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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CAPA 전쟁]납기에 앞선 장기 체계개발, 전 과정이 CAPEX⑧[KAI]'10년의 시간' 거친 KF-21…체계개발 나서는 KAI, CAPEX 전략 다른 이유

허인혜 기자공개 2025-06-05 07:31:09

[편집자주]

방산 수출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으며 국내 방산기업들이 생산능력(CAPA)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 수요가 단기성 계약이 아니라 다년간의 공급을 전제로 한 수주로 바뀌며 생산거점 확보와 제조라인 고도화가 기업 경쟁력의 척도로 떠올랐다. 기업들도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전체 밸류체인의 재설계를 추진하는 중이다. 대규모 자금 유입이 전망되는 만큼 현금흐름과 조달 방식도 꼼꼼하게 짜고 있다. 더벨이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의 생산성 확대 전략과 자금 조달 방안, 주력 무기 품목에 따른 CAPA 전략 등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30일 10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IR리포트나 기업가치제고 계획안을 보면 유독 '개발'이라는 단어가 많다. 그만큼 자주 등장하는 용어는 '체계'. KAI의 생산 목표는 단순한 납기 준수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개발부터 인증, 시제기 제작과 양산 등 생산의 전 과정을 모두 책임지는 구조다.

개발 착수부터 양산까지의 타임라인이 다른 방산기업 대비 길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KAI가 독자 개발에 매달려 온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개발 의지를 드러낸 뒤 2015년 체계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들어서야 처음으로 양산형 KF-21 보라매 항공기가 조립되고 있다.

KAI의 생산성 확대 전략은 단순한 설비투자(CAPEX)로 설명할 수 없다. 연구개발(R&D)과 시험·인증 단계부터 생산 체계의 일부로 봐야 한다. KAI의 CAPEX를 다른 방산 기업과는 다른 기준으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계약 후 10년 만에 양산형 첫 조립 시작한 KF-21

KAI의 생산 구조를 이해하려면 KF-X 개발일지를 따라가봐야 한다. 설비를 발전시키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아예 국산화를 노린 작업이었기 때문에 방산 기업 중에서도 극단적으로 선제적인 CAPEX를 진행해야 했다. 양산 시점이 최소 10년 이후인 사업에 일찌감치, 대대적으로 착수해야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한국형 전투기가 언급된 건 2001년이다. KAI는 2005년 F-15K 전투기의 기체 구조물 초도 출하 기념식을 진행하며 KF-X 개발에 이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에 관심을 둔 시점이 최소한 20년 전이라는 이야기다. 2015년 방사청과 체계개발 계약을 맺었다.

사업의 실제 납기 매출 발생 시점은 훨씬 뒤다. 물론 체계개발에 따른 매출액이 발생하지만, 아직 양산형 초도 물량도 나오지 않았다. 개발이 느렸다기보다 워낙 까다로운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10년간 설계와 인증, 시험, 시제기 제작이 순차적으로 진행됐고 전 과정에서 설비투자가 선행됐다.

2016년 상세설계와 시험 인프라 구축을 병행한다. 풍동시험 등을 치룰 설비가 필요했다. 이때 CAPEX는 직접 생산을 위한 공장이나 라인 증설이 아니라 비행체 자체를 검증하기 위한 기반이었다. 설계는 2018~2019년 완료돼 시제기 제작에 착수했다. 시제기 6대 중 1호기가 2021년 출고되며 공식 명칭인 'KF-21 보라매'가 붙었다. 2022년 첫 비행에 성공했고 2023년까지 초음속 비행과 공대공 미사일 분리 시험, 기관포 사격 시험 등 주요 기능 입증이 이어졌다. 시제 6호기까지 비행을 완료하면서 체계 개발의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이 모든 시기 동안 KAI의 설비투자는 대규모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공장 가동 이전부터 인증 설비, 비행시험장, 시제기 조립공정이 구축됐지만 완제품 출고는 없었다. 2026년에야 본격적으로 매출 반영이 기대된다. CAPEX와 실제 매출 사이의 시간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직 계산 어려운 생산성, 받치는 힘은 선행 수주

이처럼 KF-21의 양산을 앞두고 생산설비뿐 아니라 여러 인증 시험을 병행한다. 인증은 품질만 보증하는 게 아니다. 비행의 안정성과 기동성, 공중급유 가능 여부 등 무기 체계 전반에 대해 입증한다. 모든 요소가 기체의 납품 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시험 절차마다 CAPEX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오랜 기간 관련 투자를 이어왔지만 아직 KAI는 KF-21에 대한 생산능력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는다. KAI는 "고정익부문의 KF-21 사업 및 차군무인기사업 등은 현재 체계개발이 진행중이므로, 생산능력을 산출할 수 없어 기재를 생략"했다고 적었다.

실제로 2025년 양산형 KF-21 조립이 시작됐지만 인증·입증·공정 안정화라는 전 과정을 선행했기에 가능한 수순이다. 결국 KAI의 CAPEX 전략은 생산능력 지표나 단기 납기 대응력만으로 해석될 수 없다. 기체의 기능을 입증하는 게 우선이다.

이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은 이전에 선행했던 개발과 납기다. KAI의 과제는 장기 프로젝트들을 적절히 배치시켜 한쪽에서 대규모 매출이 일어나는 동안 다른 쪽에서 개발에 착수하는 선순환을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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