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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이별하는 한가지 방법

문누리 기자공개 2022-12-01 09:58:27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9일 08:1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은 생활 곳곳에서 디지털 발전의 속도보단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난다. 그와 동시에 불편한 행정 절차로도 유명하다. 예컨대 전출, 전입신고만 봐도 우리나라에선 온라인으로 가능한 반면 일본에선 직접 서류를 떼와야 한다. 그나마 우편 송달까진 허용해주지만 이 또한 수일이 걸린다.

불편해보이기 그지 없지만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우리나라 제도 중에도 이렇게 불편한 제도가 30년간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바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다.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투자를 처음 시작하려면 사전등록제를 통해 개인정보를 금융감독원에 전달하고 며칠 기다려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 한 주만 구매하려고 해도 동일한 등록증 발급 절차를 밟는다.

이마저도 개인 자격으로 접수하려면 직접 국내에 방문해 오프라인 접수를 해야 한다. 외국에 있는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 시작조차 못하는 구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등록증을 발급받은 뒤에도 매매하는 모든 거래건을 금융당국이 직접 들여다보고 관리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빅브라더'에게 실시간 감시받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다.

국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는 1992년 외국인에게 국내 상장주식 투자를 허용하면서 도입됐다. 당시 국내 시장을 처음으로 외국에 여는 만큼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긴 했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이 코스피를 기준으로 1992년 초 610에서 현재 2400까지 4배 이상 성장할 동안 외국인 투자제도가 전혀 변동이 없었다는 점은 일말의 개선 노력도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베트남, 인도,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선 우리처럼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다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국가 안보 분야 등 기업에 대해서만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나머진 자유롭게 하고 있다.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걱정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오기 위해선 선진국 방식의 투자제도를 도입하는 게 가장 유리해 보인다. 다행히 금융당국도 이 같은 니즈를 읽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께 외국인 투자제도 개선방안을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급한 변화에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당장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그동안 관리하던 외국인 매매건 모니터링까지 중단하게 되면 불공정거래 등도 삽시간에 퍼질 수 있다.

특히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외국인 고빈도매매업자들이 늘게 되면 각종 사건사고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미리 방어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시스템까지 보완해야 한다.

30년간 국내 시장 출입문 역할을 하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와 아름답게 이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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