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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투자 5년 점검]'3.4조' 그룹 최대 베팅, 왜 '지마켓'을 택했나①정용진 '1등 기업' 인수 철학, '오픈마켓·셀러' 판매 노하우 접목

이윤정 기자공개 2023-05-30 08:02:30

[편집자주]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이마트가 본사를 이전했다. 2008년 '이마트 성수점'을 사옥으로 삼은지 19년만에 서울 남대문에 새 둥지를 틀었다. 스타벅스코리아, 야구단, 지마켓 등의 공격적인 투자가 결국 본사 이전으로 이어졌다. 지난 5년 이마트는 신성장 동력 차원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했다. 이마트의 투자 발자취를 조명하고 포트폴리오를 비롯한 재무 정책 변화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5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이미 갖춰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는 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상장사로서 실적 방어에 기본적인 소임을 다하지만 크게 무리하지 않는,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기업으로 투자업계에서도 인식됐다.

하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이마트에 관한 인식이 180도 달라졌다.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며 지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게 시발점이다. 당시 지마켓 인수를 두고 이미 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SSG닷컴이 있는 상황에서 너무 무리한 결정이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지마켓 인수를 통해 이마트는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지위와 동등한 수준을 오프라인에서도 확보할 것이란 메세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 빅딜로 이끌어

2021년 이마트는 아폴로코리아로 부터 지마켓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했다.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금액을 베팅하며 인수를 성사시켰다. 당시 인수과정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는 발언이 회자됐다.

특히 2500억원대 지분교환을 통해 관계를 맺은 네이버와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대상 가능성에 이마트 단독 인수로 진행됐다.

지마켓 인수가 더욱 주목을 받은 이유는 유통 경쟁자인 롯데쇼핑도 입찰에 참여한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마트와는 달리 지마켓 인수 희망 가격으로 롯데는 3조원 이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비교하며 일부에서는 M&A 경험이 풍부한 롯데가 무리하지 않고 현명한 결정을 한 것이란 평가까지 이어졌다.

특히 인수 대상이 지마켓이란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시 국내 온라인 시장은 지마켓과 네이버쇼핑, 쿠팡 등이 각각 10~1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SSG닷컴을 통해 3%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던 이마트가 이미 네이버와 지분 교환을 통해 연을 맺은 상황에서 3조원 이상의 거금을 들여 쿠팡도 아닌 지마켓을 선택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시 지마켓의 국내 시장 철수 가능성이 계속 감지되면서 핵심 인력들이 많이 나간 상황이었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마켓이 3조40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지를 두고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고 회상했다.

◇ 오픈마켓 방식의 온라인 쇼핑 강자 지마켓, 이마트에 필요했다

가격을 두고 여러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이마트가 분명한 청사진과 강력한 실행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마트는 오프라인에서는 절대 강자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온라인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 노하우와 힘을 바탕으로 SSG닷컴의 성장을 이끌 수 있겠지만 자체 성장 대신 M&A를 성장 전략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의 인수 철학은 '무엇이든 1등하는 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으로 비교적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면에서 지마켓은 이마트가 가지고 있지 못한 영역에서 1등 기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점유율만 보면 쿠팡과 지마켓이 비슷했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식은 서로 완전히 달랐다.

쿠팡은 직매입 중심의 이커머스 사업자다. 자체 풀필먼트를 구축하고 직매입을 통한 상품 판매가 중심이다. 이마트의 온라인 버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마켓은 셀러 중심의 이커머스 사업자였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직매입을 통한 판매 노하우는 이미 이마트가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차원에서 쿠팡은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며 "대신 지마켓은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마트가 가지고 있지 않은 노하우인 오픈마켓과 셀러 판매 방식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마트가 진출하지 못한 시장, 사업 방식을 놓고 보면 1등 기업은 지마켓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판단과 투자 철학이 이마트의 지마켓 인수를 성사시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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