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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활용법 변화]매입만 발표한 기업들도 소각 카드 꺼낼까⑤빠르게 변화한 시장 분위기, '자사주 소각=주주환원' 인식 확대

김위수 기자공개 2023-03-17 10:15:50

[편집자주]

자사주 소각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에 인색한 태도를 취해왔다. 매입한 자사주를 경영권을 위해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변화하는 시장 분위기에 맞춰 자사주 소각을 통해 고강도 주주환원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 주된 이유지만, 기업에 따라 주가를 끌어올려 이루고 싶어 하는 '빅 픽처'가 있기도 하다. 더벨이 주요 기업의 변화하는 자사주 활용법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5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급락한 주가를 수습하기 위해서였을까. 직전해인 2021년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시장이 호황을 맞았기에 지난해 침체의 후폭풍이 더 컸다.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지난해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으로 하락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나섰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한국거래소의 한시적 자사주 취득한도 확대 등의 조치도 기업의 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효과를 냈다.

이런 배경에서 평소 자사주 정책을 잘 활용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많은 기업들은 자사주의 처분 방향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올들어 시장의 분위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주 매입 계획만 발표한 기업들도 매입한 자사주 소각에 나설지 주목된다.

◇자사주 매입 나선 기업들, 주가는?

LG그룹의 지주사 ㈜LG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꺼내들었다. 오는 2024년까지 총 5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목표다. 지난달 기준 ㈜LG가 매입 완료한 자사주는 248만주로 1850억원 규모다. 전체 계획의 37%를 달성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자사주는 '0'주로 나타났다. ㈜LS 역시 지난해 19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S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밖에도 한솔케미칼이 570억원, 한화솔루션이 700억원, SKC가 1662억원, 현대엘리베이터가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명시했다. 소각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수를 줄여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자사주 매입 자체로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이 기업들의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LG의 경우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지난해 5월 27일을 전후로 큰 주가변동이 나타났다. 직전일인 26일 종가 기준 주당 7만4000원이었던 주가는 자사주 정책을 발표한 다음 영업일인 30일 8만1900원에 거래가 끝났다. 이틀만에 주가가 10.7% 뛰었다.

하지만 주가가 제자리로 되돌아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지난해 6월 20일 ㈜LG의 주가는 주당 7만5900원으로 마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월 31일 자사주 정책을 발표했다. 직전일인 30일 종가 기준 주당 20만원이었던 주가는 발표 당일 20만9500원으로 약 4.8% 오른채 마감했다.

그로부터 3영업일이 지난 4월 5일 롯데케미칼의 종가는 주당 19만9500원으로 자사주 정책 발표 전보다 떨어졌다. 다른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 발표 당시 반짝 주가가 상승했다가 곧 하락해 원점으로 돌아오는 흐름을 비슷하게 겪었다.

◇"주주환원 효과 취지 살리려면 소각 전제해야"

그간 기업들은 매입한 자사주를 가지고 있다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 활용해왔다. 인적분할시 '자사주 마법'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거나 경영권 분쟁시 우호세력에게 넘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 상승 및 지분율 희석으로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판'을 만드는 역할을 한 사례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입한 자사주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주가부양 효과가 제한적인 것 같다"며 "확실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소각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서 본래의 자사주 매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소각을 전제로 자사주 매입이 이루어져야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자사주 매입 계획만을 밝힌 기업 중 많은 수가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소각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고 올들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한 기업의 관계자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주주환원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주가치라고 목적을 명시해놨으니 매입이 완료된 시점에서 소각에 대한 논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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