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CAPA 전쟁]'수주 기반 선투자' 현금 시간차 극복 방법은⑨[KAI] 수주-현금화 시간차, 높은 운영자금…착한 부채로 버티는 자금 구조
허인혜 기자공개 2025-06-09 08:16:24
[편집자주]
방산 수출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으며 국내 방산기업들이 생산능력(CAPA)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 수요가 단기성 계약이 아니라 다년간의 공급을 전제로 한 수주로 바뀌며 생산거점 확보와 제조라인 고도화가 기업 경쟁력의 척도로 떠올랐다. 기업들도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전체 밸류체인의 재설계를 추진하는 중이다. 대규모 자금 유입이 전망되는 만큼 현금흐름과 조달 방식도 꼼꼼하게 짜고 있다. 더벨이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의 생산성 확대 전략과 자금 조달 방안, 주력 무기 품목에 따른 CAPA 전략 등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5일 16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방산업계 중에서도 독특한 선행 투자 구조를 띈다. 방위산업 자체가 계약과 납기의 리드타임이 짧지 않은 편인데 체계를 개발하고 완제기를 납품하는 KAI는 이 기간이 더 길다. 개발 중에도 계약금의 일부를 받지만 최종 납기에 따른 대규모 현금유입 시점과 투자 시기 간의 시차가 크다.이런 구조 속에서도 시장에서는 KAI의 재무 건전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현금흐름지표만 보면 음양을 오가며 크게 출렁이고 있지만 '착한 부채'로 불리는 계약부채와 선수금 등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KAI는 완제기 제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췄다. 또 고객이 우리나라 정부나 해외 국가 단위인 만큼 계약 파기에 대한 부담이 적다. 20조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쌓으면서 향후 매출 전망도 긍적적인 상황이다.
◇긴 리드타임, 착수-납기 시간차
방산 제품들은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고객맞춤형 성격이 강하다. 탄약 등의 일부 카테고리는 기성품처럼 제조가 가능하지만 정밀유도무기나 완제기, 특수선 등 규모가 크고 비싼 제품들은 수요국가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제작한다. 때문에 착수부터 납품까지의 기간이 일반 제조업 대비 긴 편이다.

KAI는 그중에서도 개발 기간이 긴 편에 속한다. 대표적인 예가 KF-X 개발이다. 2015년 방위사업청과 계약을 맺었는데 아직 양산품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경향성은 다른 방산기업과는 또 다르다. 최근 해외 수주 비중을 늘려온 방산기업들은 납기 국가의 요구에 따라 이 기간을 줄여오고 있다.
차이가 발생한 건 KAI의 개발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KAI와 방사청의 KF-X 개발은 '독자기술'과 전체 시스템에 방점이 찍힌다. 단순히 생산만 노린 게 아니라 완전한 국산화를 꿈꿨다. 목적성이 다르니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기술을 찬찬히 개발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또 KAI는 납기 전 완제기를 제작해 두니 재고자산이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제조부터 납기까지 마무리되기 전에는 현금 유입이 천천히 이뤄진다. 결제대금 유입 시기에 따라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나 잉여현금흐름(FCF) 등이 마이너스(-)를 보일 때도 있다.
◇선수금·용역보수, 착한 부채가 뒷받침하는 유동성
재고자산의 규모 추이를 보면 별도 기준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4년까지도 매년 확대됐고, 올해는 KF-21 양산 기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해 재고자산이 더 쌓일 가능성이 있다.
재고자산 추이는 2019년 1조1948억원에서 2020년 1조1919억원, 2021년 1조3181억원, 2022년 1조5837억원으로 나타났다. 2023년 1조7183억원으로 불어났고 지난해에는 2조3439억원이 됐다.
재고자산의 증감을 보면 2019년에는 전년대비 177억원이었지만 이듬해부터 양으로 전환돼 매년 증가폭도 키워갔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6318억원을 더 쌓았다.
운전자금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사이 꾸준히 수주계약을 맺으며 선수금이 유입됐고, 개발을 이행하며 중간 용역보수도 받았다.
선수금은 회계상 부채지만 납기가 발생하면 어차피 매출로 전환되는 착한 부채다. 방산업 특성상 세부 계약 내용을 볼 수는 없지만 대체로 헤비테일(Heavy-Tail) 구조를 택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납기가 시작되면 현금 유입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NCF나 FCF 등의 현금지표를 보면 음과 양을 오간다. 부채비율도 2024년 연말 기준 365%로 높은 편이다. 다만 선수금 등의 실지표를 반영하면 재무건전성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NCF는 2019년 3659억원에서 이듬해 7393억원으로 뛰었다가 2021년 4437억원으로 줄었다. 2022년에는 1조4948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23년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지난해에도 적자 흐름을 보였다.

◇미래 유동성 지표 '수주잔고', 6년치 일감
2025년 1분기 말 기준 KAI의 수주잔고는 24조3000억원이다. 연간 매출의 약 6배 수준이다. 확보된 수주만으로도 향후 6년간 일감이 보장된 셈이다. 선투자 구조를 운영하는 KAI에게 수주잔고는 유동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지표다.
완제기 수출 부문은 2022년 이후 뚜렷한 반등을 보였다. 2022년 9월 KAI는 폴란드와 FA-50 48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규모는 약 30억 달러였다. 2023년 2월에는 말레이시아와 18대 공급 계약도 맺었다. 약 9억 달러 규모다. 덕분에 완제기 수출 수주잔고는 2021년 말 약 9800억원에서 이후 5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군수 부문도 꾸준하다. 소형무장헬기(LAH)와 KF-21 양산 사업이 본격화되며 안정적인 수주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민수 부문도 마찬가지다. KAI는 에어버스와 보잉 등과의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을 지속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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