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3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 헤지펀드 운용사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이 시장에 회자되고 있다. '비통함과 속상함, 깊은 죄송스러움' 등의 표현이 넘쳐나는걸 보면 수익률 악화로 인해 마음고생이 꽤나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에 대한 과몰입을 반성하고 초심을 찾겠다고 다짐을 거듭하는 문장속에는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점철된 편지지만 요약하자면 운용 실패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로 축약할 수 있다.이 운용사는 작년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한 차례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발송했던 곳이다. 당시에도 수익률 저하에 대한 죄스러움을 편지에 담아 운용보고서와 함께 보냈다. 값싼 감정에 호소하는 편지로 투자자들의 노여움을 달래기는 역부족이다. 운용사는 숫자로 자신들의 성과를 입증하면 된다.
지난해 주식과 채권을 비롯한 전통자산 뿐만 아니라 대체자산 할 것 없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모든 운용사들이 고난의 시기를 관통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했던 변동장세임에도 불구하고 호기롭게 투자를 확대한 이 운용사의 사례는 과연 펀드란 무엇인가 다시금 되돌아 보게 만든다.
사실 개인들도 자신만의 투자 원칙만 확고하다면 수익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시의적절한 판단과 실행력이 떨어지니 돈을 벌지 못할 뿐이다. 익절 구간과 손절 구간을 설정해 대응해야 하지만 상승장에서는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욕심에 주저하고,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본전에 대한 미련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이 바로 펀드다.
따지고 보면 펀드 비즈니스는 상당히 단순하다. 직접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대신 전문가에게 맡겨 내 돈을 안정적으로 굴리는게 목적이다. 투자자 본인이 갖고 있는 금융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기민하게 치고 빠지는 기술도 없다면 수수료를 일부 떼어주고 매니저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 속편하다. 이것이 바로 펀드의 본질이다.
물론 펀드매니저가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점쟁이가 아닌 이상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 침체기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핵심은 변동성 관리다. 상승장이건 하락장이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 펀드의 본질에 더 가까운 운용사라는 얘기다. 펀드의 수익률이 롤러코스터 그래프처럼 들쭉날쭉하다면 모든 리스크를 감내하고 스스로 투자를 책임지는 개인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불꽃처럼 한순간에 피어올랐다가 차갑게 사그라지는 운용사들이 종종 목격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따라서 운용사가 펀드를 제대로 굴리지 못해 수익률이 박살난 것도 문제지만 시장 수익률을 크게 초과하는 대박을 냈다고 하더라도 마냥 박수칠 일은 아니다.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경험했던 2021년에 이어 침체로 시름했던 2022년이 지나고 나니 연초부터 증시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바닥론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지만 아직 확신을 하긴 이르다.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경험하고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 지금, 꾸준함으로 승부할 수 있는 운용사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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