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성장 전략 대전환 선포 1년]대전환 선언 시발점, '잃어버린 5년'②'경영권분쟁'부터 '코로나'까지 겹악재, '실기' 만회 위한 전략 수립
윤종학 기자공개 2025-01-13 09:58:22
[편집자주]
2024년 1월 말,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CEO의 메시지는 기업의 생존과 도약에 있어 결정적이다. 신 회장의 발언 이후 그룹 내부에 긴장감이 돌았고 작년 말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은 전략 실행에 불을 붙였다. 더벨은 신 회장의 메시지 이후 숨 가빴던 롯데그룹의 1년간의 행보를 분석하고 향후 전략 방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8일 16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대전환을 선언하기 직전까지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에 주력해왔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롯데그룹의 특징적인 경영방식으로 꼽혀왔다. 이 방식은 현재 롯데그룹이 식음료, 유통, 관광, 화학, 건설, 금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는 배경이자 재계 순위 11위에서 5위까지 외형을 키울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다만 지난해 신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 대신 사업매각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효율화로 전략에 변화를 줬다. 오랜 기간 롯데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전략의 변화를 준 배경으로는 '롯데의 잃어버린 5년'이 거론된다. 인수 기업의 실적 부진과 시장환경 변화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한 과거를 만회하기 위해 대전환 선언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경영권분쟁으로 촉발된 '잃어버린 5년', 내부 경영전략 한계
롯데의 '잃어버린 5년'은 2015년부터 약 5년간 롯데그룹이 겪은 경영 위기와 실적 부진의 시기를 지칭한다. 이 기간 동안 롯데그룹은 여러 가지 내부 및 외부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잃어버린 5년의 시작은 2015년 경영권 분쟁으로부터 촉발됐다. 롯데그룹은 일본에서 출발한 기업으로 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 롯데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당시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었고, 일본 롯데홀딩스는 형인 신동주 부회장이 맡고 있었다.
2015년 1월 일본 롯데홀딩스가 준법경영 위반을 이유로 신동주 부회장을 해임하며 경영권 분쟁은 본격화된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작성한 문서 등을 이용해 경영권 탈환을 시도했다. 경영권 분쟁은 2년여에 걸쳐 지속됐는데 2016년 2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승리하면서 사실상 분쟁은 마무리됐다.
2017년 롯데그룹은 사법리스크에 연루되며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도 겪게 된다. 2019년 8월 대법원이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하고 나서야 신 회장은 경영에 복귀할 수 있었다.
다만 두 개 사건으로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실추됐고 핵심 사업이었던 유통 및 화학사업에서 경쟁사에게 시장점유율을 일부 빼앗겼다. 또한 롯데그룹의 사업재편 및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경영 공백이 생기며 신사업 추진이 지연되기도 했다.
외부적으로도 2016년 롯데가 한국 정부에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것을 놓고 중국이 보복성 조치를 취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이 정지됐고 중국 전역에서 롯데 제품 불매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2018년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을 전면 매각하고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이와 비슷하게 2019년에는 일본과의 무역갈등으로 일본 브랜드 및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며 롯데그룹도 타격을 입었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전세계를 휩쓸며 유통 및 관광 산업 침체로 주요 계열사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시장 변화 대응 '실기(失期)' 만회 전력, 사업재편에서 매각까지 검토
롯데그룹이 잃어버린 5년을 겪어내는 동안 시장은 변화했다. 비대면 유통채널이 대세로 자리매김했고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이 침체되며 수요가 감소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시장의 유동성은 말라갔다.
경영공백 등으로 경쟁사에 비해 대응 속도가 늦을 수 밖에 없던 롯데그룹은 실적도 후퇴했다.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2022년 영업손실로 전환했고 2023년까지도 손실이 지속됐으며, 롯데쇼핑도 2020년대 들어 매출이 10조원대로 줄고 2021, 2022년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롯데그룹도 사업재편과 조정 등에 힘쓰고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들을 다각도로 추진했다. 2021년 BU(비즈니스 유닛) 체제에서 HQ(헤드쿼터) 체제로 전환한 것도 그 일환이다. 호텔·유통·식품·화학군으로 계열사를 묶은 후 각 사업군에 사업전략 수립과 재무·인사 기능을 탑재시킨 HQ조직을 구성했다.
또한 조직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2022년 롯데제과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고, 유통 및 호텔 부문에서도 외부 인사 영입을 활발히 진행했다.
신동빈 회장은 사업재편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월 매각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을 고수해왔다면 이제는 성과가 안좋은 계열사를 매각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대신 바이오 테크놀로지,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이차전지 소재를 그룹의 4대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해 신규 사업 추진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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