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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는 몰라도 IP는 잡는다 [thebell note]

황선중 기자공개 2025-02-27 07:55:31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5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트렌드에 맞춰가니 시장이 안 따라오고, 앞서가니 시장이 못 따라오더라."

최근 만난 국내 게임업계 임원은 신작 게임의 흥행 확률을 도통 예상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최신 유행에 발맞춘 신작을 내놓으면 특색이 없다며 외면하고 반대로 여타 게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차별적인 신작을 내세우면 아예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는 아이러니였다. 그는 "최고의 인력을 모아 최고의 기술을 도입해도 언제라도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곳이 게임 산업"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흥행을 장담하지 못하니 게임사에서는 회사와 개발자 간의 갈등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신작을 제작하는 개발자는 흥행 자신감이 있지만 자본을 투입하는 회사는 생각이 정반대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결국 개발자는 자신이 꿈꾸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회사를 떠난다. 결과적으로 게임사는 유능한 인재를 떠나보내게 되고, 개발자는 안정적인 회사를 떠나 창업이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내던지게 된다.

최근 뜨거운 화두인 넥슨코리아의 '다크앤다커' 저작권 소송전도 비슷한 맥락이다. 게임 방향성을 두고 회사와 갈등을 빚은 개발자가 창업한 뒤 회사 자료를 기반으로 '다크앤다커'라는 게임을 개발한 상황에서 과연 저작권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넥슨코리아는 4년 가까운 소송전 끝에 개발자 측으로부터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배상금 85억원을 받게 됐다. 하지만 '다크앤다커' 저작권까지는 가져오지 못했다.

그동안 넥슨코리아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대다수 게임사의 상식은 개발자의 손과 입에 무거운 자물쇠를 채우는 것이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 프로젝트 내용을 퇴사 이후라도 외부에 발설하는 경우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엄포성 문구를 담는 식이었다. 과거에는 상식으로 통용됐던 일이지만 최근 지식재산권(IP)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모습이다.

세계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게임사들은 이미 구태와 작별한 상태다. 크래프톤은 신작 개발에 뜻이 있는 임직원의 창업을 되레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넷마블은 2023년 회사를 떠난 개발자가 창업한 회사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배포를 보였다. 세계적인 수준의 두 게임사의 행보에는 어쩌면 이런 판단이 있을지도 모른다. '개발자는 놓쳐도 된다. 하지만 지식재산권(IP)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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