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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모니터]대우조선, 새출발 전 해결 못한 '악성재고' 리스크재고자산 중 1조5000억이 재공품, 이 중 9500억원은 애물단지… "해결책 모색 중"

강용규 기자공개 2023-05-19 07:17:44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16:1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의 새가족 '한화오션(Hanwha Ocean)'으로 출발을 앞두고 있다. 한화그룹의 인수대금 납입을 통해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재무구조의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던 유동성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 풀지 못한 숙제도 있다. 과거 발주처의 계약 취소로 떠안은 재고 드릴십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으나 러시아에서 수주한 LNG운반선이 새로운 악성재고로 자리잡아가며 대우조선해양의 현금흐름을 막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재고자산 늘어 현금흐름 경색, 주 원인은 재공품 재고

대우조선해양은 2023년 1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270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77%가 급감했다. 1개 분기 전인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59%(3918억원) 줄어든 수치다.

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영업에서 7497억원의 현금이 사용됐는데 이 중 4704억원이 순운전자본(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합계에서 매입채무를 뺀 것)의 증가에 기인했다. 순운전자본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재고자산이 2조2021억원에서 2조5095억원으로 3074억원 늘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국내 조선3사(HD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선박 발주 호황에 힘입어 대량의 수주잔고를 축적했다. 올해 이 일감들의 본격적 건조작업을 시작하면서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서도 1분기에 원재료와 미착품 등 재고자산을 늘려 대응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재고자산에서 재공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쟁사 대비 높다는 점이다. 1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재고자산의 60%에 해당하는 1조5122억원이 재공품이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조선부문에 재공품 재고가 없으며 삼성중공업은 1.6%(268억원)만이 재공품이다.

조선업은 100% 주문제작방식의 산업으로 제품을 미리 만들어 두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면 재공품 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조선사의 재공품은 이미 건조작업을 시작했으나 발주처와의 계약이 취소돼 갈 곳이 없어진 작업물량, 즉 애물단지다.

삼성중공업의 경우는 과거 발주처와의 계약 해지 이후 재고로 떠안은 드릴십(심해용 원유시추선)을 사모펀드 주도의 특수목적법인을 활용해 잇따라 매각하며 재공품 재고를 과거 조 단위에서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 말 기준으로 무려 1조5122억원 규모의 애물단지가 현금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 재공품 해소 드릴십은 '맑음', 러시아 LNG운반선은 '흐림'

대우조선해양은 해양 및 특수선부문에서 5600억원, 상선부문에서 9522억원 규모의 재공품 재고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부문 재공품은 드릴십 4기로 이 중 1기는 지난해 11월 재판매에 성공해 곧 대우조선해양의 품을 떠난다. 나머지 3척 중 2척도 재판매 계약이 맺어져 있으며 대금이 완전히 납입되면 대우조선해양의 재고에서 빠져나간다.

업계에서는 남은 1기도 순조롭게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제유가가 해양유전개발사업의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배럴당 60달러를 지속 상회하고 있으며 글로벌 드릴십 가동률이 5월 기준 85%에 이르는 등 드릴십의 수요 자체도 높기 때문이다.

반면 상선부문의 재공품 재고자산 9522억원은 '악성재고'로 남아 대우조선해양의 현금을 장기적으로 묶을 공산이 크다. 이 재고는 대우조선해양이 2020년 10월 러시아에서 수주한 LNG운반선 3척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금융제재가 가해지면서 발주처가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해 지난해 5~11월에 걸쳐 계약이 취소된 물량이다.

이 LNG운반선 3척은 북극항로의 얼음을 깨면서 항해하는 것을 전제로 한 쇄빙선인 만큼 당시 같은 선적량의 LNG운반선 대비 선가에 척당 500억~600억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북극항로가 아니면 크게 쓸모가 없는 쇄빙 사양도 문제지만 이 때문에 선가마저 높아졌다는 점이 재판매의 가장 큰 걸림돌로 분석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변경하고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된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총괄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 등을 의결한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으로부터 2조원의 현금이 수혈된다. 1분기 현금 보유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문제는 곧 해결될 예정이다.

그러나 비대한 재공품 재고자산에 따른 현금흐름 경색 리스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 LNG운반선 3척의 공사 진행률은 1분기 말 기준으로 각각 82%, 73.9%, 0.8%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장부상 재고 금액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이 LNG운반선 3척의 장부상 금액은 2022년 말 8868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9522억원으로 불어났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재고자산 중 드릴십 4기는 순차적으로 재판매에 성공하며 리스크를 해결해나가고 있다"며 "러시아 LNG운반선 3척과 관련해서는 재판매를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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