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25일 07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년 전만해도 미국 10년물 채권금리가 1%에 못 미쳤다. 이 무렵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뱅커가 국내 대기업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만나 이럴 때 장기물로 외화채를 발행하면 어떨 지 제안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뜨뜻미지근했다.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그 사이 다른 계열사의 대표가 된 CFO는 외화채 발행을 시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워했다고 한다.미국 기업은 우리와 재무 전략이 다르다. 장기 차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매그니피센트7이라 불리는 빅테크 기업은 금리 조건이 좋을 때 미리 공모채를 발행해 미래에 쓸 자금을 쌓아둔다. 애플은 3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고 메타와 아마존 같은 기업은 40년물 회사채도 찍는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어떨까. 두 회사는 한국물(Korean Paper)은 커녕 국내 시장에서 공모채도 발행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는 2021년까지 공모채 시장을 찾았지만 삼성전자는 시장을 떠난지 20년이 넘었다. 잊을만 하면 발행설이 돌지만 늘 소문으로 끝난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당연히 해외 투자자의 관심도 크다. 주식은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되지만 채권은 상황이 다르니 IB업계에서는 투자자 풀(Pool) 중에서 절반만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선 한국물 발행이 가장 효과적인 IR이 될 수 있다.
외화 수요는 어느 때보다 크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조지아주에서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가동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추가 투자 가능성도 늘상 거론된다.
그럼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 글로벌 기업들이 채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 이유가 뭘까.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사실 자체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하기도 했다. 직접 금융 수단인 채권 발행으로 인한 재무구조 변화와 이로 말미암은 레퓨테이션의 변동을 원치 않는 것 같다는 뜻이다.
IB업계 관계자의 생각처럼 만약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이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채권 발행을 주저한다면 관점을 바꿔야 한다. 회사채 같은 부채의 자본비용은 주식 발행을 통한 자본비용보다 저렴하다. 채권은 이자만 주면 되지만 주식은 배당에 수익률까지 챙겨줘야 한다.
밸류업 시대에 주주 환원 요구가 강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이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투자자나 발행사 모두 채권을 합리적인 조달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회사채가 세계 시장에서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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