공적 안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