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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LG맨' 권영수가 본 K배터리의 현재와 미래는 LG엔솔 대표시절 'C배터리 굴기' 목도…CAPEX 통제·스마트팩토리 도입 강조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13 13:02:58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산업 기상도에서 배터리는 '흐림'이 예상됐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전기차 수요 감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폐지 우려, 중국발 저가 배터리 공급 등이 위협 요인으로 언급됐다.

국내 1위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2021~2023년)를 지낸 권영수 전 부회장(사진)은 K배터리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권 전 부회장은 최근 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한 최고경영자(CEO) 조찬회에서 '배터리 산업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K배터리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중국 경쟁사들의 부상을 지목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풍부한 내수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CATL과 BYD 등이 탄탄한 배터리 밸류체인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유럽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전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CEO로 있을 때 한 달에 한 번꼴로 중국 출장을 갔는데 갈 때마다 놀라웠다"며 "중국 정부 주도하에 (중국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배터리-배터리 소재 등 전 밸류체인에 대한 경쟁력을 지난 몇 년간 아주 계획적으로 구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 대비 가격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저가 전기차 시장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한 점이 국내 배터리 기업에겐 '일촉즉발의 위기'라고 권 전 부회장은 진단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는 낮아 주행거리가 짧고 무겁지만 가격이 저렴해 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다. 앞서 테슬라와 포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현대차, KG모빌리티까지 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LFP 배터리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2018년 7% 수준이던 LFP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해 27%까지 성장했다.

이에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던 국내 배터리업계도 LFP 배터리 양산라인을 설치하고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르노와 약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 중 전기차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따낸 건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권 전 부회장은 "국내 배터리업계는 니켈 함량이 높은 NCM 배터리로 시장을 석권해왔다"며 "어느 순간 염가형 전기차 수요가 확대됐는데 우리는 이 시장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중국이 LFP 기술을 급속도로 발전시키는 바람에 시장 전체가 (LFP 쪽으로) 쏠렸다"고 회고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글로벌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점, 중국 기업들이 하이엔드 배터리에 대한 투자는 소홀한 점 등은 기회 요인으로 봤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음달 출범하면 중국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할 것이 유력하다. 유럽에서도 자국 제조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미 IRA와 유사한 법안을 도입하려는 추세다.

하이엔드 배터리 부문에선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하이니켈, 미드니켈 배터리 시장에 주도권을 쥐고 나가면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권 전 부회장은 향후 3~5년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 판도를 가를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권 전 부회장은 국내 배터리업계에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을 통제하는 모델을 검토할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빌드 투 슈트(Build to suite)'이 대표적인 예다. 토지 소유주가 매장 건설비용을 대고 임대를 내주는 방식으로 유통업계가 신규 출범 시 부동산 비용을 낮추거나 부동산 가격 변동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사용한다.

그는 스마트팩토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배터리 설계와 제조 공정 등에 AI,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공장의 생산성과 수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골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에 북미에서만 7개의 공장을 운영하게 된다. 신규 공장의 경우 램프업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 램프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적 개선 속도가 더뎌진다. 스마트팩토리 기술은 이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권 전 부회장은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인력의 이탈뿐 아니라 물류비와 인증비 등을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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