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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넥스트 50년]한진만·남석우 '투톱', 파운드리 고객·수율 확보 숙제영업·기술 역할 분담 예고, 내외부 신뢰 회복 최우선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13 13:16:30

[편집자주]

1974년 12월6일 시작된 삼성 반도체사업이 50주년을 맞았다. 고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을 거쳐 이재용 회장에 이르기까지 삼성을 넘어 한국 수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현주소는 밝지 못하다. 장기간 왕좌를 지켜온 메모리는 주춤하고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시스템반도체는 성장이 더디다. 반등의 계기가 필요한 삼성은 대대적인 인사로 변화를 줬다. 주요 인물 중심으로 삼성 반도체 사업의 다음 50년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6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했다. 메모리에서 쌓아온 실력은 시스템반도체에서도 발휘됐다. 빠르게 '확실한 2등'으로 올라섰고 첨단 공정 분야에서 대만 TSMC와 견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는 업의 특성이 달랐다. 소품종 대량생산과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근본적인 특징은 물론 고객과의 관계 설정, 전후방 생태계 구축 등에서 삼성전자는 준비와 경험이 부족했다. 수십 년을 메모리 선두로 군림하면서 높아진 콧대와 기대치도 발목을 잡았다.

◇점점 더 멀어지는 TSMC, 어깨가 무거워진 새 수장

6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9.3%로 2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내내 11%대를 유지하다가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TSMC는 64.9%까지 점유율이 향상되면서 더 멀리 달아났다. 애플과 엔비디아, AMD, 퀄컴 등 빅테크들의 최신 칩 양산을 독식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팀을 사업부를 격상시킨 이래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1년에는 18%대 점유율까지 치솟을 정도였다. 문제는 이후다. 해당 시점을 기점으로 TSMC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더니 최근 수분기 동안에는 더욱 간극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올 3분기 9%대까지 낮아지면서 중국 SMIC(3위·6.0%)의 추격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파운드리사업부가 주춤하게 된 건 5나노미터(nm) 공정 시대에 들면서다. 7나노까지만 해도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도입하는 등 TSMC를 긴장케 했으나 이어지는 5나노, 4나노 경쟁에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가 터졌다. 이 시기에 주요 고객인 퀄컴, 엔비디아 등이 TSMC로 넘어갔다.

더불어 맞춤형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미비하면서 일부 고객이 등을 돌리거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있었다는 후문이다. 시장 상황을 예상해 제품을 양산한 뒤 판매를 기다리는 메모리 사업에 익숙한 점도 한몫했다.

(왼쪽부터) 한진만 사장과 남석우 사장

2~3년 동안 부침을 겪으면서 삼성전자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결단을 내렸다. 파운드리 수장을 교체했고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했다. 새 파운드리사업부장은 미주법인(DSA)총괄 한진만 부사장이 사장 승진하면서 맡게 됐다.

한 사장은 메모리 설계, 개발, 전략마케팅 등을 요직을 역임하고 2022년 말부터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 확장을 견인했다. 다양한 경험과 북미 네트워크가 파운드리 사업 반등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받는다.

다만 한 사장은 메모리 위주로 커리어를 보낸 만큼 파운드리 역량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남석우 사장을 CTO로 앉혔다.

업계에서는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남 사장이 한 사장보다 '사장 선배'지만 직책상 한 사장이 위다. 역할적으로 한 사장이 영업 및 네트워킹, 남 사장이 제조 및 공정 관리 등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지만 어떤 식으로 세분화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차원에서도 특정 사업부에 사장급 2명을 둔 건 힘을 실어줬다는 방증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게 돼 다른 사업부에 신경을 온전히 쓸 수 없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파운드리 시장은 결국 수주가 핵심이기 때문에 사업부장인 한 사장이 대외적으로 활동하고 CTO인 남 사장이 뒤를 받치는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내부적으로는 시스템LSI사업부와의 협력 강화가 미션이다. 앞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으로 서로 간 신뢰에 금이 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스템LSI사업부는 외부 파운드리 협력사와 손잡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파운드리사업부에는 놓치지 말아야 할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분사 없다'는 이재용 회장, 추후 투자 로드맵은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앞세워 파운드리 패권을 쥐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한다. 빅테크에 파트너이자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이유로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파운드리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 구조상 홀로서기에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방점을 찍은 건 이재용 회장이다. 앞서 이 회장은 "(파운드리 사업) 성장을 갈망한다.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파운드리사업부 분사설이 쏙 들어간 배경이다.

이와 별개로 DS부문은 조직개편을 통해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의 제조&기술담당조직을 산하로 각각 이관했다. 이전까지 합쳐있었다. 남 사장 중심으로 파운드리 기술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또 주목할 요소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이다. 반도체 업황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전반적인 일정이 밀린 상태다. 당초 올해 말 가동 예정이었으나 점차 미뤄지더니 최대 2027년 가동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지 정권교체에 따른 지원책 변경 변수,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 등 대외적 환경이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해당 공장은 여전히 미지수다. 국내 파운드리 라인도 잠정적으로 투자가 중단됐다. 기존 팹의 가동률까지 낮출 정도다. 시장 상황만 탓하기엔 TSMC는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결국 신뢰를 회복해 대형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해법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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