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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한발 앞섰던 HD현대, 누적 경험치 자신감[조선]현대미포·필리조선 협력, 현대중 첫 MSRA…MRO 수주 경쟁은 내년부터

김동현 기자공개 2024-11-21 07:39:53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그룹의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중 특수선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는 HD현대중공업이다. 1975년 첫 국산 전투함인 울산함 개발을 시작으로 자체 기술로 구축함, 잠수함 등을 건조했고 뉴질랜드,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 베트남 등으로 수출도 성공했다.

최대 함정 시장인 미국의 경우 현지 정부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보다 여유를 가지고 접근했다. 국내 사업자 중 처음으로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며 속도를 내나 싶었지만 밀려드는 수주 물량을 먼저 소화하고 보수·수리·정비(MRO) 시장부터 차근차근 미 특수선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을 포함한 HD현대그룹 조선사들은 이미 해외 각지에서 수출 활동을 벌이며 사업 경험을 쌓았다. 미국에도 기술수출 방식으로 진출해 오랜 기간 협력했다. HD현대미포의 필리조선소 협력이 대표 사례다.

올해 2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사진=HD현대)


미국은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만이 연안 운항을 할 수 있다는 연안무역법(존스법)의 영향으로 현지 진출 외에 사업 확대 방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HD현대미포는 이 한계를 넘기 위해 기술수출 방식을 택했다. 20년 전인 2004년 노르웨이 아커그룹의 미국 계열사 필리조선소와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선박 건조기술 및 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조선사의 첫 선박건조 기술수출 기록을 썼다.

오래된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올해 4월에는 그룹 내 특수선 사업을 담당하는 HD현대중공업이 필리조선소와 함정·관공선 신조·MRO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화그룹이 올해 6월 필리조선소 인수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HD현대그룹은 일찌감치 현지에서 사업 협력 네트워크 확보했던 셈이다. 그러나 한화그룹의 필리조선소 인수가 이르면 연내 마무리되는 만큼 HD현대그룹으로선 필리조선소의 대안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확정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을 언급한 바 있다. 선박 건조 및 MRO 사업에서 한국과의 협력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시장에선 국내 업계의 현지 투자가 수반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 별도 조선소를 보유하지 않은 HD현대중공업도 현지 투자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이제 막 MSRA 체결을 완료한 데다 이미 기수주 물량으로 도크 운영 일정을 채운 상태다. 이에 내년을 본격적인 미국 사업 확대기로 내다본다. MSRA 체결로 HD현대중공업은 앞으로 5년 동안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 지원함과 해군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자격을 획득했다. MRO 사업에 당장 뛰어들기보다 사업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선별해 수주전에 나설 전망이다.

필리조선소가 경쟁사로 넘어가면서 현지 거점을 추가로 물색해야 하는 만큼 국내 도크의 건조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MRO 프로젝트의 납기 일정이 비교적 짧긴 하지만 이미 수주한 선박 물량을 건조 중인 도크를 빼기란 쉽지 않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의 조선 사업부문 가동률은 최근 3년 동안 올라가는 흐름을 보였다. 국내 조선업계에 한파가 불어닥친 2010년대 중반까지 HD현대중공업의 가동률은 60~70%대 수준이었다. 2020년대 들어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선 등 고부가 선박 수주로 가동률이 치솟기 시작해 HD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94.6%의 조선 가동률을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올 9월 말 기준 168척(매출액 33조원 규모)의 수주 잔량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9월 말(154척, 약 29조원) 대비 10%가량 많은 수주를 쌓았다. 이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신규 MRO 수주 가능성까지 고려해 내년 도크 운영 일정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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