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다크호스' 부산은행, 전 항목 고득점…최상위권 등극[은행]시중은행 제치고 총점 1위…경영성과는 개선점 보여
허인혜 기자공개 2025-06-19 08:15:42
[편집자주]
좋은 이사회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통찰 있는 결의와 책임이다. 그러나 이사회 리더십은 종종 구조부터 취약하거나 요식적으로만 기능한다. 정책거버넌스 모델을 창안한 존 카버는 “통상 이사회란 유능한 개인들이 모인 그저 그런 집단”이라 평하기도 했다. 이사회 경영이 부상할수록 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단 뜻인데, 금융사 이사회는 특히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고정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와 시장 구조, 사회적 기대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이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 중일까. 더벨 theBoard가 독자적 툴을 만들어 평가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0일 15시24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은행은 명실공히 지방은행 1위다. 신흥 강자인 인터넷은행도 제친다. 다만 조(兆) 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시중은행과는 규모의 차이를 보인다.그럼에도 이사회 면면만큼은 지방·인터넷은행은 물론 주요 시중은행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은행은 금융사 이사회 평가에서 전 항목에서 고른 고득점을 기록하며 은행권 최상위권에 올랐다. 경남은행을 제외한 다른 지방은행들은 부산은행과 최소 20점 이상의 차이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견제기능 항목에서 차별성이 두드러졌다. 이사진과 최고경영자(CEO) 추천 및 자격요건, 감사위원회의 전문성 등 대부분 문항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사회의 세부 활동을 다양한 채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정보접근성도 뛰어났다. 다만 경영성과 부문에서는 개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부산은행, 지방·인터넷·시중 통틀어 1위
theBoard가 실시한 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220점 만점에 173점으로 전체 은행 중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평가대상 기업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 모두 13곳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대 공통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지난 3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연차보고서)와 2024년 사업보고서 및 2025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부산은행은 지방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을 모두 합한 은행권 순위에서 최상단을 차지했다. 특히 지방은행은 경남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과 20점 이상의 점수 차이를 보였다.
시중은행과는 예치금과 이익률, 매출액에서 차이가 크지만 동일한 평가 기준 아래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표적으로 공동 1위를 차지한 하나은행의 지난해 연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3조1273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산은행은 같은 기간 45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다.
경영성과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결과다. 이사회의 구성과 참여도, 견제기능과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등이다. 5점 만점에 평가개선프로세스에서 4.6점, 정보접근성에서 4.5점 등을 획득했다. 특히 견제기능과 정보접근성 등 다른 지방은행들의 점수가 좋지 못했던 항목에서도 발군의 성과를 낸 점이 차별화됐다.

◇지방은행 부진했던 견제·정보, 부산은행 '선두'
견제기능은 다른 지방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이다. 상위권인 경남은행도 3.3점에 그쳤고,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제주은행과 아이엠뱅크 등은 2점대에 머물렀다.
부산은행은 이 항목에서도 4점이 넘는 평점을 획득했다. 견제기능에서는 대부분의 금융사가 1점을 받은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은 사외이사만의 회의 개최 여부'와 주가연동 보수 여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만점을 받았다. 총 평균은 4.1점이다.
부산은행의 이사진 추천 기능을 보면 독특하게 '지역 주요인사 접촉'도 후보군 발굴 전략으로 기재돼 있다. 이사회 지원부서의 후보자 발굴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추천도 포함됐다.
승계 절차도 잘 갖춰져 있다. 지주사의 '자회사 CEO 경영승계계획'에 따랐다. 임기만료 3개월 전 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하도록 지정했다. 연1회 이상 지주회사의 자추위 주도로 계획의 적정성을 평가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에는 3차와 6차, 9차 등의 이사회를 통해 승계계획을 점검했다.
부산은행의 등기이사들은 기본 연봉과 성과급, 수당 체계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방성빈 은행장은 보수총액에 포함되지 않는 보수로 '주가연계현금보상(이연지급분) 주식수(누적합계)'가 기재돼 있다. 방 행장은 BNK금융지주 11만691주를 보유하고 있다.

정보접근성 역시 부산은행이 지방은행 대비 독보적으로 좋은 스코어를 보였다. 주주환원 계획을 제하면 모든 항목에서 5점이 매겨졌다. 특히 이사회 역량 평가표(BSM, Board Skill Matrix)를 도입해 이사회의 관리감독 노력을 공개하는지 여부에서 드물게 만점을 받았다.
◇평가 프로세스 최고점…경영성과는 지방은행 대비해도 '미흡'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부분은 평가개선프로세스다. 부산은행은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BSM를 설계하고 이를 이사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또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구분해 실시하고 점검 세부 업무를 외부 평가기관에 위임하고 있다. 자기평가와 상호평가, 직원평가, 외부평가를 모두 시행한다.
결과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나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외이사의 재선임과 향후 이사회 운영에 평가 결과를 반영한다.
참여도와 구성의 점수도 4점을 넘겼다. 4.3점을 얻은 참여도 부문에서는 이사회 개최 횟수와 사외이사 후보 풀(pool) 관리, 이사회 구성원의 출석율, 이사회 의안 제공 기간과 이사진에 대한 교육 등이 고평가됐다. 이사회 구성 조직도를 보면 각 소위원회별로 지원 부서를 따로 설계해 뒀다.

다만 경영성과 부문에서는 개선점이 보인다. 경영성과는 총주주수익률(TSR)과 수익성 항목인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순이익률(ROE)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평가했다. 시중은행 대비 규모와 이익률 부문에서 밀릴 수밖에 없지만, 지방은행과 비교해도 높지 못한 점수를 거뒀다.
부산은행의 TSR은 56.78%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는 상위권에 속해 4점을 획득했다. 다만 ROA와 ROE는 각각 0.53%와 7.10%에 그쳤다. 부산은행보다 ROA가 낮은 지방은행은 아이엠뱅크와 제주은행 뿐이었다. ROE도 마찬가지였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경남은행 등은 시중은행에 비춰 뒤쳐지지 않거나 오히려 앞서는 스코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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