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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약물로 보는 K-신약 개발]화학항암 의존하던 난소암, 제줄라·린파자 등장으로 전환점①난소암 첫 유전자 표적 약물 'PARP 억제제'…일동제약·제일약품, 적응증 확장 전략

홍숙 기자공개 2023-01-30 13:14:05

[편집자주]

글로벌제약회사의 약물은 이미 임상 현장에서 널리 처방되고 있다. 이들 약물은 미충족의료수요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들 약제가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고, 유사한 기전의 약물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전략을 점검해 본다. 이와 함께 임상 현장에서 약제를 처방하는 임상의들의 의견을 통해 글로벌 신약의 가치와 국내 R&D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7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난소암은 여성이 앓는 고형암 중 치료 예후가 나쁜 암종이다. 암의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조기 진단법이 확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난소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암의 전이가 이뤄진 3기 이후에 진단이 이뤄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난소암은 화학항암요법과 수술 외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기본 치료법 이후 재발이 이루지면 마땅한 치료 선택지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BRCA 변이 등을 타깃으로 하는 PARP 억제제가 등장했다.

해당 약물은 아스트라제네카와 MSD가 개발한 린파자(Lynparza)와 다케다와 GSK가 개발한 제줄라(Zejula)다. 린파자와 제줄라는 난소암 뿐만 아니라 췌장암, 전립선암 등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린파자와 제줄라의 2021년 매출은 각각 27억5000만달러(약 3조3844억원), 3억9500만달러(4860억원)이다. 두 제품 모두 전년대비 5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며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다.

◇BRCA 변이를 타깃으로 한 최초의 난소암 표적치료제 '린파자'

린파자는 2014년 난소암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으며 최초의 PARP 억제제 타이틀을 얻었다. 이를 통해 린파자는 PARP 억제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2019년 기준 린파자의 글로벌 매출은 1조8103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1년에는 3조원을 넘어서며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린파자가 이처럼 출시 5년만에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데는 특정 암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했기 때문이다. BRCA 변이는 난소암에서 매우 중요한 유전자 지표(바이오마커)다. 미국종합네크워크(NCCN)이 발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BRCA 변이가 난소암의 발병위험이 높은 것으로 규명됐다. 때문에 각국의 임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BRCA 변이 진단 검사를 시행할 것으로 권고된다.

이런 임상 지침에 발맞춰 아스트라제네카는 BRCA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를 타깃으로 최초의 난소암 표적항암제 '린파자'를 시장에 출시했다. 특히 난소암은 암종의 특성상 재발률이 85%로 매우 높은 편이다. 린파자는 이러한 질환의 특성을 반영해 재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이후 린파자는 난소암을 넘어 BRCA 변이가 다수 발견되는 유방암과 치료제가 제한적인 췌장암과 전립선암에서도 품목허가를 받으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 난소암 환자들의 처방 범위를 넓히기 위해 BRCA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도 임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신약개발 임상 전문가는 "특정 유전자를 타깃으로 신약개발을 속도롤 높임과 동시에 적응증이나 유전자 범위를 넓혀 시장을 확장해 나갔다"며 "이는 신약개발에 매우 유효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넓은 환자 처방을 무기로 등장한 후발주자 '제줄라'

린파자에 이어 후발주자로 등장한 제줄라는 차별점이 필요했다. 제줄라의 차별점은 바이오마커(BRCA 유전자)와 무관하게 처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제줄라가 품목허가를 받음에 따라 BRCA 변이에 관계없이 PAPR 억제제를 난소암에 처방할 수 있게 됐다.

2019년에만 해도 BRCA 변이가 없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PARP 억제제는 없었다. 난소암에 사용할 수 있는 PARP 억제제는 있었다. 하지만 이는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의 2차 이상 유지요법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2020년 제줄라가 1차 유지요법에서 허가를 받으면서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모든 난소암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PARP 억제제 치료 옵션이 생겼다.

국내 대학병원 임상의는 "제줄라(니라파립)는 BRCA 변이와 관계없이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제"라며 "거의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임상적 위치를 점한 부분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제줄라 역시 췌장암 등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1일 1회 복용이 가능하도록 생체 이용률을 높이며 기존 치료제 대비 복용 편의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신약개발 임상 전문가는 "제줄라는 PARP 억제제 중 기존 치료제 대비 차별점을 수립해 임상에 반영한 약물"이라며 "모든 유전자 변이 환자를 타깃으로 기존의 언멧니즈를 충족해 개발한 약제"라고 평가했다.

◇PARP 억제제로 난소암 아닌 다른 적응증으로 도전장 낸 일동제약·제일약품

국내에서는 일동제약과 제일약품이 적응증 확장과 병용요법 전략 등을 토대로 PARP 억제제 개발에 나섰다. 일동제약은 아시아에서 유병률이 높은 위암을 타깃으로 신규 시장을 개척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위암의 특성상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를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대학병원 교수는 "지금 국내사에서 연구하는 파이프라인은 (단독으로) PARP 억제제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PARP 억제제를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약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또 내성을 줄일 수 있는 병용요법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아이디언스를 통해 PARP 억제제 베나다파립(IDX-1197) 임상 1b상을 미국과 중국에서 진행 중이다. 작년에는 베나다파리립에 대해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으며 세금 감면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회사는 2026년 품목허가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성구 일동제약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작년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베나다파립은 최대항암효과를 나타내는 혈중농도까지 용량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암종, 병용요법을 통한 효능 강화 전략으로 개발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사장은 "라이선스 아웃과 우리가 품목허가까지 하는 투트랙 전략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일약품은 뇌졸중을 타깃으로 PARP 억제제를 개발 중이다. 제일약품은 JPI-289를 통해 뇌세포의 사멸을 막는, 보다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뇌졸중 환자는 혈전용해제 tPA가 주로 처방된다. 아직까지 뇌에 혈전을 제거해 주는 약제만 있을 뿐 근본적으로 손상된 뇌를 치료하는 뇌졸증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제일약품은 JPI-289를 통해 뇌세포의 사멸을 막는 보다 근본적인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2013년 국내 임상 1상을 시작해 현재 국내에서 임상 2a상을 완료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PARP 억제제는 이미 항암제로는 승인을 받은 약제가 있지만 뇌졸중에서는 승인된 약물이 없다"며 "제일약품이 해당 파이프라인으로 뇌졸중 치료제로 승인을 받으면 혁신신약(first in class)이 되겠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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