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VIP운용 유증 반대 배경 'SK렌터카 합병 시나리오' 김민국 "추후 합병 과정까지 우려" vs 롯데렌탈 "유증 할인율도 적용 안해"

황원지 기자공개 2025-06-13 15:08:56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0일 10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VIP자산운용이 롯데렌탈의 유상증자를 지적하고 나선 배경에는 향후 예상되는 SK렌터카와의 합병 시나리오가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렌터카 업계 1, 2위를 사들인 후에 합병을 통해 렌트카 시장의 독보적 1위 사업자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로 어피니티가 지분율을 끌어올리면 추후 합병에서 소액주주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말 있었던 어피니티의 락앤락의 상장폐지 사례도 VIP운용이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어피니티는 작년 말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올해 2월 소액주주에게 PBR 1배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매수를 제안한 바 있다. 만약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사례에서도 합병 후 상장폐지를 진행한다면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후 SK렌터카와 합병 예상… 과정서 소액주주 지분 희석 가능성

어피니티는 지난 3월 롯데호텔 및 부산롯데호텔 측으로부터 롯데렌탈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 SK렌터카 인수 이후 6개월 만이다. 7~8월 중 공정위 심의를 받아 계약이 완료된다면 국내 렌터카 시장 1, 2위 업체를 모두 품게 된다. 작년 말 기준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0.8%, 15.7%다. 두 업체를 합한 시장 점유율은 36%에 달한다.

IB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향후 두 회사를 합병해 덩치를 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렌터카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 명실상부한 1위 사업자로 올라서기 위해서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효율화를 통해 밸류에이션이 커지고, 이에 따라 추후 엑시트 때에도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SK렌터카 인수 때부터 동종기업 인수 전략을 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어피너티는 두 회사를 같은 펀드로 인수했다. 2018년 60억달러 규모로 결성한 5호 블라인드 펀드다. 지난해 SK렌터카 인수 이후에도 2조원 가까이 남은 드라이파우더를 롯데렌탈 인수에 활용할 계획이다. 관리회사도 동일하다. 어피너티는 지난해 SK렌터카 인수시 특수목적법인(SPC) 카리나 운송그룹(Careena Transportation Group Limited)을 설립했다. 이번 롯데렌탈 인수에서도 해당 SPC를 이용했다.

롯데렌탈-어피니티 주식거래 후 지분구조 변경

VIP자산운용은 롯데렌탈 매각 이후 예상되는 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제3자 유상증자에서 이미 어피니티가 지분율을 크게 늘린다는 것 자체가 레드 플래그(red flag)라고 보고 있다. VIP자산운용은 “이번 유상증자는 어피니티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번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추후 예상되는 합병 시나리오에서 주주가치 훼손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례적으로 공개 행동주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어피니티의 SK렌터카 지분율은 100%다. 롯데렌탈의 경우 유상증자 전에는 50%, 유상증자 이후에는 63.5%까지 올라간다. 합병 과정에서 비율 산정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지분율이 롯데렌탈의 기업가치를 낮추고, SK렌터카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해야 최종 합병 회사의 지분율을 늘릴 수 있다.

물론 롯데렌탈은 이런 주장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는 유상증자 가격이 낮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가능한 시나리오인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상증자 가격은 시가배정 방식으로 결정됐다. 오히려 기존 주가 10% 이내의 할인율 적용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기존 주주를 고려해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VIP자산운용은 매각 이후 합병 과정에서 롯데렌탈의 이사회가 제동을 걸지 못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김민국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정임에도 이사회에서는 별다른 제동 없이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사회가 대주주의 거래 편의를 우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이유”라며 “이번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합병 과정에서도 소액주주 의견이 묵살될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매각 이후 3년 이후부터 가능하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어피니티에 롯데렌탈을 매각하면서 롯데렌탈 직원의 안정적인 고용보장을 최우선사항으로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을 향후 3년간 지난 8월 인수한 SK렌터카와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고, 이 기간 동안에는 롯데 브랜드를 사용한다. 매각 후 3년이 지난 시점부터 SK렌터카와 합병이 가능해진다.

롯데렌탈 주가 추이

◇락앤락 상장폐지 사례 반복될수도…“소액주주 이익도 존중돼야”

김민국 대표는 지난해 있었던 락앤락의 상장폐지 사건도 시사점이 있다고 봤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12월 보유 기업 중 하나인 락앤락을 상장폐지했다. 어피니티는 2017년 락앤락 지분 64%를 주당 1만8000원에 사들이며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하지만 이후 락앤락 실적이 정체되면서 주가가 500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에 어피니티는 작년 4월부터 두차례 공개매수를 통해 자진 상폐 요건인 95% 이상 지분을 확보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문제가 됐던 건 소액주주다. 어피니티가 여러 차례 제시했던 공개매수가는 약 8750원이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주당순자산가치(BPS)에도 미달했다는 점에서 적정하지 않다고 봤다.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낮은 금액을 주고 주식을 팔 수는 없다며 반발이 이어졌다. 어피니티는 상장폐지 이후인 올해 초에도 남은 소액주주들에게 비슷한 금액으로 매수를 제안했다. 하지만 주주측에서는 선택권이 없는 반강제적 합의안이라고 비판하며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김민국 대표는 “롯데렌탈 사례에서도 상장폐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봤다. 상장폐지를 할 경우 공시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에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전략을 짜기가 보다 수월해진다. 주주가 어피니티 하나로 단일화되기 때문에 추후 재매각도 쉬워진다. 김 대표는 “어피니티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락앤락처럼 소액주주의 권익이 일방적으로 무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렌탈 관계자는 "미래의 가정에 대해 현 시점에서 회사가 답변드리긴 어렵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