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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현대글로비스, 배당 상승폭 50%까지 높인 이유는①'실적 무관' 전년 배당금 기준 정책 유지, 정의선 회장 최대 2030억 가능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07 08:19:15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1일 14:5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당금 인상 상한선을 대폭 확대한다는 의미는 앞으로 파격적인 배당도 가능하다는 예고다. 현대글로비스는 새로운 배당정책을 고지하는 한편 변화의 첫 해부터 배당금을 전년대비 50%나 인상했다. 3개년 계획인 점을 감안하면 배당금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비스 배당정책의 독특한 점은 기준점이다. 실적과 연동되는 배당성향 등을 기준치로 삼지 않고 전년도 배당금 대비 상향 목표를 정했다.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배당금은 높이겠다는 뜻을 명문화한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인 점을 상기해보면 의미가 적지 않다.

◇전년 배당금 대비 최대 50% 확대 예고…'적자나도 높인다'

현대글로비스가 이달 발표한 3년치 배당정책은 '5~50%'로 요약된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전년도 주당배당금(Dividends Per Share) 대비 5~50%씩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19년부터 3년치 배당정책을 미리 수립해 발표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을 대상으로 한 배당정책은 전년도 주당배당금 대비 최소 0~10% 상향이 목표였다. 2019년에는 전년대비 6% 오른 3500원으로 정했다. 2020년에는 동결됐고 2021년 또 한차례 인상돼 3800원이었다.

통상 기업들의 배당정책은 실적과 연결되는 배당성향이나 현금흐름을 기준치로 잡는데 현대글로비스는 배당금을 지표로 삼았다. 새로 발표된 3개년 계획은 하한선이 5%다. 전년보다 실적이 감소하더라도 배당금은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배당금 대폭 인상은 이미 이뤄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연말결산부터 배당금 상향 상한선의 최대치를 적용했다. 작년 결산 배당금은 2021년 대비 50% 확대된 주당 5700원으로 결정됐다. 총배당금액은 2138억원으로 전년 1425억원 대비 700억원가량 늘었다.

이번에는 호실적의 명분이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1928억원으로 52.3% 늘었다. 배당성향도 17.92%로 평년대비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올해와 이듬해의 성과에 따라 배당성향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2년 연속 배당금을 꼭 늘려야 배당정책 목표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글로비스가 당기순이익과 관계없이 배당금 규모를 동결하거나 상향한 것은 배당정책을 수립한 뒤의 일은 아니다. 2005년 첫 배당을 시작했을 때부터 매해 배당금을 올리거나 동결했고 내린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그 사이 현대글로비스의 실적이 우상향만 했느냐면 그렇지 않다. 2014년 5362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2015년 3770억원으로 내렸지만 주당 배당금은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오히려 올랐다.

실적과 무관한 배당정책을 펼치면서 배당성향은 오히려 들쭉날쭉하다. 당기순이익은 내렸는데 배당금이 높아지면서 배당성향이 13.99%에서 29.84%로 두배 이상 뛰었다. 2017년~2018년의 배당성향도 마찬가지로 16.53%에서 28.30%로 크게 늘었다. 당기순이익이 6805억원에서 4374억원으로 하락했지만 배당금은 3000원에서 3300원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정의선 회장, 3년간 최대 2030억 배당 받는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3개년 배당정책을 발표하며 '안정적 배당'을 배당정책 배경으로 밝혔다. 안정적 배당정책의 기본적인 목표는 주주가치 제고다.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했을 때 가장 많은 수혜를 받는 대상은 대주주고,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비중은 20%다. 주식 수로는 749만9991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당 5700원의 배당금을 받을 때 정 회장이 받을 총액은 약 427억5000만원이다. 비중으로 역산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배당금총액 2138억원 중 5분의 1이 정 회장에게 지급되는 셈이다.

만약 배당금을 3년간 매번 최대치로 올린다면 정 회장이 가져갈 이익은 얼마일까. 정 회장의 지분과 현대글로비스의 총 주식수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올해 말 최대치로 책정할 수 있는 금액인 주당 8550원을 보유주식 수로 환산하면 약 641억2500만원이다. 이듬해인 2024년에도 같은 조건 하에 50%를 가산한다면 주당 1만2825원을 배당할 수 있는데, 정 회장에게 떨어지는 총 배당금은 961억8700만원 가량이다. 3년치 배당금만 합산해도 최대 2030억원을 웃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건다면 현대글로비스가 중요한 곳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난해 3분기말을 기준으로 현대차의 지분 5.33%, 현대모비스 지분 7.17%를 보유하고 있다. 31일 기준 오전 주가로 계산한 지분가치는 현대차가 약 1조9000억원, 현대모비스가 약 1조4000억원 수준이다. 상속세 최고세율과 대주주 할증을 더해 물어야할 세금 비율이 60%다.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 축이 정 명예회장의 현대차, 현대모비스 지분 상속이라면 필요한 상속세는 약 1조9800억원이다. 주가 흐름에 따라 2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의 든든한 배당금에 더해 고배당 정책으로 주가도 뛸 경우 추가적인 재원 마련도 가능해진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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