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10일 07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물건을 산다는 건 점점 피로한 일이 되었다. 선택지는 넘쳐나고 가격은 수시로 요동친다. 신중히 고른 물건이 하루아침에 후회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한 번 외면했던 브랜드는 알고리즘의 집요한 집착 속에 다시 화면을 채운다.‘고르는 피로’가 일상이 되자 믿을 만한 누군가의 안목에 기대려는 욕망이 커졌다. 큐레이션, 셀렉션, 추천 알고리즘 등은 더 이상 소비의 부가정보가 아니라 전제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웍스아웃은 바로 이 흐름 위에서 탄생했고, 또 성장하고 있다. 어느덧 약 13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말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내후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처음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자체 브랜드 없이 선별에 집중하는 편집샵 모델은 자본시장에서 잘 알려진 비즈니스다. 그런데도 유수의 벤처캐피탈이 잇달아 투자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웍스아웃이 가진 경쟁력의 실체는 어디에 있을까.
시장의 시선은 ‘총판 계약’에 닿아 있다. 웍스아웃은 미국·유럽의 희소성 높은 스트리트 브랜드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있다. 단순한 유통을 넘어, 국내 시장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한 셈이다. 공급량과 가격 책정의 주도권을 쥔 것은 물론, 어떤 브랜드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그 기준 또한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웍스아웃의 또 다른 무기다. 제품을 어떻게 진열할지, 공간을 어떻게 연출할지, 고객과의 접점을 어떤 감도로 만들어낼지에 대한 감각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배가시킨다. 단순히 파는 것이 아니라 ‘웍스아웃다운’ 취향을 공간에서부터 구현해낸댜.
무엇보다 숫자가 말해준다. 웍스아웃은 연간 700억원 규모의 매출과 더불어, 순익을 창출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편집샵이다. ‘자체 브랜드가 없으면 실적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기존의 통념을 스스로 깬 모습이다.
‘소비 피로’는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수많은 옵션 속에서 방향을 잃은 소비자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잘 고른 선택지를 제시해 줄 안목 있는 조력자다. 웍스아웃이 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없이 IPO를 준비하는 건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이 시장이 진짜로 원하는 유통의 본질에 닿는 시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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