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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프로파일]30년 부동산 '외길' 조병헌 KB증권 IB3총괄본부장사회생활 첫발 건설사, 신탁·운용 거친 '베테랑'...막막하던 둔춘주공 PF 성공시킨 장본인

이상원 기자공개 2023-03-06 13:17:47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병헌 KB증권 IB3총괄본부장은 '은둔의 고수'로 통한다. '부동의 1위' 부채자본시장(DCM)과 지난해 사상 첫 선두에 오른 기업공개(IPO) 부문에 비해 그의 조직은 화려하지 않다.

어쩌면 튀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이 반영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KB증권 부동산금융이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기까지 그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다.

건설사에서 개발업무를 시작으로 신탁사, 운용사, 증권사까지 지난 30년간 커리어는 부동산 외길이다. 오랜 업력 만큼이나 '베테랑', '마당발'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지난해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노하우는 빛을 발했다. 그 결과 KB증권내 유일하게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았다.

조 총괄본부장은 지금은 시장이 어려움 속에 있지만 후배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제 후배들이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조직과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다.

◇성장 스토리 : 30년 산전수전 끝에 탄생한 업계 '최고 베테랑'

조병헌 IB3총괄본부장(사진)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후 1990년 공채로 현대그룹에 입사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계열분리 이전인 만큼 현대그룹에 입사하면 계열사로 배치받던 시기였다.

그는 현대산업개발로 배치받았다. 부동산 업계에서 그의 커리어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 후 10년간 사업개발팀에서 경력을 쌓다 2001년을 맞았다. 리츠가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되던 시기였다.

조 총괄본부장은 국내 1호 리츠 자산관리사를 만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곳에서 설립한 하나다올신탁의 신탁사업본부장을 맡았다. 2007년에는 하나다올자산운용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업계에 발을 내딛은 지 17년만에 부동산 개발부터 리츠, 신탁, 운용까지 섭렵했다.

그로부터 2년후 PFV AMC인 ㈜니드에셋을 설립하며 또 한번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힘든 시기를 경험해 봐야 대처할 능력이 생긴다는 업무 철학이 확고해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2013년 현대증권에서 부동산금융 사업을 시작했고 추천을 받아 당시 윤경은 사장과 면담을 거쳐 합류하게 됐다. 2016년말 현대증권이 KB증권과 합병으로 자연스럽게 지금의 조직을 맡게 됐다.

조 총괄본부장은 "건설사 개발팀에서 10년간 부지 매입이나 문제 사업장을 정리하는 업부까지 다 해봤다"며 "저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부동산 업계에서 웬만한 업무는 다 해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철학 및 스타일 : 위기속에서 진정한 리더가 탄생

부동산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해 있다. 이에 따라 조 총괄본부장도 직원들이 PF를 할때 본인이 직접 팔아야 하는 심정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다. 회사돈도 내 돈처럼 여기며 꼼꼼하게 검토하고 자신있으면 진행하라는 의미다.

그는 "조직내 다양한 후배들이 필요하다. 힘든 시기를 경험한 후배들이 가장 바람직하다. 문제 사업장을 처리해봐야 다음에 어떻게 대처할 지 능력이 생긴다"며 "인플레이션을 처음 경험한 세대들이 가장 걱정스럽다. 저금리 시대에 풍요로움을 보낸 이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 사이클을 몇 번이나 겪었는지가 중요하다. 예측력과 통찰력, 위기대처능력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며 "지금 난이도 높은 사업장을 경험해 보는 것이 앞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들고 미래에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양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의미에서 조 총괄본부장은 KB증권 IB3총괄본부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되자 타증권사의 부동산금융 부서가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들어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때 인원을 감축하면 위기를 경험해본 인적 자원이 남지 않게 된다는 의미에서다.

