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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 “멀티 패밀리오피스 지향” 정성민 DB증권 부장IB, PF 업무 직접 수행…"지역 VVIP의 사업 파트너가 되겠다"

박상현 기자공개 2025-06-04 16:29:07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9일 08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 '2024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를 자산가로 정의할 때 우리나라는 전체 자산가 중 70.4%가 수도권에 거주한다. 대형 증권사들이 서울 주요 부촌에 프리미엄 점포를 출범하고 프라이빗뱅커(PB)들은 직접 발로 뛰어 이들을 겨냥한 각종 구조화 상품을 개발하는 이유다.

반면 지역 PB들의 영업 방식은 이들과 비교해 다소 수동적이다. 금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돼 있고 자산가 수도 적다 보니 능동적인 영업을 전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다수 PB들은 본사 상품팀이 검토해 제시한 금융상품을 고객에 판매하는 데 그친다. 직접 고객을 발굴하기보다는 지점에 내방한 고객을 응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기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PB가 있다. 정성민 DB증권 전주지점 부장(사진)이다. 그는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여의도와 강남 등지 자산운용사와 접촉, 지역 자산가들에게 적합한 상품을 직접 공수한다. 또 개별적으로 IB, PF 업무를 수행해 단순히 셀 사이드(Sell-side) 영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기업 오너들의 기업금융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어느덧 정 부장에게 맡겨진 자산규모는 1200억원에 육박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 있는 PB 중 손에 꼽히는 규모다. 더벨은 정 부장을 만나 그가 걸어온 길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VVIP 확보' 꿈꿨던 주니어 시절, IB로 시선 옮겨

정 부장은 2007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전주지점에서 PB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자신만의 고액 자산가(VVIP) 고객을 확보하고 싶었다. 그러나 VVIP 고객 확보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지역에 기반을 두다 보니 정 부장은 서울 PB들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나 정보의 격차가 존재했다고 회고했다.

2010년대 중반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됐다. 모바일(MTS) 거래가 늘면서 점차 지점에 방문하는 고객 수는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정보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고객의 금융 지식 수준도 높아졌다. 만나는 고객 수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PB에게 자산관리(WM) 전문가로서 요구되는 역량은 높아진 상황이었다.

정 부장은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통시장 중심의 PB 업무에서 발행시장으로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다. 유통시장은 이미 정보가 공개된 상품을 중심으로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굳이 PB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이에 그는 고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발행시장 IB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PB로 근무했던 그가 갑작스레 IB 업무를 해낼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정 부장은 “IB 업무를 해보고 싶어도 아무런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서, 누가 알려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직접 혼자 부딪히면서 일을 배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회고했다.

그래서 정 부장은 2018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퇴근 후 서울로 올라갔다. 그는 “주말마다 업계에 종사하는 주니어들을 쫓아다니면서 밥 사주면서 실무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며 “그 때 투자제안서(IM)을 쓰는 법과 캐시플로우 모델을 짜는 법 등을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 분들에게는 투자 물건을 바라보는 관점, 영업 방식 등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 부장은 업무를 익혀도 실제 딜을 주선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지방 점포의 명함을 가지고 사업주에게 금융 주관 업무를 수행한다고 했을 때 신뢰를 얻기 어려웠다”며 “3년간 매일 퇴근 후 새벽 2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 제안서를 구성하거나 이리저리 전화를 걸어도 업무를 수임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필 술도 잘 못해 실력으로 뚫어야 했는데, 참 힘들었던 시기”라며 회상했다.


◇정 부장의 첫 딜, 삼성동 오피스텔 브릿지론·PF 금융주관

그렇게 3년이 흐른 2021년, 정 부장은 첫 딜을 수임했다. 강남구 삼성동 오피스텔 브릿지론 및 PF 딜이었다. 당시 해당 사업지의 시행사는 대형 증권사 PF부서 7곳으로부터 입찰을 받았다. 그는 “대형사 본사 PF 부서 본부장님들과 경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앞서 여러 차례 실패했던 상황 속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딜을 따올 수 있을지 고민했던 시기”라고 했다.

정 부장은 어떻게 지역 PB에 대한 편견을 극복했을까. 그는 사업주의 입장에서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보통 본사 부서에서는 일이 많기 때문에 금융 주관 외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사업주의 편에 서서 완공 후 이를 어떻게 분양해야 할지 함께 고민했던 점이 딜을 수임하는 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알고 지내던 스타트업 대표와의 인연이 도움됐다. 그는 “주니어 시절 VVIP 고객을 확보를 위해 알고 지냈던 공유오피스 업체 대표가 10년 임대차 계약을 확약해줬다”며 “이 때문에 여러 증권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첫 단주를 꿰메는 게 어려웠다. 정 부장은 삼성동 딜을 수임하고 나서 여러 딜을 따내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충청도 소재 폐기물 기업 인수 주관 △종로 오피스텔 시행 이익 유동화 △천안 불당동 소재 근린생활시설 PF 주관 △전북지역 공동주택 860세대 PF 주관 등 다양한 IB 딜을 수행했다.

◇바이사이드도 섭렵, 고객 맞춤형 헤지펀드 상품도 소개


IB 업무를 수행하면서 정 부장은 자연스레 VVIP와의 접점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사업주 분들이 본사 IB 및 PF 부서가 아닌 개별 PB를 선택해주면서, 그 분들이 자연스레 자신의 자산을 맡기기 시작했다”며 “VVIP 분들이 지인들을 소개해 주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관리자산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특히 셀 사이드(Sell-side)뿐 아니라 바이사이드(Buy-side)를 섭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사이드에 있으면서 VVIP들의 고민을 직접 해결해줄 수 있게 됐다는 게 정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고객과의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전했다. 고객 중 어느 중소기업 대표가 사업 운영 목적상 냉동창고가 있는 공장 부지를 찾고 있었다. 정 부장은 기존 부동산 매물이 아닌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NPL) 중 해당 조건에 있는 공장을 탐색했다. 그 후 대부 법인을 통해 해당 공장의 NPL을 확보, 고객이 해당 NPL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 부장은 여의도와 강남 등지의 헤지펀드 운용사와의 점점도 늘리고 있다. 직접 운용사와 컨택해 하우스와 상품의 특징을 파악하고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정 부장은 “대부분 지역에 있는 VVIP들은 아직 여러 헤지펀드 상품에 대해서는 낯설어 하신다”며 “이 분의 성향과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소개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올해 초 루트엔글로벌자산운용의 ‘루트엔 글로벌알파 일반사모투자신탁’을 고객에게 소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된 일화를 설명했다. 그는 “루트엔글로벌운용의 어느 매니저 분이 '스레드(Threads)'라는 SNS를 통해 자신의 투자 철학과 포인트 등을 쓴 글을 확인했는데, 너무도 흥미로웠다”며 “이후 운용사 측과 만나 상품 개설을 논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부장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PB를 넘어선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지향한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정 부장은 “PB는 주로 개인화된 금융 관리와 투자 전략 수립에 중점을 둔다면, 패밀리오피스는 VVIP와 그 가족의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라며 “VVIP 고객와 그 가족의 전 생애주기에 맞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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