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 화해와 경쟁 사이]줄어든 법적 부담감, 늘어난 협업 이유④'화해 무드' 조성, 예상 밖 정치 변수…정부지원 요원, 기업간 협력 절실
허인혜 기자공개 2024-12-13 13:02:07
[편집자주]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상대방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며 화해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을 두고 치열한 경쟁 중인 양사가 돌연 화해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해상 방산 시장의 확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러브콜 등 조선과 방산 사업을 둘러싼 글로벌 분위기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방위사업청 사업뿐 아니라 글로벌 방산·조선 수주에 도전장을 낼 만큼 회복한 두 기업은 경쟁할 때는 경쟁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손을 맞잡는 '원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불필요한 갈등은 덜어낸다는 전략이다. 더벨이 한화오션과 HD현대 사이 분위기 변화와 배경, 남아있는 경쟁과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1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서로에게 겨눴던 법의 칼을 거두면서 법적 리스크는 크게 줄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원팀'으로 나설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양사는 화해 국면을 맞았는데 앞날은 더 흐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K방산 수출길이 좁아져서다. 관의 역할이 예상 밖으로 부재해진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협업 필요성은 더 커졌다는 진단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진두지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속 기업간 협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갈등·방사청장 유착 혐의 '해소'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해 치열한 고소전을 벌였던 양사는 지난달부터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이달 초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에 대한 구속 송치가 결정돼 검찰에 넘겨지면서 연루 의혹이 있었던 HD현대중공업은 혐의를 벗었다.
HD현대중공업이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될 때 왕 전 청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왕 전 청장이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당시 규정을 바꾸는 직권남용을 한 것은 맞다고 봤지만 HD현대중공업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에 고소했던 2건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또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사건은 공소권 없음, 업무방해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양측이 서로를 겨냥해 냈던 고소장도 거둬들였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간부들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행위에 가담했다고 고발장을 냈지만 11월 이를 취하했다.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에 대해 명예훼손 고소장을 냈지만 취하했다.
◇'시계제로' K방산…합동 '방산세일즈' 니즈 커졌다
법적 갈등 부담감은 덜었지만 예상밖 악재가 터지며 K방산에도 제동이 걸렸다. 줄지어 국내 방산기업의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았던 글로벌 고객들의 발길도 끊겼다. 국내 방산 기업을 방문하려 했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은 일정을 취소했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방한도 무산됐다.
캐나다와 폴란드, 필리핀 등 기대되는 수주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급변한 정세가 야속할 수밖에 없다. 특히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는 약 7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비상계엄 선포 전만 해도 민관 합동 체제를 구축해 이 수주전을 따내자는 공동 목표가 설정됐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적극적으로 화해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폴란드와 필리판 잠수함의 총 사업비도 각각 8조원과 2조원 규모다. 국내 방사청 사업이 주가 됐던 시장이 대폭 커질 기회다.
정세가 불안하다고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놓치고 갈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 수주전에 뛰어드는 다른 국가들은 팀을 이뤄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민관 원팀이 수월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사가 뭉칠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러브콜도 유효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민관 동력은 줄었지만 관계 기업 협업은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국이 급변했지만 관계없이 관련 업체들과 원팀을 이뤄 K방산 수출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정부 역할 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짙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간 협업은 서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조직을 구축해 예컨대 잠수함 수주전은 어떤 곳이, 수상함은 어떤 곳이 진두지휘 한다는 등의 조율을 해줘야 한다"며 "국방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부재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수주를 확대하려는 시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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