조 총괄본부장은 "사원, 대리가 무슨 의사결정을 했겠나. 손실은 볼 수 있어도 조직이 그 인력은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며 "업계에서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인력들은 우리한테 오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주면서 영입을 하고 싶지도 않고 KB증권은 그렇게 인력을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1 : KB금융그룹 첫 부동산투자회사 'KB스타리츠'

지난 30년간 최고의 딜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단연 KB스타리츠를 가장 먼저 꼽았다. KB금융그룹의 첫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로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7월 프리IPO에서는 전체 모집 금액인 5000억원 가운데 약 70%인 3465억원을 모집하는 등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다만 1535억원 공모를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들였다. 오버행 이슈를 포함한 다양한 우려들이 지적된 결과다. 이를 두고 조 총괄본부장은 국내 시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해외 리츠도 마찬가지지만 KB스타리츠의 경우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하다. 물가에 비해 임대료는 변동폭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보유자산의 임대료 상승률이 물가에 못 미칠 경우 인플레이션에 따른 리스크를 모두 리츠가 떠안게 된다. 이 점을 감안해 KB스타리츠는 보유한 두 개의 오피스 자산을 물가상승률과 연동시켜 임대료 조정이 가능케 했다.

조 총괄본부장은 "물류센터를 기초로한 다른 리츠의 경우 배당률이 5%도 안된다. 이에 반해 KB스타리츠는 내년 주가를 5000원 기준으로 봐도 배당률이 10%가 되는데 수요예측에서 이 점이 반영 안된 것 같다"며 "그래도 저가에 자산을 편입시킨 만큼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실제 가치보다 더 높게 매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딜을 따내기 위해서 가격을 높게 제시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품을 비싼 가격에 공급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수익성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는 "자금 여력이 있는 곳들은 자기 PI를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현금을 들고 가서 딜에 임했다. 그 결과 경쟁에서 이기고 좋은 가격에 기초자산을 편입시킬 수 있었다. 수익률이 8~9%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2 : 시장을 생각한 결정, 그렇게 막아낸 둔촌주공 PF 리스크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둔촌주공의 PF 차환 실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8250억원의 대규모 PF-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결과였다. 당시 대형 증권사들도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시장이 망가져 있었다. 자칫 추가적인 충격을 시장에 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때 KB증권이 등장했다. 차환발행 주관사로 나서서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을 주도했다. 현대건설(2005억원), 롯데건설(1710억원), 대우건설(1708억원)이 대출채권에 대한 연대보증 방식으로 5423억원의 PF-ABCP를 발행하고 KB증권은 투자자를 모집했다.

금리는 12%로 기존 발행금리(3.55~4.47%) 보다 대폭 상승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에서 금리가 20%에 육박하던 시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KB증권의 역할을 빛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KB증권은 기존 투자액 1220억원도 재투자하며 힘을 보탰다. 채안펀드도 참여했지만 시장에서 소화된 물량이 더 많았다.

지난 1월 7231억원의 민기가 재차 도래했다. 이때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으로 국내 시증은행 5곳에서 750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도 2025년 4월까지 가져가며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KB증권이 브릿지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조 총괄본부장은 "일반 PF는 일반 기업이 하는 게 맞지만 둔촌주공은 건설사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며 "지금은 HUG 보증을 받았지만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공적 신용도가 필요하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 KB증권이 HUG로 넘어가기 전 브릿지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목표 : 후배들 위해 기회 많은 조직 만들고 싶어

조 총괄본부장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회를 안타까워 했다. 과거에는 국내에서만 경쟁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후배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젊은 세대 만큼 똑똑하고 잘하는 세대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총괄본부장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우리 때는 이랬다 저랬다고 하지만 다 거짓말"이라며 "부모 세대보다 더 잘되는 후배들이 보기 힘들다. 그 만큼 사회가 어려워졌는데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와 조직내 임원들이 이들을 이해해줘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지금의 젊은 후배들처럼 잘하는 세대는 없었다"며 "이들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조직의 역할이다. 그래야 지금의 대리, 과장급 인력들이 앞으로 좋은 회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직과 부동산금융 업계가 더욱 개혁되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구도 다치지 않는 길을 가자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수익성과 회사의 성장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다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뒤따른다고 후배들에게 설명하는 그다.

그리고 IB3총괄본부도 이를 기반으로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리츠, 펀드, 국내외 사회간접자본(SOC)까지 모든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신뢰를 잃으면 한 순간 모든 것을 잃는 만큼 늘 신중하다. 이를 위해 더욱 탄탄한 조직을 만들고 싶은 게 그의 목표다.

조 총괄본부장은 "지금은 그 어느 증권사보다 셀다운을 잘하는 조직이 됐다. 해외 SOC 등 대체투자는 KB증권이 최고라는 분들도 많다. 이는 모두 회사가 기다려준 결과"라며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많은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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