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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지금]오프라인 넘보는 이커머스 공룡, 끝나지 않은 햇반전쟁③CJ 등 대기업과 잦은 납품가 충돌, 흑자경영 '직매입 강화' 움직임 제조사 긴장

이윤정 기자공개 2023-03-21 08:03:30

[편집자주]

2021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쿠팡이 흑자 대열에 합류했다. 그동안 자금과 역량을 쏟아부은 물류 등 분야에서 결실을 맺으며 실적 개선이 이뤄진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물류에 역점을 둔 이커머스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직매입을 늘리고 CJ 등 대형 제조사를 상대로 마진율 협상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사업도 과감한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미세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대규모 자본투자가 수반되는 물류 확충에 이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쿠팡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사업 방향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7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은 작년 말 CJ제일제당과 납품 단가와 마진율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며 발주 중단이라는 강수를 뒀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쿠팡에서 비비고와 햇반 등 CJ제일제당 인기 제품들을 구입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쿠팡과 CJ제일제당간 기싸움으로 보이지만 유통업계에서는 해석을 달리한다. 쿠팡이 더는 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중심의 이커머스가 아니라 마트 등 오프라인까지 흡수한 커머스 회사로 입지를 굳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설이다.

◇비비고·햇반 등 발주 중단…입장차 여전 협상테이블 평행선

쿠팡은 2022년 12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햇반 등 주요 상품의 발주를 중단했다. CJ제일제당의 약속 불이행이 발주 중단 원인이라고 설명했지만 내막은 제조사의 납품 단가와 마진율이 과도하다고 거부하면서 초래된 사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뒤이어 롯데마트도 CJ제일제당과 납품단가 협상에서 의견차이가 발생해 똑같이 발주를 끊었지만 한달 채되지 않아 원가 협의 후 거래를 재개했다.

쿠팡의 CJ제일제당 주요 제품 발주 중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양사가 3개월이 넘도록 협상을 하고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불거진 뒤 쿠팡의 입김이 큰 만큼 CJ제일제당이 한발 물러나며 빠르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쿠팡과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양사가 중요한 사업 파트너라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원론적인 수준에서 협상이 머물러 있음을 내비쳤다. 단가 및 마진 협상이 시한을 두고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견 차를 좁히기 위한 물리적인 시간을 떠나 협상이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사이 CJ제일제당은 다른 이커머스와 적극적인 제휴를 맺고 판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컬리와 공동 상품개발 관련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네이버 도착 보장 전문관에 입점해 CJ제일제당 자회사인 CJ대한통운과 물류 동맹을 맺고 익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쿠팡 "온라인 이어 오프라인 유통사와 경쟁"

업계는 쿠팡의 이번 발주 중단 사태가 단순히 CJ제일제당과 갈등을 넘어 제조사 전반에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쿠팡이 더는 제조사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아니라 오프라인과 경쟁하는 유통회사라는 메세지를 제조사들에게 심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회사들과 본격적으로 가격 경쟁을 펼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쿠팡은 이제 단순한 이커머스 기업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체 유통시장과 경쟁하겠다는 비전을 최근 공공연히 밝혀 왔다.

이런 강력한 태세 전환은 최근 실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014년 쿠팡이 도입한 로켓배송은 오프라인 직매입 모델을 온라인 커머스로 도입해 탄생한 서비스다. 로켓배송 도입 8년만인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자연스럽게 로켓배송을 강화하는 전략들이 취해졌다.

로켓배송 강화는 직매입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제조사들과 협상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 이번 CJ제일제당과 갈등이 이를 상징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그 동안 물류센터를 계속 확대하면서 직매입을 늘릴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확보했다"며 "수익 측면에서 당연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이익 흑자 기조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쿠팡의 사업 패러다임 변화는 빨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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