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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준공의 진화]건설업계 vs 금융권 핵심쟁점 '연장사유·배상범위'②채무인수 비롯 불합리한 관행 개선 목소리, PF 조달 위축 지적…책준 아닌 '책임시공' 무게

박새롬 기자공개 2024-12-10 07:18:18

[편집자주]

책임준공 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관행으로 자리잡은 자금조달 방식이 건설업계에 지나친 부담을 주고 있다는 공감대가 업계는 물론 당국에도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주도로 출범될 책임준공 개선 태스크포스(TF)는 내년 1분기 중으로 책임준공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더벨은 개선안 발표에 앞서 제도개선 논의가 시작된 배경과 건설사·금융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요구사항, 채무인수 약정이 사라진 뒤 변화할 부동산 개발사업의 구도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5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지난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와 금융당국은 책임준공 제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업계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채무인수, 수수료율 등 시공사에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현 책임준공 제도의 불합리한 관행을 대폭 개선하자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다만 금융업계와 합의점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책준기한 연장시 금융기관 과도한 요구 방지해야"

국토부는 '책임준공 개선 TF' 발족을 준비하며 시공사, 시행사, 신탁사 등 참여 업계 범위를 논의하고 있다. 앞서 지난 11월 13일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통해 국토부와 금융당국, 시행사 등으로 구성된 책임준공 개선 TF를 만들어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업계는 책준관행이 불공정하다는 의견으로 다양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제도가 변경될 경우 자금모집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의 책임준공 개선 TF는 양측간 접점을 찾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 합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PF 책준 구조 개선을 둘러싼 건설업계와 금융기관의 핵심 쟁점은 '책임준공 연장 사유 확대'와 '배상범위 축소'다. 우선 건설업계는 PF 책임준공 구조에서 시공사가 책임지는 범위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도급계약과 달리 PF 대출 약정은 책임준공 연장 사유가 제한적이라 시공사의 귀책이 아닌 이유로 준공 기한이 미뤄졌을 때도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해왔기 때문이다. 또 책준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가 대출원리금 채무인수 등으로 커 시공사 및 신탁사가 준공 이후 미분양 리스크까지 부담해야 했다.

건설업계는 책임준공의무 면책이 가능한 '불가항력 유형·사유' 범위의 확대 및 구체화, 면책가능 불가항력 사유 발생시 책준기한 연장 의무화를 요청했다. 또 시공사의 귀책이 아닌 사유로 책준 기한 연장이 필요할 때 △금융기관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시공사에게 지급보증 등 추가 신용보강 요구 △분양률 미달성시 시공사 채무인수 등과 같은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에 대해 금융당국의 지도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시공사가 책임준공 미이행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공기 지연으로 인해 실제 발생한 손해만큼만 시공사가 책임지고 배상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시공사 책임준공 연장 사유를 확대하고 연장 또는 미이행시 배상 범위를 축소할 경우 부동산 PF 자금조달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사는 PF 대출 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시행사 대신 시공사의 책임준공, 채무인수 등 추가 신용보강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쟁점의 배경에는 저자본 디벨로퍼 위주로 이뤄진 PF 사업 구조가 있다. 해외 선진국은 디벨로퍼가 금융사·연기금 등 지분투자자를 유치해 30∼40% 자기자본으로 토지매입 후 건설단계에서 PF대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5% 이내 자기자본으로 토지 매입부터 브릿지대출을 받아 진행하기 때문에 대출기관이 저자본 리스크를 보완하려 건설사와 신탁사의 보증에 의존해왔다. 이러한 '저자본·고보증 구조'로 인해 부동산 경기 침체, 금리인상 등으로 사업여건이 악화되며 시행사에서 건설사, 건설사에서 금융사로 리스크 확산 우려가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근본적 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시행사의 PF 자기자본비율 상향을 추진한다. 고금리 대출을 통한 토지 매입보다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현물출자(주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책임준공 개선 TF를 통해 도급·PF대출·신탁계약 상 책임준공 연장사유를 국토부가 고시하는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 등과 일치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책임준공 기한이 도과할 경우 시공사의 배상범위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범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책임준공 미이행시 채무인수 조항은 시공사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미이행이 발생해도 시공사가 대출원리금까지 다 갚게 돼있어 지나치게 불공정한 계약"이라며 "책임준공 미이행시 실제 공사 지연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액만 갚는 방향으로 책준 확약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당초 책임준공 확약 관련 표준계약서 제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책준 표준안이 만들어질 경우 형식상 유물처럼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표준안 제정보다는 책준 규정을 바꾸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올해 중·하반기 들어 주택협회, 건설협회 등은 국토부와 금융당국에 책준 가이드라인 제정 건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국토부와 금융당국도 PF 제도 개선을 위한 각종 간담회를 진행해왔다.

◇건설사-금융기관 합의점 조정 필요

시공사들이 책임준공 리스크에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후반부터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등이 겹치며 건설사들이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해 PF 채무를 모두 떠안는 사례가 이어졌다. 책준기한을 연장할 때 금융사들이 PF 수수료를 과도하게 높여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책임준공으로 참여한 사업에서 대출연장 시 일부 대주로부터 대출약정상 대주단 동의 조건부로 추가수수료를 요구받았다. 여기다 특정 수준의 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채무인수를 하게 되는 조건으로 대출약정을 체결해야 했다. GS건설의 부산 산업단지 개발사업 채무인수 건도 책준기한이 지난 후 1~2개월 내 책임준공 이행 가능하다고 제안했으나, 금융사가 연장을 거부하고 시공사 채무인수 실행을 요청하며 발생한 사례다.

이에 금융당국은 PF 수수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 건설업계로 구성된 TF를 운영하며 불합리한 수수료 부과 관행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달 중으로 금융업권별 수수료 관련 모범규준을 제정할 방침이다. 수수료 항목의 분류 및 정의를 구체화하고 PF 수수료 부과 원칙, 차주에 대한 정보제공 절차 등을 명시할 예정이다.

다만 건설업계 요구대로 책준 제도를 개선하게 되면 금융권의 자금조달이 크게 줄어들고, 이 경우 건설업계 침체로도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이에 건설업계와 금융업계는 양측의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면서 책준 구조를 건전하게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하는 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근본적인 PF 제도 개선이 이뤄질수록 책임준공 확약 자체도 단계적으로 사라질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건설사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현 책준 제도 개선을 위해 금융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 중이며, 책임준공이 아닌 '책임시공'으로 가는 방향성이 맞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 책준 제도를 무리하게 개정할 경우 금융조달을 비롯해 건설사들에게도 충격이 미치게 되므로 금융업계와 건설업계가 적절히 조율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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