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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사업구조 재편]빚내서 산 밥캣, 최대주주 바꿔가며 구원투수 역할 톡톡두산인프라코어·에너빌리티, IPO·블록딜 등 밥캣 지분 다양하게 활용

조은아 기자공개 2024-07-18 08:11:42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09: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밥캣은 2007년 두산그룹 품에 안겼다. 비싸게 인수한 데다 인수 직후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실적마저 부진했다. 지금으로선 믿기 힘든 얘기지만 한때 그룹의 애물단지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꾸준한 수익을 내는 그룹의 효자로 탈바꿈하면서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인수 이후 최대주주가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에서 두산에너빌리티로 바뀐 데 이어 이번엔 두산로보틱스를 새 최대주주로 맞는다. 모두 단기적으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인수한 건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잉거솔랜드로부터 49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인수합병(M&A)이자 한국 기업이 미국 대기업을 인수한 최초의 사례였다.

49억달러 가운데 39억달러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등 리스크가 있었지만 인수할 때만 해도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두산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부동경기 침체는 건설장비 회사인 두산밥캣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오랜 부진 끝에 살아나기 시작한 건 미국 건설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다.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이 순항 중이다.

두산밥캣이 선전하는 사이 두산그룹은 휘청거리면서 두산밥캣의 구원투수 역할이 본격화됐다. 시작은 2016년이다. 당시 최대주주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기업공개(IPO)가 진행됐다. 두산밥캣에 유입되는 현금 없이 100% 구주 매출로 이뤄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당시 지분 일부를 매각해 2400억원을 확보했다.

이후 두산인프라코어는 2017년 말 두산밥캣 지분 일부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1348억원을 또 확보한다. 이 때 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밥캣 지분율은 51%로 낮아졌다. 경영권에 지장이 없는 만큼의 지분만 남기고 전량 매각한 셈이다.

주주 구성은 2018년 다시 한 번 바뀐다. 두산엔진이 보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10.6%)을 두산에너빌리티에 모두 매각하면서다.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엔진을 두산밥캣의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사업회사는 외부에 매각하고 투자회사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합병했다. 앞으로 진행될 두산로보틱스의 두산에너빌리티 투자회사 합병과 같은 방식이다.


두산밥캣 지분 10.6%의 장부가는 3866억원이었는데 자금 상황이 녹록지 않은 두산에너빌리티는 큰 비용 없이 두산밥캣 지분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지분 전량을 몇 달 뒤 블록딜로 처분해 다시 3681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는 핵심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한다. 이때에도 역시 인적분할 그리고 투자회사 흡수합병이라는 공식이 적용됐다.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적분할해 사업회사는 HD현대그룹에 넘겼고 투자회사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합병했다. 이 때 기존 두산인프라코어가 들고 있던 지분 51%가 두산에너빌리티로 넘어왔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가 한 차례 더 블록딜에 나서면서 현재의 지분율 46%가 완성됐다.

배당 규모가 커진 것도 이때부터다. 2019년 주당 1200원이었던 배당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아래 있게 된 2021년 1200원, 2022년 1350원, 2023년 1600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번에도 두산밥캣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주주가 바뀌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뉘고 투자회사를 두산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할 예정이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주주가 바뀌는 셈인데 그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에너빌리티를 열심히 지원해왔던 두산밥캣은 이제 두산로보틱스 지원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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