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삽 뜬 대체거래소]'오래된 미래' 대체거래소, 10년만에 빛 본다①내년 3월 예비 인가 신청...사업성 확보 여전히 '숙제'
안준호 기자공개 2022-12-02 07:02:11
[편집자주]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대체거래소)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간 ATS 관련 논의는 독점 체제 해소라는 명분과 사업성 확보라는 현실 사이 어딘가에서 좌초를 거듭해왔다. 9년간 도입 논의가 이어지며 누적된 쟁점들도 적지 않다. 더벨은 내년 예정된 예비 인가를 앞두고 ATS의 독자 생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짚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30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와 경쟁 체제를 이룰 ATS 설립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예비 인가 일정은 내년 3월부터다. 이르면 오는 2024년부터는 거래소 독점 체제가 깨질 전망이다.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체거래소 준비 법인 '넥스트레이드'도 최근 창립 총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근 증시 호황이 이어지며 ATS 사업의 '매력'이 올라가자 참여를 망설이던 증권사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ATS가 실제 출범하기 까지는 아직도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잠재력은 확인됐지만 사업성을 확신하기란 어려운 상태다. 넥스트레이드 이외에 ATS 사업을 검토하던 사업자들도 발을 빼는 분위기다.
◇지지부진하던 대체거래소, 증시 호황과 함께 '재점화'
ATS는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과 함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 이후 9년이 흐르는 동안 도입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간헐적으로 존재했지만 매번 동력을 잃었다.
거래소의 반대, 금융당국의 규제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됐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사업성에 있었다. 한국거래소는 민간 회사지만 공공기관 이상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 전산 시스템 구축과 시장 안착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중장기적 사업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 2019년 이후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외 증시가 대호황을 맞이하며 ATS 사업 추진에도 다시 동력이 생겼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ATS 도입 논의가 재점화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라며 "그 즈음부터 주식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증권사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를 통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연간 거래 규모는 지난 2019년 약 4경5752조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승장이 시작된 2020년 거래량은 11경4158억원으로 늘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13경5336조원으로 2019년 대비 세 배 가량 증가했다.
암호화폐 대중화와 함께 대체불가능토큰(NFT), 증권형 토큰 등 가상 자산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분 것도 힘을 보탰다. 향후 일부 가상자산이라도 대체거래소를 통해 이뤄질 경우 파괴력은 클 전망이다. 금투협 역시 증권형 토큰을 시작으로 거래상품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쳐 왔다.
◇한국거래소와 '차별화' 관건...설립 계획 유보하는 곳도 나타나
ATS의 앞길에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이나 거래대금 증가와 무관하게 한국거래소와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 것이냐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통상 ATS 도입으로 인한 편익으로는 거래 수수료의 감소, 호가가격단위 세분화 등이 거론된다. 그런데 이미 한국거래소의 수수로는 주식 거래대금의 0.0027%로 글로벌 시장 최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호가 단위의 조정 역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내년부터 거래비용 축소를 위해 증권·파생상품시장의 호가가격단위를 축소할 예정이라고 지난 1일 밝힌 상태다. 단순히 수수료 등 가격 경쟁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증권형 토큰 등 가상자산 거래 역시 ATS의 전유물로 볼 순 없다. 한국거래소 역시 전략기획부 산하에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해 증권형토큰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 주도로 열린 '증권형 토큰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향' 세미나에서도 한국거래소에 디지털증권 시장을 추가 개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실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설립을 유보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연초 ATS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던 피에스엑스(PSX)는 대체거래소보다는 투자중개업 인가 획득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설명회에도 참석했지만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로선 금투협 중심의 넥스트레이드만 ATS 후보로 남은 셈이다.
비상장 주식 중개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을 운영하는 피에스엑스(PSX)는 지난 2월 '부산대체거래시스템 및 핀테크 엑셀러레이팅센터 준비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김세영 PSX 대표는 "예비 인가 접수 시점은 나왔지만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익 모델을 고민해보고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며 "당분간은 스타트업 특화 증권사 설립을 위한 투자중개업 인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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