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 재편]그룹이 움직인다, 반도체 정체 돌파구 '신약'에피스홀딩스 설립으로 본격 베팅 예고, 중장기 운영방안 방점 'R&D'
김성아 기자공개 2025-05-23 07:06:29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2일 10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국은 신약이었다.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아무리 성장한다고 해도 결국 지향점은 신약에 쏠린다. 20여년 전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도 궁극적으로는 신약을 봤다.하지만 성패에 대한 상당한 불안, 확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제조업 마인드가 신약의 중간다리인 CMO와 바이오시밀러를 겨냥케 했다. 신약을 대신 개발 및 생산해주고 특허가 끝난 신약의 빈 자리를 노리는 우회적 R&D 전략이다.
왜 지금일까라는 문제의식은 삼성그룹에 만연한 반도체 위기의식에서 비롯된다. 별도기준 삼성전자 매출은 올해 1분기 8% 느는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27% 축소됐다. 영업이익률은 단 2.7%에 그친다.
규모 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이 삼성전자와 비견할 수 없지만 40%에 육박하는 수익성을 가진 바이오 사업에 대한 확장 의지는 가져볼만 했다. 다만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CDMO, 시밀러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블록버스터 신약은 성공만 한다면 20년간의 독점특허로 창출 가능한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하다.
◇가시화된 삼성표 신약, 투자지주사 신설로 가능성에서 현실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 역할의 방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에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 관련 신사업을 영위할 자회사를 산하에 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신설 자회사는 수평관계다.
시장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사업 자회사의 윤곽을 신약 개발로 점친다. 실제로 삼성그룹 고위임원은 신약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CDMO 회사를 분할하고 홀딩스 산하에 에피스를 두고 그 수평관계로 자회사를 설립하는 거버넌스를 보면 답이 나온다"며 "결국 신약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물 밑에서 꾸준히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드러난 바 없지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 비공개로 특정 바이오텍 및 제약사와 관련 치료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예 설립 단계부터 삼성표 신약 개발의 중추 기지를 자처했다. 2017년 일본 다케다 제약과 급성 췌장염 신약 후보물질 SB26 공동 개발을 착수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다만 공동 개발을 위한 조율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개발이 지연됐다. SB26 임상 1상은 2020년 이후 업데이트가 멈췄다. 부족했던 재무 체력도 신약 개발 계획을 뒤로 미루는 단초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통해 곳간을 채웠다. 2023년부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연간 2600억원 안팎의 영업활동 현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미 ADC 등 후보물질 발굴은 마쳤고 올해 전임상을 거쳐 연말까지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하는 것이 내부 목표다. 이번 삼성에피스홀딩스 신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삼성표 신약 개발 사업의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공동연구 또는 자체 연구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중간 지주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출범하게 되면서 투자를 사업목적으로 영위하게 된다. 적극적인 M&A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차하면 똘똘한 신약 개발 회사를 직접 이식할 수도 있다. 자회사 신설을 공개하며 이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히 시장에 보여줬다.
◇다양한 '인오가닉' 전략 예고, 제약사부터 바이오텍 인수까지
삼성그룹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신사업 진출 전략을 소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M&A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활용해 펼칠 수 있는 신약 인오가닉 전략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최근 종근당이나 한독, 유한양행 등 유수의 국내 제약사들이 빠르게 바이오텍과 결합하면서 신약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는 건 좋은 선례다. 앞서 빅파마 역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어 R&D 선순환을 마련했다.
삼성그룹이 최근 경영권 분쟁을 진행한 한미약품부터 시작해 다양한 제약사 인수 검토를 진행했다는 점으로 보아 바이오텍 외에도 아예 제약 구심점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국내서는 상위권 제약사부터 중견 및 중소제약사까지 다양한 잠재매물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떼어내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홀딩스 산하에 뒀다는 점 역시 R&D를 중추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차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빅파마 등 고객사와의 이해상충 문제 때문에 자체적인 R&D가 불가능하다. 완전히 지배구조를 분리하며 문제될 소지를 없애고 자체적으로 R&D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그룹 곳곳에 포진해 있는 바이오 관련자 역시 그룹이 전사적으로 바이오 사업 확장에 승부를 걸었다는 점도 보여준다. 작년 11월 13년간 삼성바이오에피스 최장수 CEO였던 고한승 사장은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이동해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하만 등 굵직한 M&A를 담당했던 안중현 삼성전자경영지원실 사장까지 나서 신약회사를 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1963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장이 돈독한 관계 속에서 함께 바이오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물산에는 김재우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 부사장이 있다. 과거 삼성전자의 신사업추진단에서 바이오 중역인 김태한 전 사장, 고 사장 등과 호흡을 맞췄던 인물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신임 경영자를 봐도 R&D 의지가 드러난다. 초대 대표이사는 김경아 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이 맡았다. 그리고 사내이사로 홍성원 삼성바이오에피스 개발1본부장 부사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사실상 그룹 R&D 투톱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책임지는 셈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두고 수평관계로 신약 등 자회사를 늘려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R&D 소부장 기업 등 밸류체인을 만드는 론자식 전략도 검토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바이오 사업을 전격적으로 늘리려는 의지는 분명하다"며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설립목적이 신성장동력 발굴에 있기 때문에 R&D 투자, M&A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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