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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온 가상자산의 시간]수수료 쓸어담는 거래소, 국내 생태계 확대는 '아직'⑤업비트·빗썸 부진한 실적 회복 전망…재투자 방법 없어 문제

노윤주 기자공개 2024-11-29 13:05:35

[편집자주]

늘 간절한 쪽이 공격적이기 마련이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리플,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기업은 기업 명운을 걸고 우호적인 공약을 내건 트럼프 당선인에게 베팅했다. 결과는 잭팟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 가격 변동만 볼 게 아니다. 단순 시세 변동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에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 전망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기회 요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코인 투자 열기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상승장에서 그 어떤 국가보다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몰린다. 가상자산 거래 정보 집계 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중 18.43%가 원화로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에 이은 2위 규모다.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이미 코스피, 코스닥 등 국내 증시를 넘어섰다.

이 같은 시장 활황 속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곳은 국내 대형 가상자산거래소들이다. 업비트와 빗썸은 올해 2,3분기 부진했던 실적을 4분기 한 번에 만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거래소를 통한 부의 재분배가 어려운 국내 실정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각종 규제 탓에 시장 성장 타이밍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가상자산거래소 거래대금 급증…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진다

국내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하루 거래대금이 20조원을 넘겼다. 국내 증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6일 기준 코스피는 8조7099억원, 코스닥은 6조7295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역시 업비트다. 미 대선 이후 하루 평균 15조~20조원의 거래대금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운영사인 두나무의 실적 개선폭도 클 것으로 관측된다. 두나무 매출 98%가량이 업비트에서 나온다.

업계에서는 두나무가 4분기에만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을 15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일일 75억원, 4분기 기준 7000억원의 매출 추산치가 나온다. 업비트는 원화마켓 기준 0.05% 거래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리플과 스텔라 등 업비트 강세 종목의 상승세가 뚜렷했던 지난 주말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20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하루 100억원, 분기 9200억원까지 매출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개선폭이 뚜렷하다. 두나무는 3분기 매출 1893억원, 영업이익 8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1.94%, 17.62% 감소한 수치다. 전분기와 비교했을 땐 각각 26.3%, 47.2% 줄어들었다.


빗썸 역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빗썸은 올해 업비트의 점유율을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인 수수료 정책을 펼쳐왔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수수료 무료를 시행했다가 2월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수료 수취를 재개하면서 당초 0.25%였던 수수료율을 업비트보다 낮은 0.04%로 책정했다. 또 연중 일부 종목에 한해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게릴라성으로 시행했다. 이후 10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전면 추진했다. 한달 반 동안 약 600억원의 매출을 포기했다.

빗썸도 두나무와 마찬가지로 거래 수수료가 사실상 매출의 전부다. 수수료를 과감히 포기하면서 3분기 매출은 689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서는 4분기 수익은 750억원 내외일 것으로 전망 중이다. 최근 일평균 3조~5조원의 거래대금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벤트 기간에도 수수료 무료나 할인 쿠폰을 적용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그대로 0.25%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 덕에 매출이 시장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형거래소도 꿈틀…신생 사업자 육성은 '글쎄'

그간 적자를 기록해 온 중형 원화거래소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3위 규모인 코인원이다. 주요주주인 컴투스홀딩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코인원은 3분기까지 2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세 확장으로 인해 분기말 영업적자를 지속했고 순손실은 8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시기에는 매출 225억원, 영업적자 235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1분기 가상자산 시장 호재에 힘입어 상황이 다소 개선됐다.

가상자산 상승장,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최근에는 거래대금 규모가 커졌다. 하루 평균 3000억원의 거래대금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집계된다. 기본 수수료율 0.2%를 적용하면 분기 예상 수익이 552억원에 달한다. 이는 3분기 누적매출의 두 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하지만 코인원은 수수료얼리버드 제도를 도입해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어 단순 추정이 어렵다. 수수료얼리버드는 일종의 수수료 선불제다. 충전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깎아준다. 최대 175만원을 선결제하면 국내 최저 수준인 0.035%의 수수료율을 제공한다.

또 오픈 API를 통해 타 서비스에서 코인원 거래 기능을 이용할 경우 메이커 0%, 테이커 0.01%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어 실제 매출은 추정치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시장 호황으로 국내 거래소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생태계 편협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거래소만 살아남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해외서는 거래소가 벤처캐피탈 자회사로 설립하고 유망 프로젝트에 투자를 진행한다. 바이낸스랩스. 코인베이스벤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국내서는 이해상충 등의 문제로 거래소 가상자산 투자가 어렵다. 두나무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설립 초기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투자했지만 대상 코인이 업비트에 상장하면서 이해상충 논란을 겪었었다. 현재는 보유 중인 코인 내역을 매월 말일 업비트 공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 거래소는 법 규제를 적용받는 가상자산사업자다. 규제 사업자가 된 이상 신사업을 추진하기도 무리가 있어 마케팅 활동 외에는 수익 재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거래소 수익이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 집계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블록체인 업계 전반으로 시각을 확대하면 전혀 커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기적인 성장을 위한 적절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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