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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최초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규제 우회에 '유명무실'③아웃링크 금지 배짱, 인앱결제 못지 않은 제3자 결제 수수료…정부·업계 속만 '부글'

이장준 기자공개 2023-05-26 14:38:05

[편집자주]

글로벌 빅테크는 압도적인 시장지배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규제를 회피하고 불공정행위를 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일고 있다. 은밀한 여론전을 통해 입법을 저지하기도 해 국내 테크사들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빅테크가 국내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미친 영향과 토종 테크사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공정 경쟁을 위한 규제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4일 13: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 시행은 공정한 앱 마켓 생태계를 위한 출발점으로 정부뿐만 아니라 플랫폼, 콘텐츠 기업, 창작자, 이용자 등 생태계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참여, 감시가 필요하다."

2021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전 세계 최초로 시행됐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건전한 앱마켓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구글은 이듬해 아웃링크(앱에서 웹 결제가 열리는 방식)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앱마켓에서 해당 앱을 삭제하겠다고 배짱을 부렸다. 카카오가 아웃링크를 유지하자 구글은 카카오톡 업데이트 심사를 거절하기도 했다. 결국 카카오는 이내 이를 포기하고 구글 정책을 따르기로 했다.

방통위도 법의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도 뚜렷한 액션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으나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이유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했는데…구글 아웃링크 금지 정책 강행

구글은 2020년 7월 기존 게임에만 강제하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모든 앱에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맘때 자체 결제를 허용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하면서 미국 내에서 이슈화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빅테크 움직임을 주시하며 정부에서 현황 파악에 나섰다.

2020년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법안들이 속속 발의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방통위 등 유관 부처는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를 비롯해 결제 정책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이듬해 3월 구글은 앱마켓 수수료를 15%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매출 100만달러 이하 대상으로 제한하며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미국에서 '디지털 무역 장벽'까지 언급하며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 불만을 제기하자 정치권 입법 추진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시행 시기를 6개월 늦췄다. 이후 여야 합의를 거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2021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계 최초로 앱마켓 규제를 법제화한 것이다.

*출처=방송통신위원회

그런데 지난해 3월 구글은 아웃링크 사용을 금지하고 자사 정책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6월부터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구글플레이)에서 앱을 삭제하겠다고 공지했다. 사실상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패싱한 셈이다.

방통위는 구글플레이의 웹결제 아웃링크 제한행위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냈다. 과징금 부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사실조사에도 돌입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사실조사 결과를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 거절 사태가 보여준 구글의 시장지배력

카카오와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작년 5월 카카오는 구글 인앱결제 도입(수수료 15%)에 맞춰 카카오톡 내 구독상품 가격을 인상했다.

다음달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이 시행됐지만 카카오는 안드로이드 카카오톡 내 '이모티콘 플러스' 결제페이지에서 웹결제 아웃링크를 유지했다. '웹에서는 (앱보다 저렴한) 월 3900원에 구독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링크를 삽입했다.

이에 구글은 7월 카카오톡이 자사 정책을 위반했다고 보고 업데이트 심사를 거절했다. 카카오는 이에 포털 사이트 '다음'을 통해 업데이트를 위한 별도의 APK 파일을 배포하며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자 불편이 커진다고 판단해 이내 아웃링크를 삭제했다. 카카오가 물러서자 구글은 앱 업데이트 승인을 진행했다.


물론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도입하면서 앱 개발사도 '제3자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아웃링크를 포기한 카카오는 제3자 결제 대신 구글 인앱결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인앱결제와 수수료 차이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자결제대행(PG) 등 수수료를 합치면 인앱결제보다 부담이 클 수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게임사 크로스플레이 통한 PC 결제도 한계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 게임사의 움직임에도 눈길이 쏠렸다. 모바일 게임을 PC에서도 즐길 수 있게 만든 크로스플레이가 늘어나면서다. PC에서 자체 결제를 하면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프라시아 전기' 등이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하고 PC에서 결제할 수 있는 게임으로 꼽힌다. 프라시아 전기의 경우 PC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과를 냈다. 라인게임즈 역시 PC 플랫폼 '플로어'를 운영하면서 모바일 앱마켓 외 결제시스템을 열어뒀다.

다만 크로스플레이는 유저들의 편의성을 중시한 조치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구글이 '갑'의 위치에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데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앱마켓의 매출 순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앱결제를 완전히 탈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앱마켓 사업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게임사가 아니면 PC 플랫폼 결제를 유도하긴 어렵다"며 "또 게임사 선택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앱마켓에서 매기는 매출 순위가 흥행 척도로 쓰이는 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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