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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논란으로 본 금융 지배구조]"배당 늘려라 vs 자제해야" 주주·당국 사이 진퇴양난④순이익 급증하자 주주환원 요구 빗발…당국은 공공재 성격 강조하며 엄포

최필우 기자공개 2023-03-30 07:43:34

[편집자주]

공공성을 앞세워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정해진 제도 안에서 정도경영하라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CEO 교체는 물론 이사회에도 칼날을 겨눠 위기감이 높아졌다. 금융지주사들은 태동 이후 가장 큰 지배구조 격변 앞에 서 있다. 더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현주소를 살피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문제삼는 지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2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지주는 역대 최대 실적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처지다. 주주환원 정책을 놓고 금융 당국과 주주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주주는 실적에 걸맞은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금융 당국은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며 배당 확대에 마뜩찮은 시선을 보낸다.

공공성 논란이 심화되면서 금융지주는 한동안 골머리를 앓게 됐다. 금융 당국은 국민까지 고려해 배당 규모를 정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점검하면서 주주환원 정책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장밋빛 청사진 내놨지만…당국 엄포에 분위기 급랭

4대 금융지주는 지난달 있었던 2022년 연간 실적발표회(IR)에서 약속이라도 한듯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쏟아냈다.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 목표치를 12~13.5% 수준으로 설정하고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에 사용하는 게 골자다.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이겠다는 통 큰 공약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


이는 주가 부진 장기화로 이어진 비판을 의식한 행보다. 국내 금융지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배 안팎으로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익이 늘거나 상승장이 펼쳐질 때도 금융주 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주가를 움직이지 못하면 앞으로도 주주의 마음을 달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성난 주주들의 마음은 행동주의 펀드로 표출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상장된 7개 금융지주에 주주환원 강화를 촉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했다. 금융주 주가 부진에 불만을 가진 주주 여론을 활용하면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JB금융지주와는 결산배당 확대를 놓고 주주총회 표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달아 오르던 분위기는 금융 당국의 엄포로 금새 얼어붙었다. 당국은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며 현 영업 행태를 '약탈적'이라고 규정했다. 국민 대다수가 이자 비용 상승에 따른 고통을 겪는 와중에 돈잔치를 벌인다며 눈총을 주고 있다. 은행 임직원에게 돌아가는 연봉 뿐만 아니라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배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불과 한달 전 주주에게 선물 보따리를 약속한 금융지주는 좌불안석이다. KB금융은 은행 이익을 주주 이익으로 귀결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다. 규모는 3000억원으로 전례 없는 수준이다. 신한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분기별 자사주 매입·소각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지주 재무 담당 임원은 "실적발표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내부 분위기도 급변했다"며 "대외적으로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표명하거나 공언했던 환원책에 대해 다시 언급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미반영

◇지배구조 고민이 주주환원 정책에도 영향

금융 당국은 지난 15일 은행권 제도개선TF 3차 논의 끝에 주주환원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주주(Shareholder)와 함께 국민, 금융시장참여자 등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전반적으로 고려하라는 게 당국의 지침이다. 또 자본적정성에 우려를 표하며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를 시사했다. 금융권은 사실상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 자제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려면 주주환원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은행은 오너가 없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주주의 사유재로 볼 수도 없다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은행에 대한 권리가 온전히 주주에게 있지 않은 만큼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할 때도 이해관계자를 모두 고려하라는 논리를 당국은 내세우고 있다.

또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 경영진과 주요 주주와의 관계를 미심쩍게 보고 있다.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와 사외이사들이 선임한 CEO는 한 배를 타고 있다. 서로 편의를 봐주면서 장기 집권을 담보하고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게 금융 당국의 시각이다. 경영진이 산정하고 이사회가 의결하는 배당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확대가 CEO 연임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주주 측 인사가 포함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주요 주주가 믿음을 주면 경영진은 주주환원으로 화답하는 게 묵시적 관행처럼 여겨진다. 일례로 신한금융은 2019년 회장 연임 확정 이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배당 성향을 높인 바 있다.

외국인 지분율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4대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을 보면 KB금융지주 72.66%, 신한지주 62.93%, 하나금융지주 71.83%, 우리금융지주 40.21%다.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60~70% 수준으로 외국인 비중이 높다. 은행을 공공재로 바라보는 시점에서는 국내 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이익이 해외 주주 몫으로 돌아가는 것을 '국부 유출'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친화 행보는 미담처럼 여겨지곤 하지만 금융지주의 경우 예외적인 잣대가 적용된다"며 "과거 금융권이 위기에 처하면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은행을 통합하면서 현재의 과점 체제가 만들어진 만큼 배당을 결정할 때 국민도 고려하라는 요구가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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