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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리더는]윤경림 사장 최종 후보 낙점…왕관의 무게 견딜까사외이사 6인 선택은 디지코 전환 '키맨'…주총 국민연금 반대·사정기관 압박 가능성

이장준 기자공개 2023-03-07 18:55:05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7일 18: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부문장 사장(사진)이 최종 CEO 후보자로 낙점됐다. 공개경쟁을 통해 도전한 사내외 33명의 후보자 가운데 디지털전환(DX) 전문성 등 측면에서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현모 대표를 도와 KT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DIGICO) 전략을 주도한 인물로도 통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많다. 압축후보군(숏리스트)를 추린 이후에도 정치권에서 KT 지배구조를 불합리하게 흔들고 있어서다.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고 나아가 자칫 사정기관의 압박이 들어올 수도 있어 '왕관의 무게'를 견딜지 눈길이 쏠린다.

◇KT 이사회, 'DX 역량 입증' 윤경림 사장 차기 CEO 최종후보자 선정

KT 이사회가 7일 이사 전원 합의로 윤경림 현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총 4인의 후보자별 심층 면접을 진행했고 이사회에서 차기 CEO 후보 1인을 확정했다.

KT 이사회는 △DX 역량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성 측면에서 윤 사장보다 뛰어난 인물이 없었음을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 역시 그의 전문성과 주주가치 개선 의지를 높이 샀다. 강 의장은 "윤 후보는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ESG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사장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 예정이다.

윤 내정자가 걸어온 길을 보면 화려하다.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학위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LG데이콤(현 LG유플러스) 입사를 시작으로 통신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탁월한 역량을 바탕으로 업권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회사를 거쳤다. 1997년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에 몸담았다가 2006년 KT로 돌아온 그는 2010년 CJ그룹으로 다시 적을 옮겼다.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에 잠시 근무한 뒤 2014년 다시금 KT로 돌아와 미래융합전략실장을 맡았다.

2019년에는 현대차로 이직해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 TaaS사업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2021년 구 대표 체제 KT로 돌아와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맡아왔다.

특히 윤 사장 부임 이후 KT는 그가 몸담았던 회사들과 지분을 교환하며 끈끈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작년 7월 KT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내 OTT 경쟁력 강화와 K-콘텐츠 성장 가속화를 위해 시즌(Seezn)과 CJ ENM 산하 티빙의 통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KT스튜디오지니가 티빙의 주주로 합류했고,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09%를 확보하며 첫 전략적 투자자(SI)가 됐다.

지난해 9월에는 KT와 현대차그룹이 7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해 상호 지분을 취득했다. KT는 현대모비스 지분 1.46%, 현대차 지분 1.04%를 확보하고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는 KT 지분을 각각 3.1%, 4.69%씩 보유하게 됐다.

이처럼 윤 사장은 구 대표를 도와 디지코 전환을 이끈 '키맨'으로 통한다. 구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한 상황에서 윤 사장만큼 DX 역량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후보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尹 "국민 약탈 이권카르텔 개혁"…여권·사정기관 등 압박 가능성도

다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숏리스트를 발표한 이후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불만을 성토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지지 않으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난다"고 힐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 카르텔"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윤 사장을 저격하는 발언도 했다.

이들은 "구현모 대표는 친형의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고 당시 현대차 윤경림 부사장은 이를 성사시킨 공을 인정받아 구현모 체제 KT 사장으로 2021년 9월에 합류했다는 구설수도 있다"며 "윤 사장은 현재 대표 선임 업무를 하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전문성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왔으나 부당한 관행을 통해 지대를 추구하는 카르텔 세력의 저항이 있다"며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위해 이권 카르텔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대상을 밝힌 건 아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날이 KT CEO 최종 후보자를 선임하는 날인 동시에 그동안 통신 및 금융업계를 '카르텔'로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KT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7일 벤자민 홍(Hong Bejamin·홍봉성) 사외이사가 사임한 것도 이같은 외압에 따른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작년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처음 선임돼 2023년 3월까지 임기를 부여받았으나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했다.

지난 1월 이강철 사외이사가 임기 1년여를 앞두고 중도 사임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그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거쳐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노무현 왕특보'로 불리며 최측근으로 분류되면서 현 정권과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

이들 이사가 사임하면서 이번 CEO 선임 과정에서는 6명의 사외이사(김대유·유희열·표현명·강충구·여은정·김용헌)가 심사를 진행했다.

추후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숏리스트 압축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인선자문단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30대 주주 및 KT 노동조합으로부터 수렴한 최적의 KT 대표이사상(像)에 대한 의견을 받아 추렸다. 윤 사장 역시 국민연금의 눈높이를 맞췄지만 정치권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만큼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평가다.

아울러 역대 KT 지배구조 역사를 살펴보면 사정기관의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중수 전 사장은 자회사와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돼 결국 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석채 전 회장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주거지가 압수수색 당하는 등 검찰 수사를 받아 중도 하차했다. 유일하게 연임 임기를 채운 황창규 전 회장 역시 '쪼개기 후원금' 혐의로 경찰에 소환되고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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