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ABL생명, 전량 미매각에도 '증액발행'…한투의 '베팅'한투, 후순위채 증액분까지 총액인수 '이례적'…주관사·발행사 '윈윈' 해석도
윤진현 기자공개 2024-12-05 08:26:3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3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BL생명보험이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 성적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은 모집액(500억원)은 물론 증액분까지 더해 총 1000억원을 인수했다. 기관의 외면을 받은 회사채를 증액해 총액 인수하는 건 이례적아다.다만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표면상 주관사가 조달액을 떠안는 구조지만, 양측이 윈윈하는 구조로 보는 시각이다. 단독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인수 실적과 수수료 수익을, ABL생명보험은 금리비용 절감을 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는 영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전량 미매각에도 증액 발행…한투 총액 인수 '데자뷔'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보험이 지난 11월 29일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주관사단인 한국투자증권은 총액인수를 확정지었다.
모집액(500억원)을 웃도는 발행액인 1000억원을 밴드 최상단(5.4%)에 총액 인수하는 구조로 합의했다. 후순위채가 수요예측에서 기관의 선택을 받지 못했음에도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조달을 마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소 이례적인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일례로 최근 미매각이 발생했던 효성화학의 경우 모집액(300억원)만을 발행하기로 했다. 주관사단인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인수단으로서 금리 밴드 최상단(7.7%)을 기준으로 총액 인수에 나선다. 이번 ABL생명보험과의 차이가 난다.
이번이 첫 사례가 아닌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ABL생명보험이 지난 2023년 3월 후순위채 발행 당시에도 총 700억원을 모집했으나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1300억원으로 증액발행했는데, 단독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총액 인수로 대응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의 주문을 받지 못한 채권을 증액 발행하는 건 흔치 않다"며 "발행사와 주관사는 윈윈하는 전략일지 몰라도 향후 투자자들은 왜곡된 금리의 채권을 사는 셈"이라고 밝혔다.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증권은 1000억원의 인수 실적과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추후 인수물량은 리테일을 통해 넘길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후순위채가 수요예측에서 투심이 미미했던 배경 중 하나로 금리를 꼽았다. ABL생명보험이 올 9월 발행한 후순위채의 조달 금리(5.9%)보다 50bp 낮춘 금리 밴드(4.9~5.4%)를 제시했다. 이는 A0등급 민평금리 평균치(5.5%)를 하회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이런 금리가 추산된 주된 배경으로 IB 영업 경쟁의 심화를 꼽았다. ABL생명보험은 지난 11월 초순 각 하우스에 후순위채 발행 의지를 밝혔다. 연말 딜 클로징을 앞두고 자본성증권 주관 기회가 생긴 만큼 각 IB 하우스들이 주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이 단독 주관 및 인수 기회를 얻었다. 발행사의 요구에 맞춰 금리 밴드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벨 플러스에 따르면 현 시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DCM 실적은 KB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3위다.
또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금리 수준으로 발행하는 데 무리가 있겠다는 판단하에 경쟁에 뛰어들지 않은 하우스도 있을 것"이라며 "영업 경쟁이 심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약 요건에 따라 총액 인수를 진행하게 된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ABL생명보험도 당초 목표에 맞춰 1000억원 발행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수요예측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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